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 인터뷰
"팬덤으로 창작 기반 마련해야...주요 소비 계층 선호 IP 발굴 중요"
태풍의 영향으로 야외에서 비 맞던 컴퓨터를 행사 도중 부리나케 옮겨야만 했던 글로벌 게임쇼가 어디 있을까.
바로 여기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이 10주년 생존 신고식을 치렀다. 우여곡절 끝에 살아남은 이 행사에 다녀간 참관객은 그동안 28만9000여명에 이른다. 스폰서와 파트너는 각각 54개와 21개, 전시작은 세계 50개국 1418개에 이른다. 올해는 규모를 더욱 키웠다.
그간 많은 것들이 변했다. 초기 행사 때 쳤던 실외 천막은 부산 벡스코의 높은 천장이 됐다. 예산이 부족해 회식 때 각출했던 개발자들의 쌈짓돈도 이제는 대체 가능할 정도의 지원을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인디 게임에 대한 인식 폭도 넓어졌다.
다음 10년 '경쟁력 강화' 방점..."대세는 캐릭터 중심 IP"
BIC는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10년을 내다보고 있다. 서태건 BIC 조직위원장도 지난 16일 인디 게임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새로운 지원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양적 성장에 해당하는 생태계 조성을 넘어 다음 단계로 진입하겠다는 의지다.
BIC가 그리는 '다음 단계'는 자생력 확보라는 뚜렷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다. 인디 게임이 상품으로서 보다 원활하게 소비되는 환경까지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득우 BIC 심사분과위원장은 '테크M'을 만나 "캐릭터 중심 지식재산권(IP) 창작이 앞으로 중요한 대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적 요인보다 팬들에게 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설명이다. '산나비'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산나비'는 원더포션의 2D 사슬액션 게임이다.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을 공감대 높은 서사로 풀어내 성공적인 흥행기록을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BIC 2024 행사장에서도 굿즈를 사려는 팬들이 줄을 이었다.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은 게임 소비에 대한 사회적 변화상을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젊은 층에게 게임이 별개의 미디어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폰이나 PC로 소비하는 다양한 미디어의 한 종류로 정착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우리가 향후 10년간 대면해야 할 과제는 결국 주요 소비 계층이 호응하는 IP를 발굴하는 일"이라며 "BIC 행사의 아이덴티티를 변화시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창작 기반 마련해야...인디 게임 창작소 될 것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은 행사 기획을 맡아 2015년 BIC의 시작을 함께했다. 2017년 사단법인 설립 후 사무국장을 역임, 현재는 게임분과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10년의 부침을 겪으며 업계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그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과열되면서 인디 게임 개발에도 상업성이 주된 고려 요소로 인식되던 시기가 있었는데 올해 출품된 게임들을 보면 다시 과거로 회귀한 것 같다"고 했다.
모바일 게임 개발 붐이 일기 이전처럼 개성 넘치는 게임들을 선보이면서도 완성도는 한층 높였다는 평가다.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은 "특히 젊은 창작자들의 약진이 놀랍다"며 "AI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소규모 개발 경향이 심화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결국 BIC는 인디 게임을 둘러싼 개발이나 소비, 경쟁 환경 변화에 맞춰 창작자들에게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선택을 장고 끝에 내리게 된 셈이다.
이득우 심사분과위원장은 "넥슨이나 크래프톤 같은 큰 기업도 당장의 경영적인 판단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IP 프랜차이즈를 만들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BIC도 인디 게임 창작소로 포지셔닝해 문화산업의 핵심이 되는 이런 부분을 키워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지향해야 할 것은 다양성 시대에 내 편들(팬덤)을 계속 만들어 창작활동을 지속 가능한 형태로 발전시키는 데 있다"며 "잠재력을 지닌 젊은 층의 니즈나 트렌드를 잡는 일이 우리에서 주요한 '키'가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부산=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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