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기도 동탄 쿠팡물류센터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시위 모습/사진=이수호 기자
지난달 23일 경기도 동탄 쿠팡물류센터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시위 모습/사진=이수호 기자

 

같은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동조합끼리도 에어컨을 두고 서로 다른 소리를 내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쿠팡 노조 측은 에어컨 설치를 강하게 요구하는 한편, 이미 에어컨을 설치한 우체국 노조는 "오히려 효율이 낮다"며 다른 대안을 찾아달라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전국민주우체국본부(이하 우체국 노조)는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냉방 시설이 없어 1년 전 설치했으나 실제로 냉방 효과가 없고 예산만 낭비해 무더위에 고통을 호소하는 근로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체국 측을 비난했다.

지난달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폭염 시기 노동, 온열별 예방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토론회에서도 우체국 노조 조정호 중부권광역우편물류센터지부 지부장은 "2021년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구입한 냉방기기가 오히려 실내 기온과 습도를 높이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어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우체국 노조의 주장은 앞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만 뒤는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에어컨을 산업 현장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설치, 에어컨 근처 근로자만 시원하고 반대에 있는 근로자나 실외 근로자가 일하는 현장의 온도를 높이는 부작용 등을 의미한다.

산업용 에어컨 전문 설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실외기가 없는 산업용 이동식 에어컨도 앞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나오지만 뒤에서는 열기가 나와 물류센터 상황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쿠팡 노조는 공항이나 대형 쇼핑몰에 설치된 시스템 에어컨을 설치하라고 쿠팡 측에 요구하고 있다. 쿠팡 노조 활동에 참여 중인 한 인사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공항이나 대형 쇼핑몰은 추울 정도로 냉방이 가능한데 왜 물류센터는 아예 안 된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따.

이에 쿠팡 측은 쿠팡 노조가 에어컨을 설치하라는 주장에 대해 "대형 화물차가 수시로 출입하는 개방형 물류센터에는 노조가 주장하는 에어컨보다 실외기가 없는 산업용 이동식 에어컨과 대형 실링팬, 에어써큘레이터 등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해 왔다. 그러나 업계에선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노조 측이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키기 위해 이미 우체국에서 드러난 에어컨의 활용적 한계를 묵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은 업계에서도 냉방 설비 투자를 많이 하는 기업"이라며 "이미 우체국 노조가 밝힌 것처럼 물류센터에 무작정 에어컨을 설치하는 건 예산 낭비임이 드러났는데도 쿠팡 노조가 에어컨 설치만 요구하는 것이야 말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또다른 물류업계 관계자 역시 "물류센터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노조가 말하는 에어컨 설치보다 각 물류센터 상황에 맞는 산업용 에어컨이나 대형 실링팬 등이 더 효율적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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