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미래, 애그테크를 아시나요?
1화. 식량위기 해법, 애그테크에 있다
"우리 먹을 만큼만이라도 농사를 지어야 하나"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치솟은 밥상 물가는 소비자들 직접 농사 짓는 방법까지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촉발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로 지난해부터 국제 곡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2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로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은 물론, 심지어 농기구와 비료, 종자 가격까지 급등하면서 식량 위기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다급히 식량 자급률을 높이려는 국가들의 조치가 잇따르면서 '식량안보'가 위험하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전쟁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와 보호무역주의, 농촌 고령화 등 식량위기의 징후는 이미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었다. 이렇게 식량위기가 급속히 현실화되면서 디지털 신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농업 '애그테크(AgTech)'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심화되는 식량위기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 3월 국제 곡물 가격은 전년 대비 ▲밀 82.0% ▲옥수수 36.7% ▲콩 18.9% 상승했다. 밀의 경우 전월 대비 43.9% 오르며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KREI는 2023년까지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이 약 10~20% 가량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이러한 고곡가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제 곡물파동의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 원재료 및 관련 식품의 단가상승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은 전세계에서 7번째로 곡물 수입량이 많은 국가다. 특히 밀, 옥수수, 콩 등이 곡물 수입량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자급률 또한 0.5~9.4% 수준으로 매우 낮다.
이같은 영향으로 식량안보지수도 끝에서 두번째에 머물러있다. 2020년 기준, OECD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의 순위는 29위(72.1점)로 일본 (9위, 77.9점), 싱가포르(20위, 75.7점)보다 낮다. 식량위기를 타개할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농업과 기술의 만남 '애그테크'
유엔은 오는 2050년까지 글로벌 인구 수는 95억명으로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이 69% 증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노동집약적인 농업 방식으로는 급격히 높아진 인건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애그테크는 미래 농업을 책임질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애그테크는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로봇 등 디지털 신기술을 이용해 농업혁신을 이루는 기술을 의미한다. 농업과 연관된 전방·후방산업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으로 생명공학부터 자율주행 농기계, 데이터 기반 솔루션, 재배시설, 배양육, 드론·로봇 제조 등을 포함한다.
현재 국내 애그테크 시장은 '스마트팜'과 '수직농장'을 중심으로 이제 막 발걸음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스마트팜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기술을 이용해 온도, 습도, 일조량, 풍향 등 농작물에 적합한 환경을 유지·관리한다. 이를 통해 생산량과 품질을 높인다. PC와 스마트폰 등 개인기기를 통해 원격 모니터링 및 관리도 가능해 효율성·편리성이 높고, 인건비 또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수직농장은 실내에 설비를 설치하고 운영할 수 있어 '도시농업'에 최적화된 방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수직농장은 다단 구조물을 통해 농작물을 생산한다. 좁은 땅에서도 효과적으로 더 많은 양의 작물을 재배할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B2C(개인간) 서비스에도 용이하다.
애그테크 글로벌 경쟁 '치열'
애그테크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미 수년 전부터 연구개발(R&D)과 투자가 진행돼왔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바이엘(Bayer)과 파트너십을 맺고 B2B(기업간) 디지털 애그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바이엘이 보유한 디지털 농업 플랫폼과 마이크소프트 애저(Azure) 클라우드 기술력을 결합해 새로운 디지털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프로젝트다. 바이엘은 '아스피린'을 발명한 제약회사로, 지난 2018년에는 미국 농업생명공학 기업 몬산토를 71조원에 인수하며 세계 최대 종자 보유기업으로 등극했다.
구글은 데이터 관리 및 운영 의사결정에 주력하며 농업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2020년 로봇 기반 농업 프로젝트 '미네랄(Mineral)'을 추진하고, AI 식물 카트 '플랜트 버기'를 제작했다. 플랜트 버기는 카메라와 센서로 작물 및 토양 등 여러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후 이를 위성사진, 기상 데이터와 조합한 후 머신러닝(ML) 등을 통해 식물 성장 예측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농업 분야 대기업들도 애그테크 스타트업들을 인수합병(M&A)하며 애그테크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세계 1위 농기계 제조기업 '디어&컴퍼니'는 지난 2015년 소프트웨어업체 DN2K를 인수했으며, 2년 뒤인 2017년에는 AI 벤처기업 블루리버테크놀로지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파종 처방 서비스를 상용화했으며, 완전 자율주행 트랙터 '8R'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국도 관련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영기업을 통해 글로벌 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6년 켐차이나가 스위스 농생명기업 신젠타를 인수한 사례가 있다. 또 글로벌 농식품 투자 플랫폼 애그펀더는 지난해 중국이 전세계 애그테크 분야 투자액의 18.7%(6.1조원)를 차지하며 미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금액이 몰렸다고 밝혔다.
국내 애그테크 불 붙는다
최근 국내에서도 애그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SK스퀘어, 현대오토에버 등 국내 대기업은 물론 정부 또한 애그테크 분야에 주목하고 있어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SK스퀘어는 국내 데이터 기반 애그테크 기업 '그린랩스'에 약 350억원을 투자했다. 그린랩스는 원스톱 서비스 '팜모닝'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농창업, 작물재배 컨설팅, 신선마켓 사업을 하고 있다. 또 현대오토에버는 국내 농기계 1위 기업 대동과 함께 애그테크 분야 합작법인 '대동애그테크'를 설립했다. 대동애그테크는 원격으로 자율주행, 자율작업, 점검관리가 가능한 '스마트 농기계 관제 운영 플랫폼' 과 육종부터 수확까지 농업 전주기에 걸쳐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해결방안을 제공하는 '정밀농업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정부는 올해 농업분야 디지털화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 농촌진흥청은 10대 핵심추진 과제를 선정하고, 디지털 농업 기술·개발 보급에 예산 878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팜 분야에서 환경·생육·경영 데이터를 분석해 AI가 환경을 제어하는 '스마트팜 최적환경제어 시스템'을 고도하고, 노지농업의 경우 작물별·생육단계별 물관리와 토양 양분 상태에 따라 비료 사용법을 추천하는 '노지 정밀농업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낸다. 또 자율주행 농기계를 개발하고 잡초제거, 수확 및 운반, 방제 등을 처리하는 '농업용 로봇'을 상용화에 나선다.
애그테크 업계는 미래 사업 환경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향후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애그테크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 투자와 인력양성 등의 뒷받침돼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 애그테크 기업 팜에이트의 홍경진 디지털혁신본부장은 "수직농법과 같은 기술은 아직 성장하는 단계로 R&D에 들어가는 투자가 중요하다"며 "제조, 농공, 원예학 등 모든 역량을 갖춘 '재배마스터'가 필요한데 국내에는 제대로 된 사람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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