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구글 /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정부가 구글의 1 대 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요청 결정을 한 차례 더 연기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행 규정을 유지할 경우 구글 반출에 대한 위기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국외반출 규정이 공간정보의 중요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빈틈이 존재하는 만큼 구글은 물론, 해외의 다른 기업들도 고정밀 데이터를 요구해 올 여지가 존재하는 만큼 불안한 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약속 반영 못 한 신청서...내년 2월까지 시한 연장

11일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은 국외반출 협의체를 열고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보류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금일 심의과정에서 구글의 대외적 의사표명과 신청서류 간 불일치로 인해 정확한 심의가 어려워 해당 내용에 대한 명확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신청서의 기술적인 세부사항 보완을 요구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글은 지난 9월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정부가 요구한 영상 보안처리 및 좌표 표시 제한에 대해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으나, 해당 내용을 포함한 보완 신청서를 추가로 제출하지 않아 당국은 결정을 보류했다고 전했다.

보완 신청서 제출 시한은 60일로, 내년 2월 5일까지 구글 측은 해당 자료를 보완해 제출해야 한다. 해당 제출이 완료될 경우 협의체는 다시 심의를 거친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계획이다. 

크리스 터너(Cris Turner)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도 서비스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크리스 터너(Cris Turner)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이 9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도 서비스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간담회 당시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정책 지식 및 정보 부문 부사장은 "구글은 한국 정부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지도 및 구글 어스에서 민감 시설에 대한 가림 처리 등 추가적인 보안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정부 요청에 따라 최종 사용자에게 한국 내 좌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보·데이터 주권 우려 '여전'

정부가 민감 시설 블러 처리를 요청한 이유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성과 함께 안보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만과 우크라이나 등에서 군사 시설이 구글 어스에 노출됐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안보 시설 노출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안보 위험에 따른 우려가 발생하는 만큼 정부는 데이터 관리 운영 주체를 한국에서 맡고 구글에 제공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구글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앞서 구글 지도에 '동해'가 '일본해'로, '독도'는 '다케시마'로, 울릉도의 '독도박물관'은 '김일성기념관'으로 잘못 표기된 사례가 있는 만큼, 데이터 관리 및 운영을 한국 측에서 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황성혜 구글코리아 부사장이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황성혜 구글코리아 부사장이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이와 관련해 지난 국정감사에서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군사시설이나 논쟁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한 표기는 우리나라가 할 수 있는 왜 구글이 주체가 돼서 한다는 건가"라고 질의했고, 황성혜 구글코리아 부사장은 "분단이라는 한국 상황의 특수한 안보 이슈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고 위성 지도 부분은 별개로 가림막 처리를 해서 보안 시설들이 나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정부는 국내 서버에서 고정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 설립을 요청했지만 구글은 이 또한 거절 의사를 밝혔다. 터너 부사장은 "내비게이션 경로 계산은 실시간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반영해야 하기에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컴퓨팅 파워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개정 없이는 시한폭탄 안고 가는 셈"

이번 구글의 데이터 반출 요구는 지난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세번째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번 요청에 대해 지난 5월과 8월에 결정을 유보한 바 있다. 한미 통상 문제가 얽혀 있어 쉽사리 반출을 불허할 수도 없기에 또 한번 더 결정을 연장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행 규정을 제대로 개정하지 않으면 구글의 반출 요구가 되풀이 되는 만큼 결국 국내 지도 업계만 늘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구글과 같은 데이터 반출에 대한 요청은 '측량성과 국외반출 허가심사 운영규정'에 의거해 처리하게 되는데 ,해당 규정상 결정 기한 연장 횟수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규정에는 협의체 동의가 있을 경우 반출이 허용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면 1회, 60일에 한해 연장 가능하다고 명시돼있다. 이에 따라 당초 국토지리정보원에서도 추가 연장이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으나, 구글 측 자료가 부실하자 또 한 차례 연장하게 된 만큼 개정이 안된다면 언제든지 다시 반출을 요구, 압박해 올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지도 업계 관계자는 "지금 운영되는 국외 반출 심사 규정은 종이 지도 시절에 만들어졌던 만큼 디지털 시대의 공간정보 개념과 중요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번 반출 여부를 떠나 시대착오적인 규정을 하루빨리 개정해야만 국제 정세의 압박과 무관하게 국내 지도 데이터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