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파이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지난 8월24~26일 코리아 디파이 로드쇼가 열렸다. 이 행사에서는 한국 시장에서 디파이 태동기를 이끄는 업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앵커를 준비하는 테라, 트리니토를 운영하는 DXM, 그리고 오르빗체인을 운영하는 오지스가 그 주인공이다.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디파이 프로젝트라면 아이콘에서 진행되는 '밸런스드' 정도일 것 같다.
행사에서 업체들이 언급한 내용에 공통점이 있어, 이들을 'K-디파이'라고 정의하고 어떤 공통점이 있고 그 앞날은 어떨지 생각해봤다.
이더리움 단점 해결이 고객 유치법
디파이 큰형님이 메이커다오, 디파이에서 가장 흥한 서비스 플랫폼이 유니스왑이라면, 디파이 이자농사를 트렌드로 만든 조상은 와이파이(YFI)일 것이다. 이 셋은 확고한 '디파이 메이저'로 자리잡았다.
여러 블록체인 플랫폼들은 모두 "자기 플랫폼 버전의 메이커다오, 유니스왑, 와이파이를 만들었다"고 일제히 외치면서 이더리움의 비싼 수수료에 'gg'를 친 고객 유치에 여념이 없는 상태다. 이런 모사 작전이 어느 정도는 가시적 성과를 누리고 있긴 하지만 앞날 예측이 쉽지는 않다. 실제로 모사 서비스에서 재미를 못 본다는 후기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오르빗체인, 테라, 아이콘은 공통적으로 인터체인 속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K-디파이'의 접근법은 코스모스/폴카닷 생태계가 접근하는 디파이와 다소 닮아 있다. 즉, 비싼 이더리움 수수료, 메타마스크 사용의 불친절함 같은 단점을 상쇄할 수 있도록 '자기 체인 서비스' 위로 이더리움이 이미 구축한 주류 디파이 생태계를 그대로 끌어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트리니토는 비트코인, 리플 등 메이저 코인을 비롯 타 플랫폼의 코인들을 끌어와 자체 대차/예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테라에서 올 11월 론칭하겠다는 앵커도 유사한데, 한 꺼풀 더 입혀서 스테이킹으로 잠긴 토큰을 가져와 유동성을 부여한다. 둘 다 이더리움 위 wBTC처럼 상대 체인 코인을 자체 체인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오르빗체인 개발사 오지스가 론칭하는 에브리다이는 메이커다오의 다이 예치 보상을 이더리움 체인에 국한되지 않게 클레이튼으로 끌어오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간 모델이다. 즉, 일정 시점이 지나면 이더리움 체인에서 누리는 유동성 풀 예치 보상, 거버넌스 토큰 수익까지도 자체 체인으로 이동시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콘셉트 아니라 유사 메이저에 밀릴지도
문제는 이런 서비스들이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는 아니라는 점이다. 로컬 극소수 수요에 국한될 위험도 갖고 있다. 혹자는 클레이튼 뒤 카카오 이용자를 언급할지 모르나, 카카오는 디파이 영역의 강자는 명백히 아니기에 디파이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명성의 힘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테라 뒤에 180만의 이용자가 있지 않느냐 반문하겠지만, 대부분은 디파이와 친숙하지 않은 단순 결제 고객이며 이 중 디파이 사용 의향이 있는 사람은 1%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코인 투자를 현재 하고 있는 사람이 5000만의 10% 정도라고 가정하면, 그 중 디파이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본 사람은 1%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사업 모델을 구상하는 것이 경쟁력이 있을지도 우려된다.
심지어 이 1%의 대부분은 이자농사에 심취한 프로 농사꾼들이다. 예치/대차만으로 어필이 가능한 수요는 아니다.
글로벌 서비스로 소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한다면, 그쪽도 녹록치 않다. 이미 코스모스에서 BNB를 지원하면서 바이낸스의 푸쉬를 받는 카바(KAVA)와 같은 프로젝트들이 버티고 있다.
음지의 '밈 추종자'들이 가져온 이미지 저하도 숙제
앞선 시도들로 인한 좋지 못한 인식도 문제다. 와이파이를 복제한 콘셉트의 아스카파이낸스라는 프로젝트가 화제가 됐었다. 토큰을 발행하고 풀을 만들어 지급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페이지를 닫고 서비스 종료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아스카파이낸스는 한국 개발자가 개발했고, 디스코드에 한국어 채널도 만들었기에 한국 프로젝트로 인식되고 있다. 만든 개발자의 닉네임인 '장종찬'은 이후 급격한 폭락 또는 서비스를 종료하는 새 디파이 프로젝트가 등장할 때마다 조롱조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김치파이낸스 또한 익명의 한국인 개발자가 만든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다. 역시나 디스코드에 한국어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김치 또한 단순히 밈에 편승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유관 프로덕트를 내놓고자 하는 계획은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이 개발한 프로젝트는 김치가 처음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보면 카피캣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밈 위주의 디파이들이 '한국인이 만든 디파이'로 알려지면서 디파이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현상을 극복하는 것도 K-디파이들의 숙제다. 심지어 밈은 이제 시작이고, 한국의 수많은 ICO 한탕꾼들이 디파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있다... 앞날이 더 머리아플 수도 있다.
K-디파이의 포부는 당차고, 장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날이 밝을지는 굉장히 의문이다. 디파이 시장은 충분히 앞으로도 커질 수 있고, 여기서 무언가 해보려는 전통 금융의 진입 여지도 있겠지만, 결국 혁신적인 한방없이는 롱런을 아무도 장담하기 힘들다.
심지어 트론처럼 마케팅을 화려하게 하지도, 이오스처럼 거대한 커뮤니티를 보유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응원을 보낸다. 부디 잠시 하다 접지 않고 뚝심을 보여주길 바라며...
글=스존(김태린)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스존(김태린) 님은?
30대 회사원이자 약사다. 본업과는 동떨어진 블록체인 행사 정보를 공유하는 방을 운영하는 특이한 이력을 지녔다. 2017년 불장에 아버지 추천만 덥석 믿고 이더리움, 일명 파더리움을 풀매수하고나서부터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후 2018년 야심차게 장투를 시작했던 모든 코인의 가격이 토막나는 시련을 겪었다. 물린 코인 공부할 겸 밥이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밋업에서, 먹는 재미 듣는 재미에 홀라당 빠져 밋업 마니아가 되었다. 2019년 1월부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블록체인 밋업 정보교류방'을 운영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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