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사진=디미닛 제공
글로벌 열풍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사진=디미닛 제공

 

글로벌 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지난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지지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11년 만에 처음으로 가입자 감소를 보였다. 시외 주가도 무서울 만큼, 폭락했다. 신규 가입자 정체와 성장 둔화 국면에 진입한 넷플릭스는 전략 시장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킬러 콘텐츠 확보와 신규 가입자 유치 측면에서 아시아 시장의 존재감이 날이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성장세 꺽인 넷플릭스, 이용자·순익 지지부진

넷플릭스는 19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전분기 대비 가입자가 20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2분기에는 최대 200만명이 추가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1분기에 구독자가 25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지난 분기 실적발표에서도 넷플릭스는 지난해 4분기 총 828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 추정치 839만명을 밑도는 수치로 시장에 충격을 줬다.

넷플릭스 가입자가 감소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회사 측은 "매출 성장이 상당히 둔화됐다"고 인정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현지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고, 이 결정이 70만 명의 가입자를 잃는 결과를 낳았다. 이 같은 발표에 올해 이미 40% 이상 빠졌던 넷플릭스 주가는 장외 거래에서 25%까지 낙폭을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는 OTT 시장의 심화되는 경쟁 또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시장 조사기관 저스트워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점유율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는 점유율 25%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후발업체들의 맹추격이 거세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가 19%, 디즈니플러스와 훌루가 각각 13%를 차지해 차이를 좁혀오고 있어서다. HBO맥스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12%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콘텐츠 투자 비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넷플릭스에겐 부담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상위 8개 미디어 그룹은 올해 최소 1150억달러(한화 약 137조원)를 OTT 콘텐츠에 투자할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콘텐츠 투자 비용은 지난 2021년보다 25% 증가한 170억달러(한화 약 20조원)가 될 전망이다. 경쟁업체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투자 비용은 이보다 큰 330억달러(한화 약 39조원)로, 전년 대비 35~40%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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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 美는 이미 레드오션, 부각되는 亞 시장

넷플릭스에겐 둔화된 성장을 이겨낼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전략 시장으로서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분기 유일하게 가입자 증가를 보인 시장 역시 아시아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2억2164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아시아는 가입자 3372만명(+109만명)을 기록했다. 이 외는 미국/캐나다▲7458만명(-64만명), 유럽/중동/아프리카▲7373만명(-30만명), 라틴아메리카 ▲3961만명(-35만명) 등 감소세였다.

'킬러 콘텐츠' 발굴 측면에서도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의 존재감은 크다. 넷플릭스는 역사상 가장 흥행한 6개의 시리즈 중 절반이 비영어권 작품이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한국의 '오징어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이 포함돼 있다. 넷플릭스의 최대 흥행 콘텐츠로 꼽히는 '오징어게임' 회당 투자액은 22억원 선이다. 브리저튼(약 83억원), 기묘한 이야기(약 142억원), 크라운(약 154억원) 등 다른 오리지널 시리즈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지만, 수익은 역대급이다. 오징어게임 공개 2주 만에 넷플릭스 시가총액은 101억 달러(약 12조원)가량 늘어났다. 

킬러 콘텐츠 발굴은 가입자 증가라는 선순환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지난해 3분기 넷플릭스는 부진한 실적 전망을 딛고 '오징어게임'의 흥행으로 반등을 이뤄낸 바 있다. 당시 월가의 신규 가입자 예상치는 386만명이었지만, '오징어게임' 덕에 단기간에 신규 가입자를 끌어모으며 438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해 호실적을 기록했다. 덕분에 3분기 매출은 직전년도 동기와 비교해 16% 증가한 7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순익 또한 14억5000만 달러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아시아 시장을 향한 넷플릭스의 투자는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한국만 하더라도 투자 규모가 빠르게 불어났다. 지난해까지 한국에 1조원 이상 투자한 넷플릭스는 올해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넷플릭스는 한국산 대작급 콘텐츠 25종을 내놓기로 했다. 지난해 보다 10편 가량 증가한 것이다. 투자 금액은 약 8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7700억원을 한해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라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교해도 대폭 늘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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