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가상자산 동향

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역대급 하락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소 60% 이상 급락했고, 상대적으로 기반이 약한 알트코인들 80~90% 이상 폭락했다. 특히 테라 루나 사태, FTX 파산 사태 등 각종 사건사고는 금리인상 및 거시경제 침체로 인한 가상자산 시장 약세에 기름을 부었다. 아울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침체에 '토종코인' 또한 80% 이상 폭락했다.

힘든 한해를 보낸 가상자산 업계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은 엇갈렸지만,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에는 입을 모았다.


비트코인 62%·이더리움 66% 급락...개별 호재는 안 통한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년 동시간 대비 62.87% 하락한 2108만1000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1일 5600만원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1년새 3500만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더리움과 리플도 같은 처지다. 이더리움은 전년 동시간 대비 66.26% 하락한 개당 152만5000원에 거래됐다. 1년새 300만원이 증발한 것이다. 리플도 전년 동시간 대비 57.54% 하락한 개당 433원에 거래됐다. 1000원대에 거래되던 리플이 반토막난 모습이다. 

비트코인 차트 / 사진=업비트

특히 고점이 높았던만큼, 하락의 충격도 상당해 보인다. 지난 2021년 비트코인은 8270만원까지 치솟으며 연일 신고가를 갱신한 바 있다. 같은 기간 이더리움도 590만원대를 돌파했고, 알트코인들의 경우 수십배, 수백배 상승하기도 했다. 이처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던 가상자산 가격이 지난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었다.

이더리움 차트 / 사진=업비트

지난해 9월 이더리움 지분증명(PoS) 전환과 더불어 지난해 내내 들려온 리플랩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소송에서 리플랩스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소식도 가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개별 호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 한해였다.


'비둘기'서 '매'가 됐다...2022년 한해 동안 8차례 금리인상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하락세를 주도한 사건 중 하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다. 지난 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Fed의 전례없는 양적완화에 주식은 물론 가상자산 시장도 '폭등'했다. 하지만 이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지난해 Fed는 풀었던 돈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Fed는 지난해 3월 기준금리 0.25%p 인상을 시작으로 인플레이션 강경대응을 시작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홈페이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홈페이지

같은해 4월에는 기준금리를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고, 6월에는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강행했다. 이처럼 Fed는 지난해에만 8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4%까지 끌어올렸다. 금리가 인상되는 동안 비트코인 가격도 속수무책으로 하락했다.

문제는 올해에도 양적긴축이 계속될거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Fed 내년에도 긴축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매파적 신호를 던졌다. 이에 내년 최종 금리 중위값은 5.1%(5.00~5.25%)로 제시됐다. 이는 지난 9월 예상치인 4.6% 보다 높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2% 목표치를 향해 지속 하향되고 있다고 위원회가 확신할 때까지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며 "충분한 금리 인상을 하지 못했을 때 최대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는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긴축 장기화를 선언한 건 미국 뿐만이 아니다. 유럽과 일본 또한 금리 인상을 공식화했다. 유럽중앙은행(ECB)는 기준금리를 0.5%p 인상하고 일정한 속도로 그림를 올리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일본중앙은행 또한 당초 제시했던 금융완화정책을 일부 수정해 장기 금리 인상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거시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달의 몰락...시장 침체에 기름 부은 '테라 루나 사태'

금리인상과 더불어 올해 가상자산 시장 붕괴를 부추긴 사건은 바로 지난해 5월 발생한 테라 루나 사태다. 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코인 UST와 UST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기 위해 발행되는 루나(LUNA)가 동반 폭락하면서 큰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다. UST와 루나의 가치가 폭락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테라폼랩스는 성공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혔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란 시장 수요를 이용해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테라폼랩스는 가상자산 루나를 이용해서 스테이블코인 UST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해왔다. UST가 1달러 위로 가격이 올라가면 투자자들은 1달러어치의 루나를 시장에서 사서 테라시스템에 주고 1UST로 바꾼다. 그리고 1UST를 팔아 투자자는 차익을 거둔다. 반대로 UST 가격이 1달러 밑으로 내려가면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1UST를 사서 테라시스템에서 1달러어치 루나로 바꾸고 마찬가지로 루나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다.

