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심심할 때마다 대형 코인 관련 커뮤니티에 가보면,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 아니라 잡알트의 민족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더리움 2.0의 시작이 머지 않았다는데, 영어의 압박 때문인지 국내에 관련 자료는 정말 부족하다. 많은 사람들이 작업 증명이 지분 증명으로 전환되기 시작한다는 정도를 이해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20일, 드디어 이더리움 2.0을 다루는 한국 행사가 열렸다. 서울 이더리움의 온라인 밋업은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비가 됐다. 3시간 15분이라는, 온라인 행사 치고 상당히 긴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천천히 내용을 소화해 봤다. 지난 5월 세계적 행사인 이더리얼 서밋 때와 사뭇 다른 방향성이 흥미롭다. 


야, 너두 스테이킹 할 수 있어!


서울 이더리움 행사는 5가지 아젠다를 선보였는데, 업계와 지지자 모두를 고려해 선정됐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아젠다는 'ETH 2.0 PoS 밸리데이터 되기'였다. 이건 이더리움 개미 홀더까지 포괄하는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이더리움 네트워크에 직접 지분을 증명하고, 향후에는 리워드를 얻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현재 이더리움 테스트넷의 많은 시도들은 Prysmatic labs라는 블록체인 개발 팀에서 만든 네트워크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토파즈 테스트넷을 런칭하고 이더리얼 행사를 하던 올 4~5월에는 화려한 제네시스 행사와 함께 팀의 적극적인 홍보가 뒤따랐지만, 한국에는 관련 콘텐츠가 전무했다.

다행히 최근 버전인 오닉스 네트워크에서 스테이킹 밸리데이터 역할을 '시험삼아 해 보는(보상은 아직 없다)' 방법을 서울 밋업에서 설명해 줬다. 요약 정리 슬라이드에서 시작해 가이드 문서 찾는 법, 실제로 따라해서 나오는 모든 결과물을 라이브로 시연했다. 지금은 개인 노트북으로도 된다니 마음만 먹으면 따라할 수 있다. 게다가 아직은 32이더리움이 없어도 해볼 수 있다. 하는 법 자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호기심 꿈나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세상에 생각보다 '이더교' 신자가 많다는 것이 이더리움 커뮤니티의 큰 자랑이었는데 정말인 것 같다. 6월 20일 2만3000여개였던 밸리데이터가 불과 8일 후 3만개를 돌파할 정도니까. 그러니까 한국에도 이런 콘텐츠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가뭄 속의 단비와도 같았다.


'8282' 열일을 돕는 이더리움 L2 스케일링... 비콘 체인은?


5월 이더리얼 서밋과 가장 큰 차이점으로 느낀 부분은 한국 주최의 중점 분야 차이 때문인지, 레이어2 스케일링 솔루션에 상당히 집중한다는 점이었다. 스케일링은 매우 바람직한 미래 방향을 제시한다. 거래 수수료, 대기 시간, 처리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 사용자도 개발자도 분명 좋아진다.

그런데, 일단 나무 줄기가 바로 서야 나뭇가지가 자랄 수 있다. 이더리움 2.0의 이정표 중 가장 임박한 Phase 0은 비콘 체인, 즉 레이어1의 기틀을 닦는 과정이다. 그 이후 나올 수많은 레이어2의 합의들을 관리하고 시스템을 서로 연결하는 체인이다.

순서상 나무 줄기에 해당하는 Phase 0 비콘체인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웠다. 특히 서두에 언급했던 대로 한국인은 잡알트의 민족 아닌가. 세상엔 '이더리움 2.0 Phase 0 언제 시작해요?'만 궁금한 사람들이 더 많다. 비록 그게 이더리움의 떡상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는 분명 중요하다. 

이더리얼 서밋에서는 테스트넷 클라이언트사들이 비콘체인 메인넷 시기는 3Q 혹은 4Q라고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아직도 국내 기사는 '이르면 올 7월'이라고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보다 지연되는 것으로 보인다.

비콘체인은 기본적으로 여러 클라이언트를 지원하는 형태로 나올 예정이기에 각 클라이언트사들의 방향성에 대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제로 베이스에서부터 공부해 온 초심자로서, 줄기를 먼저 잘 이해하면 가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개인 스테이킹은 아직 어렵다


이더리움에서는 앞서 나온 위임형 지분 증명 방식들과 달리 투표만 통과한다면 개인이 32이더리움당 밸리데이터 하나씩을 만들 수 있다. 믿을만 한 밸리데이터에게 지분을 맡기는 기존에 익숙한 타 코인의 방식(코스모스, 테조스 등)과 차이가 있다. 그럼 써드 파티 서비스 제공 업체가 전혀 나오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여전히 개인이 오프라인이 되지는 않는지 서버를 살피고, 보안도 유지하며, 이중 서명을 칼같이 막는 것은 절대 일정 이상의 지식 없이 쉬운 일이 아니다. 지분 증명 방식에서는 이를 실패했을 때, 페널티가 존재한다. 즉 가진 이더리움을 빼앗기게 되는 무서운 일이 벌어진다.

세상에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기여에는 관심이 있지만 보안과 안전성 얘기라면 무서워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런 수요가 있는 한 써드 파티 서비스 제공 업체 위주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전세계로의 분산'을 노리는 이더리움의 계획은 아마도 '서비스 제공 업체의 분산'이 달성됐을 때에야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Phase 0 메인넷에서의 스테이킹은 다소 '신앙'이 필요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원웨이 예치 방식으로 나와 있어, Phase 1 전환 이전에 예치한 이더리움을 출금할 수 있을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Phase 0 기간에 대한 예측은 12-18개월 정도가 통상이고, 일부는 24개월까지 본다. 단기 트레이더는 얼씬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더리움 재단도 '열성 지지자'의 참여를 현실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Phase 0이 참여자에게 보상을 제공하려면 52만4288 이더리움의 예치가 필요하다. 성공해야 출항을 하는 것이다. 이 거대한 실험을 향해 커뮤니티는 한발한발 전진 중이다. 한국도 이더리움의 분산화에 기여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될까. 한국 블록체인 시장의 열성 지지자 비중은 아직 상당하기에, 보다 많은 정보가 나오는 행사들이 더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글=스존(김태린)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