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토큰증권발행(STO) 가이드라인을 공개한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도 증권이라고 다시 한번 못 박았다. 토큰증권은 증권을 담는 그릇만 토큰일 뿐, 본질적으로 증권과 다른게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에 금융감독원도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단 기준 마련 및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 규율체계를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STO 법제도가 완비 되기 전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특례를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학계는 STO 시장이 열리기 전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토큰은 증권 담는 그릇일뿐
금융위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민당정 간담회 '블록체인이 이끄는 금융혁신, 자본시장에 힘이 되는 STO'에서 토큰증권의 본질은 증권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토큰이라는 형식이 아니라 안에 들어있는 증권계약의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이수영 금융위 과장도 "자본시장법상 증권과 상법·전자증권법상 증권 발행형태의 관계는 증권을 음식으로, 발행형태를 음식을 담는 그릇으로 비유할 수 있다"며 "어떤 그릇에 담겨 있더라도 음식이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즉 발행형태와 관계없이 증권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토큰증권이라는 이유로 규제를 완화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위는 올 상반기 내에 토큰증권을 위한 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빠르면 내년 말부터 토큰증권 시장을 정식으로 연다는 계획이다.
토큰증권=증권...금감원, 증권성 판단 지원한다
금감원도 증권성 판단 지원을 통해 금융위의 행보에 발을 맞출 예정이다.가상자산의 증권 여부 판단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업계의 일관성 있는 판단을 지원하기 위해 가상자산 거래소 대상 간담회·설명회를 수시 개최하고, 체크리스트 제공할 계획이다.
이윤길 금감원 팀장은 "쟁점 사항에 대해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것"이라며 "증권 여부 관련 쟁점사항을 심층 분석하고, 전문가 의견 수렴 및 금융위원회와의 협의 등을 통해 증권 여부 판단 사례를 축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금감원은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도 정비한다. 조각투자 등 투자계약증권 증권신고서 제출에 대비해 세부 심사기준 정비한다는 설명이다. 또 신설예정인 발행인 계좌관리기관 및 소액공모제도 관련 인허가 공시 심사기준을 마련하고, 토큰증권의 전매기준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닥사와 협업하는 금융당국...증권성 이슈 도마 위로
금융당국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가 회원으로 있는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 DAXA)와 함께 증권성 판단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윤길 금감원 팀장은 증권성 판단 관련 "증권성 판단이 애매하면 닥사가 금감원 TF에 보고를 하고 있다"며 "닥사로부터 자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팀장은 행사 이후 기자와의 대화에서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설명했다.또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재진 닥사 부회장도 "금감원과 소통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 증권성을 띄는 가상자산은 상장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원화마켓을 보유한 가상자산 거래소에 증권성을 띄는 가상자산이 상장돼 있지 않다고는 하지만, 글로벌 규제 흐름과 국내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라 증권성 이슈가 다시 한번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뒤흔들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수영 과장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정부가 증권성 판단을 해줘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하는데, 불분명하면 안 하는게 맞다"며 "판단이 애매하다면 금융위에 요청해 판단을 받으라"고 전했다.
STO에 진심인 증권사...특례 및 가상자산 사업 허용 요청
한편 새 먹거리로 STO를 선택한 증권사들은 STO 법제도 완비 전 테스트를 위한 특례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류지해 미래에셋증권 이사는 "관련 법규가 완비되기 전에 향후 증권사의 역할을 선행적으로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규제샌드박스를 전향적으로 적용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홍상영 삼성증권 담당 역시 "다양한 기초자산의 유동화 및 자금조달 방식의 테스트 니즈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특례 심사 방식 마련을 조심스럽게 제안한다"며 "기존 심사 결과를 가능한 상세하게 공유함으로써 준수해야 하는 요건들을 미리 확인 및 준비할 수 있도록 하고, 자산의 특성 등 차이점에 집중해서 심사하는 등 간소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세일 신한투자증권 부서장은 "한국은 금융 시장에서 글로벌 평균에서 많이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전통 금융 기관에게 STO 뿐 아니라 비증권형 토큰인 가상자산에 대해 전향적인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 디지털자산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투자자 보호 외치는 학계...'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촉구
이밖에 학계는 투자자 보호를 강조하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재정을 요청했다. 류혁선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STO가 금융소비자 효용에 기여하는구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며 "토큰증권 도입 자체가 혁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토큰증권의 등장으로 거론 되는 투자 형태들은 이미 다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란 설명이다.
또 류혁선 교수는 "증권성 여부가 문제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자 보호 미비에 기인한다"며 "국내 법규의 엄중성에 비추어 볼 때, 법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증권성 여부 판단은 최대한 신속할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조속한 제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디지털자산법 부재로 인해 가상자산과 토큰증권의 규제차익이 매우 커서 증권성 판단에 관한 이슈가 국내에서 더욱 큰 문제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증권성 이슈는 가상자산 시장의 숨은 뇌관"이라며 "기존 법을 적용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규제 공백이 너무 크다. 디지털자산법 제정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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