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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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을 둘러 싼 각종 사건사고로 산업이 만싱창이가 된 이제야 가상자산 관련 법안 제정에 속도가 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상장 브로커 사건과 살인 사건 이후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호보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데 이어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사태 이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처리를 예고했다.

뒤늦게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산업이 만신창이가 되고 나서야 법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단편적 규제만 있을뿐 전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만신창이 되고 나서야...빨라지는 입법 시계

24일 국회 행안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재산 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는 가상자산은 재산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현금·주식·채권·금·보석류·골동품·회원권 등만 신고하면 된다. 다만 인사혁신처는 가상자산도 등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국회
여의도 국회의사당/사진=국회

이번 개정안은 김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을 계기로 마련됐다. 김 의원이 수십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투자했던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같은 김 의원의 수입억원 규모 투자 활동이 고위공직자로서 바람직하지 않고, 또 이해상충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정무위도 지난 11일 전체회의를 열고 가상자산 이용자 호보 등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가상자산 '퓨리에버'를 둘러싼 살인사건 발생과 코인원 상장 직원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6년 이상 멈춰있뎐 가상자산 법안이 첫발을 뗀 것이다. 

하지만 업계선 규제 법안이 너무 늦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규제의 부재로 인해 사건사고에 대비하지 못했고, ▲가상자산 시세조종 ▲러그풀 ▲상장 브로커 등에 더해 정치권이 엮인 이슈까지 붉어지면서 업계가 만신창이가 됐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특성 고려 안한 법안...가이드라인은 여전히 부재

아울러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땜질식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개한 가상자산 이용자 호보 등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이번 법안은 ▲이용자 자산의 보호 ▲불공정거래의 규제 ▲감독 및 처분 ▲벌칙을 골자로 한다. 

가상자산의 특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본시장법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또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앞으로 발의될 가상자산 관련 법안들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유럽연합(EU)이 최근 승인한 가상자산 법안 미카(MiCA)는 불확실성을 제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경희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EU의 가상자산시장(MiCA) 법안의 주요 내용' 보고서를 통해 "미카는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겠지만, EU 국가별로 상이한 입법 체제를 끝내고 가상자산사업자가 운영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제 구조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또 가상자산 투자자에게 있어서는 미카가 만연한 시장 남용, 사기 및 해킹의 피해자로 오랫동안 방치된 가상자산 투자자에 대한 보호를 핵심으로 하고 있으므로, 이는 새로운 투자자의 유입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재우 한성대학교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는 "발행, 채굴, 상장, 거래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정책 수립을 고려해야 한다"며 "파편화된 방식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규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개인과 기업들이 확실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조 교수는 "정부 부처 측면에서도 통합적인 정책 수립을 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 금융위원회가 가상자산을 다루고 있다보니, 일부분 밖에 커버할 수 없는 것"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다양한 부처가 협업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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