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트렌비 대표 인터뷰

# 앱만 켜면 펼쳐지는 전세계 명품관 쇼윈도

# 인기 명품백도 오늘 사면 내일 배송

# 'MZ세대'+'언택트' 바람 타고 날았다


최근 밀레니얼+Z세대(MZ세대)가 명품 시장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명품 소비 시장이 바뀌고 있다. 다수 명품 브랜드들도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해외 여행이 막히자, 해외에서 명품을 구매하던 수요가 온라인 명품 시장으로 넘어오면서 시장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의 수혜를 본 스타트업이 여기 있다. 지난해 10월 기준 거래액 790억원 돌파, 지난해 11월 기준 월간 순 이용자수(MAU) 450만명을 기록한 '트렌비'가 그 주인공이다. 트렌비는 전세계 최저가 명품을 찾아주고, 정품 인증까지 해주는 명품 쇼핑 플랫폼이다. 마치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주는 '스카이스캐너'와 비슷하다.

트렌비는 현재 구찌와 프라다, 샤넬 등을 포함해 약 5000여개 브랜드와 약 150만개 이상 제품을 확보하고 있다. 트렌비는 올해 초 220억원 규모의 라운드C 투자를 유치, 총 누적 투자액 400억원을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 트렌비를 만든 박경훈 대표에게 글로벌 명품 시장 이야기와 향후 사업 계획을 들어봤다. 


영국 유학 공대생, '명품' 업계에 뛰어든 이유는?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영국 유학 생활 당시 동문들과 함께 창업에 대해 고민하던 박 대표는 각 국가별로 가격 차이가 크고 오프라인 비중이 타 업종에 비해 높은 패션 명품 시장의 유통 구조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됐다. 이후 전세계 모든 세일 정보를 찾아내고, 글로벌 고객과 리테일러들을 연결해주는 사업 모델을 생각해냈다.

박경훈 트렌비 대표 /사진=트렌비 제공
박경훈 트렌비 대표 /사진=트렌비 제공

"중,고등학교 시절 등굣길에 매일 '벼룩시장'을 찾아 읽었습니다. 자전거와 라디오 등을 무료로 준다는 광고를 보면 직접 찾아가 물건을 받아오고, 다시 중고시장에 팔아 용돈을 벌었죠. 그때의 경험이 지금의 트렌비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명품'을 사업 아이템으로 정한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었다. 명품은 각 나라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불황이나 외부 경제적 요인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롱테일 상품'에 속한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투자의 목적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등 희소성의 가치도 중요한 산업군이다. 

"명품 시장, 특히 '온라인 명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15년 전만 해도 전체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명품 시장은 1%도 안 되는 점유율이었지만 최근 MZ세대를 포함한 온라인 명품 소비가 늘어났고, 특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라인 명품 점유율은 25%까지 늘어났죠."


최저가 샤넬백? '트렌봇'이 알려준다

트렌비 애플리케이션(앱) 안에는 다른 쇼핑 중개앱과는 차별화된 인공지능(AI) 검색엔진 '트렌봇'이 있다. 트렌비가 자체 개발한 트렌봇은 하루 평균 약 4500만페이지, 300여개의 웹사이트를 처리, 분석한다. 이를 통해 매일 30분마다 한번씩 제휴 브랜드의 온오프라인 최저가를 찾아준다.

전세계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 /사진=트렌비 제공
전세계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 /사진=트렌비 제공

"트렌봇 안에는 크게 '트렌봇 스캐너'와 '트렌봇 AI',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트렌봇 스캐너는 여러 사이트를 확인하면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 트렌봇 AI는 세일가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가격경쟁력 추이 등을 분석하는 역할을 하죠."

여기서 고객이 실질적으로 제공받는 트렌봇 기반 서비스는 크게 네가지다. 먼저 ▲전세계 모든 상품을 할인율과 최저가 기준으로 실시간 노출해주는 '세일스캐너' ▲전세계 최저가 비교 서비스 '최저가스캐너' ▲구매를 망설이는 상품의 가격변화를 6개월동안 보여주는 '시세스캐너' ▲30분 간격으로 업데이트 전세계 세일정보 서비스 '로보픽' 등이 있다. 

"올해는 '이미지 매칭 기술'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전세계 상품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상품 간 더욱 정확한 분류가 가능해지면, '최저가스캐너'와 '시세스캐너' 등의 기능이 향상돼 보다 빠른 검색과 합리적 구매가 가능해지죠. 또 '시세스캐너' 기능에 미래 예측 가격 정보 기능도 추가로 제공하는 등 AI 기술을 통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고급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 편의성을 높여 나갈 생각입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시장 공략 나선다

트렌비의 글로벌 물류 인프라. /사진=트렌비 제공
트렌비의 글로벌 물류 인프라. /사진=트렌비 제공

현재 트렌비는 외국의 명품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박 대표는 올해부터는 국내 명품을 해외로 판매할 계획도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물류센터가 필요하다고 판단, 자체 물류 센터를 한국과 미국, 영국, 독일에 운영 중이다. 현재 이탈리아에도 오픈 준비 중이다.

"트렌비는 전세계 명품을 선보이는 만큼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우선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테스트를 거쳐 정식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입니다. "

아울러 박 대표는 아마존과 쿠팡이 저렴한 물건을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트렌비는 좋은 물건을 가장 잘 살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향후 트렌비는 기술 외적인 부분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다면 앞으로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브랜딩'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또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해외 진출과 신규사업을 강화하고, 인재 영입을 위해 박차를 가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노력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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