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버는 승리한다고 믿었던 수많은 코린이들이 존버를 포기한 그 순간, 2020년 3월 대폭락을 기점으로 코인 시장은 날아올랐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단연 상반기 큰 화제였던 코인 중에, 한국인이 많이 물렸기로 유명한 에이다(ADA)가 있었다.
3월 저점이 30원도 되지 않았는데, 5배나 넘게 올랐다. 하지만 한국에는 에이다와 카르다노를 알리려는 시도는 거의 없다시피했다. 그래서 코인의 인지도에 비해 근황이나 실질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 7월초 '카르다노2020' 행사가 있었다. 모두가 디파이 제철 과일을 따먹느라 바쁘지만 그쪽만 제철인 건 아니다. 다만 이쪽 과일은 참 늦게 열린다. 이해하려는 시도가 없으면 영원히 모를 것 같다. 그래서 마음먹고 '먹방의 요정', 아니 카르다노 체인의 창시자 찰스 호스킨슨의 설명을 들어봤다.
5년간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위함이었다
육상 선수가 5년 동안 무릎을 꿇었다가 반동으로 튀어나간다면 꼴찌할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다행히 옆 친구들도 아직 썩 멋지게 뛰지는 못하고 있다. 2015년 '바이런'이라는 로드맵 단계에서 메인넷을 출시했고, '셸리'가 7월말에 나오기까지 무려 5년이 지났다.
특히 에이다를 품은 체인 카르다노의 합의 방식인 우로보로스(Ouroboros) 지분 증명 방식은 7월말 셸리 하드포크 성공 이후부터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니 한달도 채 되지 않았다. 다른 체인에서 이미 돌아가고도 남는 스마트 컨트랙트, 사이드 체인 등의 기능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한수를 두는 데 터무니없이 오래 걸리는 완벽주의자 같기도 하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탈중앙 스테이킹 개시에 5년이나 걸렸냐'라고 할 법도 하다. 하지만 우로보로스는 다른 체인과 명백히 다른 목표, 즉 최대한의 분산을 지향하도록 설계됐다. 시작부터 스테이크풀 1000개 정도에서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찰스에 따르면 "토큰의 가치가 증가할수록, 즉 프로젝트가 성공할수록 더 많은 소규모 스테이크풀 운영자가 참여하여 경쟁하도록 유도하는" 분산성이 향상되는 시스템을 가졌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전문 채굴풀에 의한 수직적 통합에 대한 정반대 행보로도 볼 수 있다. 이런 '무언가 다른(Something different)'이 가져온 느림이었던 것이다.
다른 체인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나면서 운영자들의 성능과 기능이 향상되면서 시스템의 속도 등 성능도 따라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앞의 목표를 달성하려다 보면 뒤는 좀 더 천천히 갈 것으로 보인다.
카르다노가 갖는 특이함
카르다노에는 '슬래싱'이라 알려진 이중 서명 등에 대한 페널티가 없다. 카르다노는 '실패는 곧 죽음'이라는 문법을 바꾸고자 시도했고, 실패시 가진 것을 빼앗는 역사를 바꾸는 데 오래 걸렸다고 한다. 자산을 빼앗기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점에서 일단 "뒤에 나온 것이면 더 향상된 것이어야 한다"는 명제에 부합한다.
찰스의 표현을 빌리면 "대중성에 타협하기보다 정교한 완성도를 위해 언어 체계를 바꾸기를 지향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 수많은 연구를 발표했고, 학계의 참여도 이끌어냈다. 값싼 해결책은 지양하겠다는 멋이 느껴진다. 다만 이러한 부분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채널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정 전력 소비량 수준에서 스테이크풀 운영은 가능하지만, 컴퓨터를 계속 켜 놓는 것은 충분히 부담일 수 있다. 블록프로듀서(BP)들의 몫이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의 위임 지분증명과는 살짝 다르게, 이러한 부담에 대한 차선책 선에서의 위임이 옵션으로 주어져 있는 점도 특이하다.
댄과의 디스배틀, 승자는 가려질까?
이미 앙숙으로 잘 알려진 다니엘 라리머(댄)와는 최근까지도 설전을 벌이고 있다. 댄은 지난 3일 트위터로 카르다노 프로토콜은 통화 외의 사용이 부적합하며 불가능하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디파이 유즈 케이스에는 응답시간이 너무 길어 부적당하다고 디스했다.
이에 대해 찰스는 올해 스마트 컨트랙트와 네이티브 자산이 출시될 예정이고, 응답시간은 이더리움보다 짧을 것이며, 카르다노의 오프체인 프로토콜인 히드라에서는 1초 미만까지 본다고 답했다.
로드맵 1단계에서 2단계까지 5년이 걸린 반면, 3단계인 스마트 컨트랙트 사용 단계는 올해에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아마 매우 바쁠 텐데, 올해 안에 나오지 못한다면 댄은 아마도 또 한번 디스할 것이다.
카르다노는 비트와 이더의 모델을 묘하게 섞은 확장 유티엑스오(EUTXO)라는 스마트 컨트랙트 모델을 제안한다. 스마트 컨트랙트 정보를 포함할 수 있는 데이터 필드도 있고, 트랜잭션을 출력하면서 값이 전달도 되게끔 만든다고 한다.
항상 카르다노는 전에 없던 것을 만든다. 그래서 결과물을 볼 시점이 걱정되기는 한다. 댄도 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카르다노 더러 '총알 못 막는 800파운드 방탄조끼, 왜냐하면 작동을 하지 않아' 라고 놀렸던 일화는 유명하다.
댄과 찰스의 탈중앙 목표에 대한 생각은 출발부터 다르다. 댄은 파레토 법칙에 따라 네트워크를 제어하는 풀은 소수로 귀결될 것임을 주장해 왔고, 그래서 카르다노가 단순히 탈중앙에 대한 환상에 젖어있다는 의견을 펴고 있다. 아마 댄은 카르다노를 위임된 지분 증명(DPoS) 카피캣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찰스는 아니라고 주장하는 대립의 근거가 이 부분에 존재할 것이다.
둘 모두 지분 증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의 해결법을 제시한 선구자로 유명하다. 이오스가 먼저 많은 것들을 시도하는 동안 묵묵히 개발만 해 온 카르다노. 과연 총알 못 막는 방탄조끼로 그칠 지, 아니면 드디어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줄 지 올해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팝콘을 들어 볼 생각이다.
글=스존(김태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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