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등급제도 개편을 추진하며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에서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SAP 등급제에 대해)소프트웨어 업계 내에서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의 컴포넌트를 쓰는 곳들은 찬성하지만, 독자적으로 서비스를 구축한 곳들은 반대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 의견으로 업계가 다 찬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데 과기정통부가 여론을 왜곡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공공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선 CSAP 인증이 필수적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부터 CSAP 개편 작업에 착수, 현재 단일 인증체계인 CSAP를 데이터 중요도에 따라 3단계로 구분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그동안 물리적 망분리 등의 요건을 갖추기 어려워 CSAP 인증을 받지 못했던 외국계 클라우드 기업들이 3등급인 '대국민 서비스' 영역에 진출할 수 있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낮은 등급의 경우 물리적 망분리 대신 논리적 망분리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날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CSAP 개편 방향에 대해 "그동안 획일적인 기준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민간 클라우드가 활성화 안된다는 업계 건의사항을 경청해 미국이나 선진국이 하는 것처럼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른 보안 기준으로 바꿔 나가는 방향을 정한 것"이라며 "특정 외국계 기업을 염두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아직 업계 내부에서도 의견이 한 곳으로 모여지지 않았고 반대 의견이 더 많다"며 "업계가 요구하는 것처럼 여론을 왜곡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과기정통부가 CSAP를 관할하는 국정원, 공공 클라우드 사업 당사자인 행정안전부와 협의 없이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CSAP에 대한 논의는 예전부터 시작됐지만, 지난 6월17일 총리가 투자에로 규제개선 간담회에 참석해 이 문제를 언급하면서 급물살을 탔다"며 "원래 이 자리는 위성 영상 해상도 문제가 주 논의 대상이었는 데, 총리가 CSAP 규제 개선을 말한 이후 과기정통부가 과제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정삼 과기정통부 정보보호네트워크정책관은 "(타 부처와) 논의하는 과정 중에 있다"며 "3단계 분류 완화는 과거 클라우드 보안 인증이 도입될 당시부터 논의가 있던 내용"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총리가 제시한 아젠다를 왜 과기정통부에서 받아 끌고 가냐"며 "이걸 열어주는 순간 사실상 글로벌 사업자가 국내 클라우드 시장을 잠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 "등급제 완화는 AWS, 마이크로소프트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안이고, 암참에서도 CSAP 완화를 요구해왔다"며 "7월 1일 암참 주제 행사에서 총리가 가서 필요한 규제를 풀겠다고 한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클라우드 시장이 왜곡되고 그나마 남아있는 공공시장마저 글로벌 사업자에게 넘어가면 과기정통부가 책임질 수 있느냐"며 "민간 클라우드 시장 82%를 글로벌 사업자들이 장악했고 그나마 남은 것이 공공시장인데, 여기서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영역을 늘리지 못하면 사실상 정보보안, 데이터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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