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에픽' 싸움에 아이폰 이용자는 웁니다

/사진= Medhat Dawoud on Unsplash
/사진= Medhat Dawoud on Unsplash

애플과 에픽게임즈의 소송전이 전세계 IT 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애플은 자사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에픽게임즈의 '포트 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한 데 이어 에픽게임즈의 개발 소프트웨어인 ‘언리얼 엔진’에 대한 iOS 및 맥 개발 도구에 대한 접근권한까지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후자의 경우 에픽게임즈의 가처분 신청을 미국 법원이 받아들여 이뤄지진 않을 전망이다. 

애플은 게임 콘텐츠에 관해 '수수료 30%, 인앱 결제' 원칙을 고수하며 헤게모니를 움켜쥐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빠르게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에도 매우 소극적인 정책을 고수 중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iOS 사용자에게 돌아온다.


갈수록 커지는 反애플 전선


전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에 대항해 쉽지 않은 싸움을 시작한 에픽게임즈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가 모이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페이스북, 스포티파이에 이어 갤럭시 스토어를 운영하는 삼성전자 미국법인도 에픽게임즈 지지를 표명했다.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MS의 참전이다. 이번 에픽게임즈 사태 이전, MS는 자사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인 엑스클라우드(xCloud)에 대한 앱스토어 출시를 포기했다. 페이스북 역시 자사 게이밍 앱에 인스턴트 게임 기능을 빼고 앱스토어에 출시하기도 했다. 

애플은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에 관해 원칙적으로 앱스토어 출시가 가능하지만 앱스토어의 다른 게임들처럼 게임 하나, 하나 모두 심사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기준이기에 서비스 출시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넷플릭스-유튜브는 외부 결제 허용


MS는 이런 애플의 정책에 관해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직접 비판하기도 했다.

MS는 성명을 통해 "클라우드게임 구독 서비스 소비자들을 부정하는 플랫폼은 애플이 유일하다"며 "애플은 지금도 게이밍 앱을 다른 앱과 차별적으로 대우한다. 비게이밍 앱에는 더 관대한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포함된 경우에도 비게이밍 앱에는 관대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S가 언급한 비게이밍 앱의 대표적인 예가 넷플릭스다. 애플은 전세계 1위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인 넷플릭스의 외부 결제를 허용해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부 콘텐츠를 심사하지 않는다.

유튜브 프리미엄 역시 앱스토어 내 결제 시 30% 수수료가 가산되지만 원하지 않을 경우 앱스토어 바깥에서 결제한 이후 iOS 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우회로를 열어두고 있다.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 /사진=넷플릭스 제공
시청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블랙미러 : 밴더스내치'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에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의 줄거리가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존재한다. 이런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사실상 게임 콘텐츠와 명확하게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없어 원칙적으로 심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애플은 별다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 유달리 게임 콘텐츠에만 깐깐한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이폰 쓰면 '애플 아케이드'만 하라고요?


애플의 이같은 쇄국 정책의 피해는 고스란히 iOS 사용자에게 돌아온다. 아이폰 사용자의 경우 MS 엑스클라우드, 엔비디아 지포스 나우, 페이스북 게임, 구글 스타디아 등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를 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커다란 제약이 따른다. 

애플 역시 자체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를 서비스하고 있지만 아기자기한 인디 게임 위주로 앞서 언급한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A급 대작들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여기에 에픽게임즈와 같은 세계적인 인기 게임을 보유한 콘텐츠 기업마저 애플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중이다.

그 사이 안드로이드 진영은 빠르게 앞서나가는 중이다. 당장 내달부터 MS는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엑스클라우드 서비스를 포함해 100여개가 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인 '엑스클라우드' /사진=SK텔레콤 제공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게임 서비스인 '엑스클라우드' /사진=SK텔레콤 제공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MS와 LG유플러스는 엔비디아, KT는 자체 클라우드게임 서비스를 5G 킬러 콘텐츠로 공을 들이고 있지만, 당연히 아이폰 이용자들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한 스타트업 개발자는 "애플도 사기업인 만큼 앱스토어를 만들고 유지하는 입장에서 수수료를 받는 것은 당연하고 예외를 허용하지 않으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면서도 "게임 역시 점점 다운로드에서 구독 경제로 가고 있는 것인데, 넷플릭스는 되고 클라우드게임은 왜 안 되는지는 '이익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는 이유 말고는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완전한 생태계를 만들고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중국 정보기관이 언제든지 볼 수 있는 위챗은 왜 허용하고 있는지도 꼭 대답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임수 기자 imsu@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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