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형 두나무 회장/사진=두나무

 

두나무가 무려 5000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입, 약 1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겠다는 비전을 내놔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대기업을 비롯, 은행권까지 채용을 줄이고 인력 효율화에 돌입한 상황에서, 두나무가 나홀로 채용 시장 지원에 팔을 걷고 나선 것. 이는 두나무가 수차례 가상자산(코인) 불황을 겪으며 난관 돌파의 노하우를 갖춘데다, 오히려 불황을 기회로 인력을 수혈해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역량 확보에 더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12일 두나무는 총 5000억원을 투입, 지역 거점 오피스를 설립하고 총 1000여개의 일자리 발굴 계획을 공식화했다. 아울러 유망 스타트업 500곳을 육성해 약 8000여개의 신규 일자리도 만들어내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수도권 중심 사회에서 소외된 지역 인재를 기르고, 동시에 대기업 중심이 아닌 스타트업을 통한 일자리 지원을 통해 디지털 산업 생태계까지 함께 키우겠다는 의지다. 이에 두나무 뿐만 아니라 두나무앤파트너스와 람다256 등 주요 계열사 법인 모두 함께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날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블록체인·핀테크 등 신사업 분야 인재 육성에 노력해온 두나무는 국가적 당면 과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블록체인과 NFT, 메타버스 등 신성장 미래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가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최근 국내 금융권 및 대기업 모두 채용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 은행권의 경우, 지난 2018년부터 정기공채 대신 수시채용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4대 금융지주 모두, 정기공채 규모 또한 과거 수천여명 수준에서 이젠 1000명 안팎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올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국내 주요 대기업 모두, 경기침체를 우려해 하반기 채용에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두나무의 과감한 채용 규모 발표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동종업계인 미국의 코인베이스 또한 최근 전체 인력의 약 20% 가량인 1100여명을 해고한 데 이어 마땅한 추가 채용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다른 미국 대형 거래소 제미니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직원 10%를 정리해고 하기로 했다. 메이저 코인 투자사 볼드와 쓰리애로우캐피탈 또한 파산 위기에 직면해 우수한 인력을 모두 FA 시장에 내놓고 있는 형국이다. 

동종업계라 부르긴 어렵지만, 두나무와 마찬가지로 개발직군 비중이 큰 국내 게임업계와 인터넷 빅테크 모두 추가적인 인력 고용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그럼에도 두나무가 인력 채용에 대대적인 자금을 쏟는 이유는 사회적 기업으로 올라서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상당수 차지한다. 어려울 수록 기업이 사회적 역할에 충실해야, 국가의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 실제 두나무의 창업멤버인 송치형 회장-김형년 부회장은 IMF에 손을 벌린 지난 1997년 '외환 위기'를 겪으며,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인식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두나무 창업 후, 비인기 스포츠 육성을 위한 한국프로탁구리그 후원을 비롯해 취약 계층 대학생 지원, 전국 아동양육시설 지원, 청소년 디지털금융 교육 지원 등 전방위에 걸친 ESG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수에 참여, 외인 대신 토종 자본으로 국책은행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두나무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인수가 외부에는 시너지로 포커스가 맞춰져있지만, 사실은 금융사들이 외자에 침탈을 당하는 IMF 당시의 과거를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의지로 진행된 것"이라고 귀뜸했다. 

무엇보다 두나무는 '크립토윈터'라 불리는 코인시장의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 1위 사업자로 8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보유한 데다, 기업 비즈니스(B2B) 시장에서도 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자회사 람다256이 주요 유통사 NFT 위탁 개발에 주력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제 막 대중화 초읽기에 들어간 NFT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맡겠다는 것. 증권플러스 비상장 또한 국내 대표 비상장 거래플랫폼으로 올라섰다. 투기자본에 개입, 파생 상품 운용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여타의 해외 거래소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리한 파생시장 진출 없이, 내실을 가꿔온 두나무 입장에선 오히려 지금 우수한 인력을 뽑을 수 있는 적기"라며 "덩치를 키운 만큼, 4대 금융지주에 버금하는 사회적 역할도 다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