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테크M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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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블록체인의 '제로 리저브' 선언 이후 클레이튼도 사실상 제로 리저브를 천명하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로 리저브란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예비 가상자산 물량을 없앤다는 뜻이다. 소위 코인을 팔아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국내 빅테크 기업 라인과 카카오가 주도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연달아 재단 보유 가상자산을 소각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지 이목이 쏠린다. 

업계선 제로 리저브에 대한 투자자들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벤치마크하는 프로젝트들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과 더불어,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제로 리저브가 업계 전체로 퍼지진 않을거란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클레이튼 재단, 사실상 '제로 리저브' 선언

22일 클레이튼 재단은 클레이튼 기축 유틸리티 토큰인 '클레이(KLAY)’의 미유통 물량 총 약 72억8000만개의 73%에 달하는 52억8000만클레이의 신속한 소각 계획을 포함한 토크노믹스 안을 투표에 부쳤다고 밝혔다. 또 나머지 20억클레이도 향후 3년 내 최적의 활용처를 찾지 못한다면 전량 소각하겠다고 덧붙였다.

/ 사진=클레이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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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튼 재단은 이를 통해 재편성한 생태계 재원 활용 및 거버넌스 카운슬(GC) 보상 계획을 포함한 새 토크노믹스를 적용함으로써 기존 클레이 인플레이션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생태계 참여자들이 더 높은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클레이튼 재단은 지난 2019년 메인넷 출범 시 최초 100억개의 클레이를 발행한 바 있다.

/ 사진=클레이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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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억8000만클레이 소각에 더해 나머지 20억클레이도 3년 내 소각하면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이 없는 상태가 된다. 사실상 제로 리저브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클레이튼 재단의 제로 리저브 정책에 클레이 투자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라인 블록체인이 제로 리저브를 발표한 이후 클레이 투자자들은 클레이튼 재단에 지속적으로 제로 리저브 정책을 펼것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이 제로 리저브를 요구하는 이유는 투자금으로 쓰인 리저브 물량이 시장에 풀리고, 이로 인해 유통량이 증가해 가상자산 가격의 하락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클레이튼은 리저브 물량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하지만 투자에 대한 성과가 미미하고, 몇몇 프로젝트들은 클레이튼 재단에게 그랜트(보조금)를 받고 다른 블록체인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이에 클레이 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지난해 클레이튼 재단은 리저브를 활용한 투자를 중단한 바 있다.


라인 블록체인이 쏘아올린 공...제로 리저브

제로 리저브라는 화두를 업계에 처음 던진 프로젝트는 라인 블록체인이다. 라인 블록체인은 지난해 말 새로운 토크노믹스 '토큰 이코노미 2.0'을 공개하고 제로 리저브 정책을 천명했다. 대규모 리저브를 발행하고 이를 레버리지 한 투자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국내 프로젝트 중 처음으로 표한 것이다.

사진=라인 블록체인
사진=라인 블록체인

당시 라인 블록체인은 "단 한 번도 신규 발행된 링크를 현금화하거나 링크를 담보로 한 레버리지 사업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라인 블록체인의 가상자산 '링크(LN)' 가격은 연초부터 꾸준히 상승해 제로 리저브 발표 이후 열흘만에 80% 급등했다.

링크 차트 / 사진=빗썸
링크 차트 / 사진=빗썸

국내 양대 블록체인 중 하나인 라인 블록체인의 제로 리저브 선언과 링크 급등에 업계선 제로 리저브가 새로운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라인 블록체인의 제로 리저브 발표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이에 대한 이용자 피드백을 체감했을 것"이라며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이를 벤치마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로 리저브 돌풍...위믹스·엑스플라 등 김치코인은?

라인 블록체인과 클레이튼이 제로 리저브를 선택하면서 가상자산을 발행한 다른 프로젝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과심사다. '위믹스(WEMIX)'를 발행한 위메이드, '엑스플라(XPLA)'를 발행한 컴투스 그룹 등 상장사 뿐만이 아니라 대다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재단을 통해 리저브 물량을 편성해뒀기 때문이다.

다만 대다수 프로젝트들은 선뜻 제로 리저브를 선택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제로 리저브를 선택하게 되면 가상자산을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하는 중소 프로젝트들은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이점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로 리저브를 하기 위해선 자체 메인넷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체 메인넷을 사용하는 위믹스나 엑스플라의 경우 리저브 물량과 별개로 노드 운영사에게 '블록 검증 보상'과 같은 형태로 새로운 물량이 유통된다. 이에 따라 전체 또는 일부 리저브 물량 소각과 같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체 메인넷을 쓰지 않는 프로젝트의 과도한 리저브 물량 소각은 시세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통량이 증가하게 되면 새롭게 물량을 발행해야하는 리스크도 있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제로 리저브로 투자자들의 보는 눈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제로 리저브가 유행처럼 번지진 않을 것 같다. 링크와 클레이 성격이 위믹스나 엑스플라 같은 게임코인과는 달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클레이튼의 제로 리저브의 경우, 라인이 했는데 카카오는 안 하나라는 생각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며 "또 클레이튼이 현재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는 측면에서 제로 리저브를 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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