이전까지는 테라폼랩스의 알고리즘이 잘 작동해왔다. 또 UST를 예치하면 연 20% 수익을 제공하는 디파이(DeFi) 서비스 앵커프로토콜은 총 예치 금액(TVL) 2위에 오를 만큼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UST가 디페깅(연동 해제)되기 시작하면서 루나 발행량이 증가하고, 루나 가치는 급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UST 매도물량이 급증하면서 UST는 1달러를 회복하지 못했다. UST를 소각해서 루나를 민팅하고, 루나를 팔아서 원금 회수를 하는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UST와 루나 모두 하방 압력이 지속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에 UST와 루나의 가치는 1원 밑으로 떨어졌다. 테라 루나 사태로 인한 피해는 400억달러(약 5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테라 루나 사태가 일어난 지난해 5월 비트코인 가격은 한달새 1000만원 급락했다. 이어 같은해 6월에도 한달새 1300만원이 빠졌다. 테라 루나 사태가 비트코인 하락세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게다가 테라 루나 사태 이후 가상자산 '뱅크런'이 일어나 시장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드리우면서 셀시우스가 파산하기도 했다. 


'대마불사'는 없다...글로벌 2위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지난해 상반기를 테라 루나 사태가 휩쓸었다면, 하반기는 FTX 파산 사태가 주도했다.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중 하나인 FTX의 뱅크런 사태가 비트코인 가격 폭락을 촉발했다. FTX 유동성 위기는 지난해 11월 초 미국 가상자산 전문매체들이 샘 뱅크먼 창업자가 세운 투자사 '알라메다'의 위험성을 보도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 / 사진=이성우 기자
샘 뱅크먼 프리드 FTX 대표 / 사진=이성우 기자

알라메다 대차대조표를 분석한 결과 자산 대부분이 FTX 거래소 자체 가상자산인 'FTT'로 구성돼있다는 지적이다. 그간 FTX는 알라메다를 통해 FTT를 운용했을 뿐만 아니라, 담보 대출 등 파생상품에도 활용하며 몸집을 불려왔다. 이에 FTX가 발행한 FTT를 알라메다가 대부분 사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며 재정 부실 우려가 급속도로 번졌다.

여기에 지난달 8일 창펑 자오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한 모든 FTT를 매각하겠다"고 밝히며 사태에 기름을 부었다. 샘 뱅크먼 창업자는 "유동성 위기는 거짓 루머"라고 대응했지만, 투자자들이 FTX에서 보유 가상자산을 대량으로 인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샘 뱅크먼 창업자가 창펑 자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바이낸스가 미국 법인을 제외한 FTX 사업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이낸스 측에서 하루 만에 이같은 결정을 번복했다. 이후 FTX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파산신청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샘 뱅크먼 프리드 FTX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자진 사임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한달새 500만원 이상 급락했다. 테라 루나 사태 이후 겨우 2800만원대를 유지하던 비트코인 가격에 FTX 파산 사태가 결정타를 맞고 2200만원대로 떨어졌다. 게다가 FTX 파산 사태로 인한 뱅크런으로 제네시스, 블록파이, 보이저 등 거대 가상자산 대출 기업이 줄줄이 파산했다. 테라 루나 사태에 이어 FTX 파산 사태까지 발생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깨진 것이다.


하락장서 직격탄 맞은 카카오·라인 코인...연말 강타한 '위믹스 사태'

비트코인 가격 하락세에 토종코인들도 속수무책으로 폭락했다.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는 전년 동시간 대비 87.68% 하락한 개당 193.3원에 거래됐다. 일명 카카오 코인으로 불리던 클레이의 가격이 1500원대에서 100원대로 주저 앉은 것이다.

