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더불어 블록체인 생태계를 지탱했던 이더리움이 붕괴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해외 기준, 개당 가격은 어느덧 1100달러 수준까지 내려왔다. 유동성 버블이 빠르게 꺼지며 얽히고 섞인, 이더리움 금융 생태계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이더리움의 국내 가격은 개당 150만원으로 반년새 4분의1 토막 수준까지 밀렸다. 시가총액 또한 190조원까지 빠진 상태다. 블록체인 혁신의 마중물로 불렸던 이더리움은 분산원장 위에 다양한 서비스를 얹을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무엇보다 탈중앙을 기치로 내건 덕에 전세계 혁신가들이 몰려 들며 이더리움 기반 디앱 및 서비스들은 수천여개에 달했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이더리움을 플랫폼으로 택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된 셀시우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코인 담보 대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셀시우스는 고객이 맡긴 이더리움을 활용, 일종의 증명서인 'stETH'를 맡기면 이를 담보로 70% 가량 이더리움을 대출해줬다. 투자자들은 이더리움으로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리도'와 같은 크라우드 펀딩업체에 stETH로 담보로 또다시 대출을 받아왔다. 리도는 투자자의 이더리움을 모아서 검증작업에 참여, 수익을 나눠주는 서비스로 이더리움을 맡겼다는 증표인 stETH를 발행해왔다.
앞서 이더리움재단은 채굴형태에서 비채굴형태로 코인 발행 관련 업데이트와 더불어 전반적인 운영안 개편에 돌입한 상태다. 업그레이드가 끝나면 이더리움을 보유한 사람들이 블록체인 검증에 참여하고 이들에게 추가로 이더리움을 보상으로 나눠주는 구조가 된다. 참여에는 최소 32이더리움(약 6000만원)이 필요해 소규모 개인투자자는 참여가 쉽지 않다. 이에 리도는 개인들의 이더리움을 묶는 형태로 디파이 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쉽게 말해,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파생 상품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형태가 된 것. 이는 앞서 문제가 됐던 루나-테라 사태와도 유사한 형태다. 뱅크런이 발생했고, 셀시우스 측이 출금을 막은 탓에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묶인 상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리먼브라더스 붕괴 시, 문제가 됐던 파생상품이 코인시장에도 등장하게 된 것"이라며 "코인시장 전반이 위험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고 말했다.
일종의 파생증권인 stETH의 시장규모는 약 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이더리움 기반의 디파이 서비스 상당수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이날 오후 1시 기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 상위 코인 상당수가 5% 내외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셀시우스-리도의 붕괴가 이더리움 디파이 생태계를 넘어 다른 디파이 시장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예치란 이름으로 진행됐던 수많은 디파이 서비스 상당수가 연쇄 위기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투자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유동성 시대가 마무리되며 제도권 밖에 벗어나있던 '디파이'란 이름의 파생금융상품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제도권으로 편입될 것"이라며 "문제는 제도권 밖의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상당해 1조 달러에 달하는 가상자산 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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