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유니버스#
2화. 메타버스 직장·학교 생활

/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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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겪는 '지옥철' 끝, 5초 만에 출근 도장 꾹"

직장인이라면 매일 아침마다 '지옥철'과 '교통 감옥'에 늘상 갇히기 일쑤였지만,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자 이젠 일하는 방식도 변화고 있다. 굳이 시간을 들여 출퇴근할 필요 없이 노트북만 켜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게 된 것.

단순히 화상 전화로 회의를 하는 비대면 업무 방식이 아니다. 내 아바타가 가상의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함께 모여 회의하는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일 뿐만 아니라 학업도 마찬가지. 학생들은 가상의 교실에서 학급 친구들과 만나고 있다.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의 탄생

미국 스타트업 게더가 2020년 5월 처음 선보인 '게더타운'은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비대면 업무문화가 확산하자, 게더는 화상 회의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을 온라인으로 재현한 업무 서비스를 내놓았다. 게더타운은 나만의 '부캐'를 통해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다른 팀원들과 소통할 수 있다. 가상 세계 안에 회의 공간을 만들어 함께 업무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게더타운이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400만명을 넘으며 성행하자, 국내서도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12월 '한컴타운' 베타 서비스를 시작했다. 부캐를 활용한 가상 오피스 출근, 음성대화, 화상 회의 등이 가능하다. 또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세미나, 광고 등도 진행할 수 있다. 한컴타운과 한컴오피스를 연계해 한글, 워드, 엑셀, 프레젠테이션 등 다양한 형식의 문서를 공유하거나 편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마보의 이프랜드 명상 룸 사진 /사진=마보 제공
마보의 이프랜드 명상 룸 사진 /사진=마보 제공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이 자체 개발한 '메타폴리스(Metapolice)'도 있다. 이는 직방의 서울 서초구 오프라인 사무실을 그대로 본 따 만든 메타버스 가상 오피스다. 강남 빌딩숲을 옮겨 놓은 길거리. 건물들 사이로 서울 강남역 랜드마크 GT타워를 연상케 하는 30층 높이의 빌딩 등 사옥 풍경을 그대로 구현했다. 지난해 7월부터 직방의 직원들은 메타폴리스로 출근해 업무를 보고 있다. 현재 메타폴리스에는 직방을 비롯해 28개사가 입주해 있다.

메타버스는 교육 현장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했다. 네이버의 에듀테크 플랫폼 '웨일 스페이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과 협력해 비대면 수업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기반으로 작동하는 젭은 따로 설치가 필요없는 편리한 사용성과 아기자기한 인터페이스가 특징이다. 학교나 학급 별로 젭을 활용해 가상학급을 구축하면 학생과 선생님이 그 속에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출근은 '로그인', 퇴근은 '로그아웃'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의 발달은 새로운 업무 문화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온라인 화상 회의를 하는 것을 넘어, 가상의 공간에서 부캐로 서로 소통하고 함께 일하는 진정한 의미의 '비대면 업무'가 자리매김한 것. 웹 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이 곧 출근이요, 로그아웃으로 퇴근하는 '통신 통근'의 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업무의 연장선으로 불리는 오프라인 회식 대신 자기개발과 취미활동이 자리매김한 것도 이런 통신 통근 영향이 컸다.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은 '관계 맺기'에 깊은 몰입감을 준다는 점도 특징이다. 게더타운에서 종종 동료들과 회의를 한다는 한 스타트업의 개발자 A씨는 "이야기 나누고 싶은 팀원에게 내 '부캐'가 다가가면 캠과 음성 기능이 활성화되기 때문에 단순히 화상 회의로 비대면 업무를 할 때 보다 친밀감이 느껴진다"며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다가가면 그 모습과 목소리가 들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화상 회의 플랫폼과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사진=SK텔레콤
/사진=SK텔레콤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고려대, 순천향대와 메타버스 캠퍼스도 선보였다. 메타버스 캠퍼스는 오프라인 속 대학 캠퍼스를 메타버스 공간에 그대로 구현한 곳으로 각 대학의 로고, 대표 건물, 상징물들을 메타버스 공간 내에 생생하게 구현했다. 실시간 영상 송출 기능 등을 통해 각 학교의 학생, 교수, 임직원들은 누구나 쉽게 강의, 조별 과제, 대학 축제, 입학-졸업식 등 다양한 학사 일정에 참여 가능하다.


계속되는 원격근무, 메타버스 확산 기대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년의 코로나19 상황으로 이미 일상화된 원격근무가 지속되길 원하는 여론이 확산하면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가 31개국 3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업무동향지표 2021'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 73%는 유연한 원격 근무 옵션이 추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실제로 비즈니스 의사 결정권자 66%는 하이브리드 작업 환경을 더 잘 수용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 재설계를 고려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메타버스 업무 플랫폼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게더타운 개발사 개더는 1년 만에 2조30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4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유니콘 기업이 됐다. 직방의 메타폴리스는 출시 반년 만에 입점사 규모를 28배 키워냈다. SK텔레콤 이프랜드의 순이용자수는 30만명으로 국내 이용자 규모를 따져보면 2위 사업자로 올라왔다. 국내 주요 대학 입학-졸업식과 기업 채용설명회 등 굵직한 행사들로 이용자 호응을 얻은 것이다.

시장의 성장 잠재성도 크다.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원격근무 솔루션을 포함한 글로벌 UC&C(통합커뮤니케이션 및 협업) 시장은 2019년 기준 연평균성장률. 7.1%로, 2023년까지 483억 달러(약 58조926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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