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같은 퍼블릭 체인
특금법 시행령 이후에나 윤곽 드러낼 듯
프라이빗 체인은
실제 사용 사례 있어 그나마 다행

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스존(김태린)님 /캐리커쳐=디미닛

 

"오프라인 입장은 스마트 체크인 '비짓미(방문자 신원인증 앱)'로 이뤄집니다."

비짓미는 지난 22일 열린 블록체인 비즈니스 포럼 행사에서 보였던 특이한 입장 방식이다. 올 7월 아이콘 밋업에 참여했을 때 시도했다가 실패했는데, 드디어 실천에 옮겼나 보다. 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섞은 행사로 개최됐다.

청중은 분명 '비즈니스 포럼'인 만큼 업계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투자자들에게도 유의미한 인사이트를 줄 수 있는 행사가 더 개최되면 좋으련만, 그런 시도들은 프로젝트 홍보를 빼면 아직 미약해 보인다. 그래도 제한적이지만 블록체인 기반 신원인증 서비스를 실제 체험시키는 시도는 의미있었다.

아젠다 전체적으로는 1부 프라이빗 2부 퍼블릭으로 나누려 한 느낌이었는데,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퍼블릭 체인 관련 진척은 딱 그 현주소를 보여주는 수준이었다.

특금법 관련 이야기만 3명 모두 중첩해 소모적으로 구성한 점이 문제였다. 각 소주제별로도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을 같이 느꼈고, 이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블록체인 비즈니스의 미래


1부는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의 융합, 분산신원인증(DID)를 적용하는 아이콘루프의 사례, 그리고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다방면에 적용하고 이를 연결함으로써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IBM의 시도에 대한 강의로 구성돼 있었다.

기조연설에서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의 융합에 이야기를 다뤘다. 4차 산업혁명으로 ABCD(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데이터의 앞글자를 땀)간 융합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 것이 기본 전제다.

인공지능에 필요한 '양질의 대량 데이터' 확보를 위해 블록체인에 인공지능간 소통한 데이터를 남겨 두고, 블랙박스와 같이 밝혀내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제는 짧고 명확하지만, 이를 설명하는 순서가 왔다갔다 하는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려는 느낌보다는, 자료를 단순 나열하고 이런 자료가 있다고 짚어주는 느낌이 강했다.

DID의 실생활 적용에서는 현 플랫폼이 가진 문제점을 구글이 옐프와 파트너십 하에 성장 후 옐프를 검색결과에서 배제한 사례, 트위터 해킹시의 동시다발적 유출과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논란 등을 예로 들어 정리하면서, 그 해결방안으로 탈중앙 디지털 신원을 제시했다.

플랫폼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사일로에 모으고 서비스를 확장하는 플랫폼 자본주의는 신원을 개개인이 소지, 활용하게 함으로써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원의 탈중앙화가 발급의 탈중앙화까지를 목표로 삼기도 하지만, 현재 DID를 진행하는 사업들은 중앙화된 발급처의 신원을 개인이 소지하고, 필요한 정보만 서비스 제공자에게 전달하는 개념까지를 현실적으로 셀프 소버린으로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생태계 구축 주제로는 IBM의 프라이빗 블록체인 기반의 다양한 사례들과 그 연동에 대해 설명했다. 블록체인을 '비즈니스 참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자산을 스마트컨트랙트 기반으로 거래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기술'이라는 비즈니스적 재정의를 내려 준 점이 인상깊었다.

IBM의 여러 사례를 언급하면서 다양한 참여자가 '페이퍼 중심의 업무를 디지털화'한 데만 초점을 맞춰 설명한 점은 아쉬웠다. '서버 쓰면 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을만한 설명으로 느껴졌다.

프라이빗 체인의 사용 동기는 서로 신뢰 가능한 참여자간에 믿을 수 있는 데이터가 타임스탬프를 따라 기록된 원장을 갖는 것이 아닐까 한다. 블록체인만의 이점에 좀 더 포인트를 맞춘 설명이 필요했다.


디지털자산의 제도적 안착과 활성화 방안


2부는 3개의 강의로 구성되었지만, 사실상 한가지나 다름 없었다. 글로벌 규제 트렌드와 그에 따른 우리 나라의 특금법 준비, 그리고 특금법이 현재 가진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내용이었다.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진입과 미래 주제로 진행된 발표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규제를 준비하는 글로벌 주요 당국의 규제 트렌드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한 제언을 하고자 하는 업체가 있다면 매우 유용할 내용이었다.

우리나라는 규제가 빠른 편이 아니고, 해외에 많은 선례가 있어 따라가야 할 것들이 많아 보인다. 특히 실증사례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규제 샌드박스 확대가 필요하고, 업권법의 필요성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로 맺어졌다.

디지털 자산 금융권 정착을 위한 조건 주제에서는, 거래소 입장에서 금융기관과 협업하면서 느꼈던 인사이트가 나왔으면 최선이겠지만 그런 내용은 없어 가장 아쉬운 아젠다였다. 앞 발표에 중복되는 내용이 많았고, 단순히 우리나라는 '특금법 전후로 기사 어조가 많이 바뀌었다'정도의 하나마나한 언급을 했다.

마지막 특금법의 한계와 보완점에서는 현행 특금법의 과중한 부분을 주로 지적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신고제라면서 사실상 허가제인 점, ISMS 인증을 매출과 상관없이 의무화시키는 것이 타 법과의 형평성이 떨어지는 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동일 은행으로 요구하여 가상자산사업자의 경제활동 자유를 침해하는 점 등이 지적됐다.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과도한 측면이 분명히 있으나, 이는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에게 갖는 시선과도 유관할 것이라 쉬이 개선될 문제로 보이지는 않는다. 다만 모두가 생각해볼 수 있도록 이를 지적한 점이 의미있었다.


퍼블릭 체인은 암흑기, 프라이빗 체인은 태동기


이날 들은 것들이 블록체인 비즈니스 현주소의 극히 일부분이겠지만, 퍼블릭 체인 관련해서는 암흑과도 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모든 계획이 특금법 시행령 이후에 나올 것마냥 안개 속에 있어 보인다.

프라이빗 체인 관련 사업도 결코 다른 국가 대비 빠르지는 않지만(그래서 IBM은 해외 사례를 설명했다), 샌드박스를 포함해 실제 사용사례의 태동기라도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다.

이번 행사는 어찌보면 현재에 대한 '팩트폭행'의 장이 된 느낌도 있는데, 업계에서도 그렇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이런 행사를 통해 한번 짚어 본 계기로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도 속히 나오고, 여러 사업 주체들도 보다 속도를 내기를 소망해 본다.

 

글=스존(김태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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