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그라운드X 제공
클레이튼의 블록체인 지갑 클립/사진=카카오 그라운드X 제공

 

카카오의 블록체인 클레이튼의 운영 방식이 바뀐다. 그간 지주사 역할을 한 크러스트의 주요 인력이 클레이튼 재단으로 이동, 카카오 중심에서 재단 중심으로 경영 방식의 변화를 꾀하는 것. 업계에선 커뮤니티에 블록체인 사업 지휘권을 이관, 보다 탈중앙성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해석한다. 구체적인 전략은 오는 27일 로드맵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20일 클레이튼 사업을 총괄해온 크러스트는 공지를 통해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 주요 인력이 클레이튼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서상민 클레이튼 재단 이사장은 "재단은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크러스트와의 논의를 거쳐 이번 조직 개편을 결정했다"며 "클레이튼 블록체인은 이번 개편을 계기로 더 탈중앙화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커뮤니티와의 신뢰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클레이튼은 카카오의 싱가포르 계열사 크러스트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원 개발사가 크러스트이지만 지난 2021년까지 클레이튼 관련 사업은 또 다른 계열사이자 국내 기업인 그라운드X가 도맡아왔다. 이후 지난해부터 클레이튼 관련 사업은 크러스트로 모두 이관됐다.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튼의 운영을 관할하는 곳이다.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하기 위해 여느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처럼 재단 형태로 설립됐다. 다만 그동안은 클레이튼 재단이 존재함에도 불구, 클레이튼 관련 사업은 크러스트에서 도맡아왔다. 여러 경영상의 결정도 크러스트를 통해 이뤄져, 사실상 중앙화 블록체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다만 이번 조직 개편으로 이 같은 사업 구조가 전면 개편될 예정이다. 앞으로 클레이튼 관련 사업은 클레이튼 재단에서 본격적으로 맡게 된다. 조직 개편 후 사업의 첫 단계로 클레이튼 재단은 '토큰 경제(토크노믹스)'를 전면 수정한다. 토크노믹스란 클레이튼의 가상자산 클레이(KLAY)를 재단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그 방향을 의미한다. 

새 토큰 경제 시스템에 대한 거버넌스카운슬 투표는 오는 22일 시작한다. 거버넌스카운슬이란 클레이튼 블록체인의 운영을 담당하는 노드(네트워크 참여자) 그룹으로, 클레이튼은 거버넌스카운슬 일원들의 투표로 블록체인 생태계의 주요 사안을 결정한다.

또 투표 안건으로 올라올 토크노믹스 계획에는 미유통(리저브) 물량의 처리 방식이 포함된다. 운영사가 보유한 토큰 물량, 즉 리저브 물량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와 관련해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클레이 투자자들은 리저브 물량을 활용하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클레이튼 측이 클레이튼성장펀드(KGF) 등을 통해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다수 투자해왔으나, 프로젝트 중 성과를 내지 못하고 사업을 종료한 것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클레이튼 재단은 리저브 물량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그 권한을 크러스트로부터 완전히 위임받고, 이를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기존 크러스트는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 해외 사업을 주도하는 한편, 투자에 방점을 둔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재 크러스트가 사업자를 맡은 한국은행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작업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중앙화 블록체인 사업은 크러스트가, 커뮤니티에 기반한 웹 3.0은 클레이튼 재단이 도맡는 방식이다. 클레이튼 자체는 카카오 계열사인 크러스트로부터 벗어나지만, 거버넌스카운슬에 속한 다른 계열사들은 노드 역할을 그대로 담당할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증권성 이슈가 불거지기전, 카카오가 중앙화의 색채를 덜어내기 위해 현 이더리움과 같은 새로운 탈중앙 시스템으로의 진화를 노리는 것으로 추정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28일 GC 투표 이후 토크노믹스 내용을 봐야겠지만, 클레이 인플레이션과 펀딩 구조, 리저브 재원 처리, 소각량 등의 구체적 내용이 중요할 것"이라며 "재단에 권한을 상당수 양도해, 탈중앙성을 키우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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