클레이 차트 / 사진=빗썸

클레이튼 메인넷 기축 통화 클레이는 올해 초 클레이튼 기반 대체불가능한토큰(NFT) 프로젝트 메타콩즈의 성공으로 호재를 누리는 듯 했으나, 이후 메타콩즈 임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클레이튼 기반 프로젝트들의 러그풀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 가치를 지키기 위해 바이백 및 소각 등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이 발행한 가상자산 '링크'는 전년 동시간 대비 85.79% 하락한 23.02달러에 거래됐다. 링크 역시 지난해 1월 1일 160달러에 거래됐으나 1년만에 140달러 가까이 가치가 떨어진 모습이다. 링크의 경우 주목할만하 소식 없이 비트코인 가격 흐름을 추종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인 블록체인은 파격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제시했다.

링크 차트 / 사진=코인마켓캡

라인 블록체인은 사전 예비 물량을 발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현재까지 유통된 673만4458링크(LN) 이후로 링크는 블록 생성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만 발행되며 그 외에는 어떠한 발행도 없다는 설명이다. 토큰이코노미 1.0에서 정한 1억1000만개의 유통 한도 정책 또한 영구적으로 폐지된다. 이에 따라 대규모 리저브를 발행하고 이를 레버리지 한 투자는 원천 봉쇄된다.

아울러 위믹스(WEMIX) 사태도 연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강타했다. 지난해 12월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블록체인 게임 선두기업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를 상장폐지했다. 위믹스 가격은 전년 동시간 대비 95.96% 하락한 개당 456원에 거래됐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도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위메이드 유튜브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 도중 울먹이고 있다. /사진=위메이드 유튜브

가상자산 거래소의 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닥사)는 유통량 문제를 이유로 위믹스 거래지원종료를 결정했다. 닥사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유통 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은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이라며 "그 초과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내용을 거듭 제공한 점,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수차례 언론 등에 발표해 투자자에게 혼란을 초래한 점 등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에 위메이드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고군분투 했으나 결국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라졌다. 다만 위믹스는 코인마켓 거래소 '지닥'에 상장돼 국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엇갈리는 비트코인 전망...제도권 편입은 더 가속화 될 것 

가상자산 시장이 힘든 한해를 보낸 가운데, 업계선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온체인 분석업체 머티리얼 인디케이터는 100만달러 이상의 대규모 비트코인 거래량은 202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현재 가격 수준이 바닥이라는 정서가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또 가상자산 투자 펀드 QCP 캐피털도 "ARKK 가격 동향은 비트코인을 2개월 선행하고 있으며, 비트코인 추가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픽=픽사베이
그래픽=픽사베이

대표적인 비트코인 회의론자인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탈 CEO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비트코인이 제로(0)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투자자는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자산을 팔고 금 현물에 투자해야 한다. 내가 가상자산 업계 투자자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나가라는 것"이라며 "투자자는 인플레이션 헤지 등을 위해 비트코인에 투자하지만 비트코인은 가치가 없다"고 전했다.

반면 투자 전략 서비스 업체 XOR의 최고경영자(CEO)인 아우렐리언 오하욘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은 4년을 주기로 상승장이 시작된다. 3년간의 상승과 1년간의 조정이 반복된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상승장을 위해 시장은 2018년 기반을 다졌다. 2022년 강세장의 기반을 형성한 비트코인은 2023년부터 상승 랠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사진=김가은 기자
/ 사진=김가은 기자

또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내년도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미국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현상에 테라-루나 사태를 비롯해 셀시우스, 3AC, FTX와 같은 시파이(CeFi) 기업들이 몰락하며 한때 3조달러에 육박하던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현재 8000억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가상자산 업계의 투자, 연구 개발, 채용 등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이는 2021년 강세장에서 가상자산의 가치를 이해한 계층이 늘어나면서 업계의 펀더멘털이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가상자산 시장의 제도권 편입이 가속화될거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오유리 빗썸경제연구소 정책연구팀장은 "2022년은 가상자산 업계 내 글로벌 기업들의 잇따른 파산으로 업계와 투자자 모두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한 해였다"며 "주요국 정부가 블록체인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리적 규제의 틀을 마련해 나간다면, 2023년은 관련 업계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 성장의 초석을 다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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