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챗GPT
이미지=챗GPT

 

달러 스테이블코인 선두주자 테더(USDT)와 USDC 운영사 서클이 국내 결제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어 주목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클은 최근 국내 결제 인프라 보유 기업들과 직접 제휴를 추진, 지분투자 방식을 비롯한 다양한 협업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히스 타버트 사장이 최근 방한한 이후, 국내 PG사와 결제업체들, 카드 및 금융 지주사 등 전방위적인 국내 파트너사 협업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테더와 더불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서클은 USDC를 통해 국내 결제 생태계에 진입,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결제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미국 대표 커머스 기업 쇼피파이는 스트라이프와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스토어가 USDC를 결제수단으로 받을 수 있도록 API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카드 네트워크에도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정산 레이어로 점차 편입되고 있다. 비자는 솔라나 네트워크 기반으로 USDC 결제 정산 파일럿을 글로벌 지역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마스터카드 역시 서클과 파트너십을 맺고 디지털 자산 결제 실험을 병행 중이다. 국내서도 이를 위한 파트너 찾기에 나선 것.

앞서 이달 초에는 테더의 마르코 달 라고 부사장, 퀸 르 아태지역 총괄, 안드레 킴 중남미 매니저가 한국을 찾아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영서 KB국민은행 부행장 등 국내 주요 금융사 관계자들과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테더 인사들은 이번 방한 기간에 토스와 나이스그룹 등과도 협업 관련한 제휴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해외 결제·정산 과정에서 국내 결제, PG사들은 카드사·국제 브랜드(Visa, Master 등) 네트워크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블록체인 네트워크 수수료만으로 거래가 가능해 비용 효율성이 높아진다. 특히 글로벌 커머스·게임·콘텐츠 기업과의 정산 구조에서는 몇 퍼센트포인트의 수수료 절감이 곧바로 마진 확대 효과로 이어진다.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수익 확대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 또한 달러 기반의 글로벌 통용성을 앞세워 K-콘텐츠, 게임, 커머스 기업들이 글로벌 팬덤과 직접 거래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기업들의 중간 비용을 크게 낮추는 대신, 자신들의 한국 내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해외 결제, 소액 송금, 온라인쇼핑에서 기존 금융권보다 빠르고 저렴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모바일과 디지털 결제 환경이 잘 갖춰진 국내 결제 환경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 결제 시장이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을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여건을 이미 지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 제도화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달러 기반 결제 수단이 국내시장에 빠르게 뿌리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관련 법안들이 속속 발의됐지만, 각 상임위원회가 별도의 법안을 들고 논의를 주도하려 해 제도 확정까지 시간이 상당수 걸릴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에 대한 규제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어, 사업자 간 협업을 막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전자 결제망을 이미 장악하고 있는 PG, 간편결제 사업자들은 카드 및 계좌 기반 결제를 스테이블코인 정산으로 치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통로"라며 "간편결제 사업자는 카드망 의존도가 낮아짐에 따라 중개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스테이블코인 지갑 및 온보딩 허브의 역할을 새롭게 할 수 있어 서클-테더와의 제휴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자리를 달러 사업자들이 먼저 공략하고 있어, 당국의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