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에 상승세로 접어드는 듯 했던 가상자산 시장이 긴 롤러코스터 끝에 결국 고꾸라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하계 휴양 포럼 잭슨홀 미팅을 기점으로 확산된 금리 인상 공포가 시장 내 불확실성을 키웠기 때문이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700만원대 내외를 등락하며 횡보하고 있다.
긴축 공포에 3000만원대 무너진 비트코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월 동시간 대비 10.45% 하락한 2750만1000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7월 3000만원대로 올라선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한때 32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달 17일(현지시간) 7월 FOMC 정례회의 의사록이 공개되며 급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은 향후에도 기준금리를 지속 인상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록에 따르면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어 제약적 정책으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아직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직격탄을 날린 건 제롬 파월 Fed 의장이다.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 연설을 통해 강경한 매파적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시장이 예상했던 최악의 변수가 현실로 다가온 것. 그는 "7월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것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한 달 동안의 개선으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직 인플레이션이 잡혔다고 확신하기에는 한참 모자라 멈추거나 쉬어갈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단호하게 움직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가계와 기업 등 경제에 일부 고통을 유발한다고 해도 당분간 금리를 인상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강력한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강경한 발언에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뉴욕 증시는 '검은 금요일'을 맞이했다. 이같은 여파는 4일째 이어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0.8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78% 하락했다. 비트코인과 연관성이 높은 나스닥 지수 또한 0.56% 떨어졌다.
시장은 이번 주부터 줄줄이 발표될 미국 주요 경제 지표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금리인상 폭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 달 2일에는 미국 '8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자수·실업률'이 발표되며, 그 이후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 등이 뒤를 이을 예정이다.
가상자산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긍정적인 CPI 지표로 인한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감에 잠시 훈풍이 불었지만, 미국연방준비제도의 매파적 회의록 내용이 공개되며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상승했다"며 "이에 따라 비트코인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제이크 졸리 BYN멜론 인베스트컨트매니지먼트 선임투자전략가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분명히 매파적"이라며 "전형적인 매파적 대본 유형의 연설은 명확하고 간결했으며, 이를 통해 연준 정책 완화 등 정책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완전히 닫혔다"고 평가했다.
머지 업그레이드 기대감 꺾인 이더리움
'머지 업그레이드' 기대감에 '승승장구' 하던 이더리움 또한 거시환경 악화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이더리움은 전월 동시간 대비 3.61% 하락한 개당 213만3000원에 거래됐다.
특히 지분증명(PoS) 전환 이후 오히려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알케시 샤(Alkesh Shah)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연구원은 "이제 투자자들은 이더리움 머지가 확장성 문제나 높은 거래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단기적 가격 상승을 주도할 수도 있지만, 약한 거시경제 심리 등을 고려할 때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고 설명했다.
이더리움을 대량 보유한 '고래'들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량의 이더리움이 거래소로 옮겨지고 있다는 증거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지난 달 25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시장 분석업체 샌티먼트 자료에 따르면 최근 이더리움 보유량 기준 상위 10개 고래들이 보유한 비거래소와 거래소 지갑 간 이더리움 보유량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개월 사이 비거래소 내 지갑 보유량이 11% 감소한 반면, 거래소 내 지갑 보유량은 78% 급증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이더리움 고래'들이 차익 실현을 준비하는 것으로, 강한 매도세로 인한 가격 하락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크립토 로버 시장 분석가는 "업그레이드가 이뤄지는 '머지 데이'에 이더리움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확장 나서는 리플, 소송전 그늘은 여전
리플은 전월 동시간 대비 9.81% 하락한 개당 450원에 거래됐다. 사업 확장에 나서며 모멘텀 만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 전반에 걸친 하락세와 함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달 25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리플은 세계경제포럼(WEF)의 공식 파트너로 선정됐다. WEF는 웹사이트를 통해 리플을 '인터넷이 정보를 위한 것과 같이 가치를 위해 일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리플이 재무 효율성, 형평성, 포용성 측면에서 이익을 창출하는데 전념하고 있으며 정부, 기업,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위해 미래 사용사례를 개발 및 활성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리플은 WEF 공식 파트너 목록에 등록돼 있다.
이같은 희소식은 SEC와의 갈등이 심화되며 빛을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앞선 2020년 SEC는 리플 창업자인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크리스 라슨을 증권법 위반 협의로 고소한 바 있다. 투자자들에게 SEC 등록없이 146억개 리플을 발행해 13억8000달러 어치 현금 등을 조달했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양측은 '미등록 증권 판매' 소송을 진행 중이다.
현재 이 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게 해달라는 리플 측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자료는 윌리엄 힌먼 전 SEC 임원이 한 연설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유가 증권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SEC 측은 이의제기 신청을 한 상태다. SEC는 브리핑을 통해 "법원은 지난 2018년 윌리엄 힌먼 전 SEC 임원의 이더리움 관련 연설 초안 이메일 자료를 제작하도록 강요하는 명령을 내렸다"며 "리플랩스 및 공동 창업자들은 일관성이 없는 주장을 하며 자료 제작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플 측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창업자는 "법은 리플의 편이고 SEC가 리플을 증권으로 증명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소송에 패배하더라도 계속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와 네버 관계사 라인이 발행한 가상자산 '링크'는 모두 20%대 하락율을 보였다. 클레이는 전월 동시간 대비 20.13% 하락한 개당 315.4원에, 링크는 전월 동시간 대비 21.36% 하락한 34.6달러에 거래됐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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