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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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의 생활지능확장 전략이 오프라인 영역에서 빠르게 무르고 있어 주목된다. 이제 소프트웨어 기업을 넘어 완연한 기술 포털로 도약한 모습이다.


전국 주유소를 물류거점으로...AI·로봇도 투입

23일 네이버와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 자회사 SK에너지는 주유소를 첨단 기술이 집약된 도심 속 물류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뜻을 모았다.

양사는 '도심물류 서비스 공동개발 및 미래 기술 협력'을 위한 사업협약을 체결, SME 물류 부담을 덜고, 미래 물류 테크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 SK에너지는 주유소를 네이버 이커머스 서비스의 물류기지로 활용하고, 네이버는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양사는 내년 초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SME들이 물류 과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물류 고민을 덜 수 있도록 여러 SME들의 상품을 한꺼번에 모아 공동 집하하는 '더 착한택배' 서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SK에너지가 투자한 굿스플로를 활용해 SME들의 상품을 방문 수거하고, 배송사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상품을 배송하는 구조다. 내년 초 서울 일부 지역에서 시범운영한 후 서비스 대상 지역을 점차 늘릴 계획이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네이버와 SK에너지는 SK 주유소 부지에 도심형 풀필먼트 물류 센터(MFC)를 구축해 여러 형태의 풀필먼트 가능성을 발굴할 계획이다. 입지가 뛰어난 SK 주유소 기반의 MFC가 확대되면 SME들의 상품을 근거리 물류센터에 보관 후 배송하게 돼 당일 도착과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주유소 기반 MFC가 자리잡은 지역사회와 결합해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공동구매 및 고객의 주문 즉시 배송할 수 있는 실시간 라이브 커머스 등의 새 사업모델 마련도 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이커머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물류업계에서는 신속하고 안전한 배송을 위한 도심 내 물류부지 및 물류 자동화 기술 확보가 활발하다. 이전에는 외곽지역의 대규모 물류센터에서 장거리 배송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도심 내 1, 2인 가구의 증가의 영향으로 다품종 소량 주문의 확대까지 맞물리며 물류 형태가 복잡해졌다. 땅값이 높고, 고밀도로 개발된 도심 특성상 물류업체들에게 도심 내 물류시설 확보는 과제가 됐다. 도심 곳곳에 자리잡은 주유소 부지가 도심형 물류의 최적 모델로 주목받는 이유다.

이외에도 양사는 AI와 클라우드, 로보틱스 등을 활용해 수요예측, 도심형 물류센터 자동화, 배송 혁신 등 미래 물류기술 혁신을 위한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이윤숙 네이버 포레스트CIC 대표는 "SK에너지와 물류 자동화, AI 수요 예측 효율화 등을 협업하면서 SME 중심의 온디맨드 물류를 확대하고, 다양한 물류 테크 개발에 참여함으로써 SME의 물류 부담을 줄이고, 새로운 형태의 커머스 비즈니스가 생기는 기회들도 만들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검색 포털의 다음 목표는 '자동화 세상'

네이버는 기술이 실제 사람의 삶에 스며드는 자연스럽고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핵심은 역시 자동화다. 이에 PC와 스마트폰이 아닌 하드웨어를 겨냥한 기술을 줄곧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물류 혁신을 이끌 로봇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5년 개발자회의 '데뷰'를 통해 실내자율주행 로봇 M1을 내놓은 데 이어 이젠 로봇 대중화를 꿈꾸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특히 네이버는 '로컬 5G'에 관심을 두고 기술 개발을 해왔다. 통신사가 전국을 대상으로 구축 및 운영하는 일반 통신망과 달리 로컬 5G는 특정 기업이 일부 지역에 한정해 통신망을 직접 구축하고 이용하기 위해 정부에서 할당받는 5G 주파수 대역이다. 

이는 '브레인리스 로봇' 개발을 위한 포석이었다. 네이버는 로봇끼리 5G망을 이용해 연결하고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와 실제로 움직이는 본체를 분리해 통신으로 연결해도 고성능 로봇 제어가 가능한 브레인리스 로봇을 개발했다. 지난 2019년 정보기술(IT) 박람회 CES를 통해 세계 최초의 5G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을 전세계에 시연한 바 있다. 

이어 클라우드 기반 로봇 제어 시스템 ARC를 통해 세계최초 로봇 빌딩이라 불리는 네이버 제2 사옥을 완공했다. 제2사옥에서 활약할 로봇들 역시 모두 네이버랩스가 자체 설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출원한 특허만 230개가 넘는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의 관심도 뜨겁다.

이같은 네이버 로봇 기술은 물류 등 생활 밀접형 서비스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그간 네이버랩스를 통해 다양한 산업용 로봇을 개발해왔다는 점에서 인간의 노동을 최소화하는 '물류 자동화'에 해당 기술력을 응집할 것으로 점쳐진다. 

로봇을 통한 도로자율주행도 현실화될 전망이다. 네이버랩스는 성남시와 'ALT'의 파일럿 테스트를 마무리, 기술 고도화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ALT는 도로 위를 자율주행하며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로자율주행로봇 플랫폼이다. 최종적으로는 실내 서비스 로봇인 'AROUND' 플랫폼과 연계해 모든 공간에서의 서비스 연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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