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4분기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데다 후발주자들의 세 확대로 지배력이 약해지고 있어서다. 시외 주가도 무서울 만큼, 폭락했다.
신규 가입자 정체와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한 넷플릭스는 전략 시장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한국 시장의 존재감이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오징어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한국 콘텐츠는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하며 유료 구독 가구 순증을 이끌고 있다.
성장세 꺽인 넷플릭스, 이용자·순익 지지부진
넷플릭스는 20일(현지시간) 뉴욕증시 마감 이후 진행한 실적 발표에서 작년 4분기 주당순이익은 1.33달러, 매출액은 77억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으나, 주당순이익은 월가 예상치(82센트)에 크게 못 미쳤다.
신규 가입자 증가세 역시 꺽였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총 828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월가 추정치 839만명을 밑도는 수치다.
회사 경영진들은 올해도 급격한 가입자 수 성장 정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넷플릭스는 실적발표에서 올해 1분기 250만 명의 고객이 추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590만 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며, 전년 동기의 398만 명보다 적은 수치다.
넷플릭스는 '브리저튼' 시즌2, 영화 '아담 프로젝트' 등 기대되는 콘텐츠가 예상보다 늦게 출시될 것이라며 가입자 증가 예상치를 낮췄다. 더불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디즈니플러스, HBO 맥스 등 후발업체들이 독점 콘텐츠를 기반으로 빠르게 세를 늘리고 있어 넷플릭스의 지배력도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넷플릭스가 정규장 마감 직후 발표한 실적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자 주가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실망 매물이 연이어 쏟아지면서 정규장에서 1.48% 하락한 뒤 시간외거래에서 19% 가량 폭락하고 있다.
넷플릭스 효자된 '한국', 통큰 투자 이유 있다
넷플릭스에겐 둔화된 성장을 이겨낼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전략 시장으로서 한국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오징어게임' '지옥' 등 글로벌 흥행 콘텐츠를 연이어 발굴하며 전세계 신규 가입자 순증을 이끌어 왔다. 또 한국 콘텐츠는 적은 투자로 최대 수익을 내는 '효자 콘텐츠'로 꼽힌다.
지난해 3분기 넷플릭스는 부진한 실적 전망을 딛고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반등을 이뤄낸 바 있다. 당시 월가의 신규 가입자 예상치는 386만명이었지만, '오징어게임' 덕에 단기간에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438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3분기 매출은 직전년도 동기와 비교해 16% 증가한 7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순익 또한 14억5000만 달러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한국 콘텐츠는 수익 창출면에서도 독보적이라 평가 받는다. '오징어게임' 회당 투자액은 22억원 선이다. 브리저튼(약 83억원), 기묘한 이야기(약 142억원), 크라운(약 154억원) 등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지만, 수익은 역대급이다. 오징어게임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101억 달러(약 12조원)가량 늘어났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한국 콘텐츠를 향한 넷플릭스의 투자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한국에 1조원 이상 투자한 넷플릭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넷플릭스는 한국산 대작급 콘텐츠 25종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해 보다 10편 가량 증가한 것이다. 투자 금액은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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