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스터닝 대표 인터뷰

#디자이너를 위한, 디자이너에 의한 커뮤니티

#'스터닝'한 디자이너가 발견되도록

#"열악한 국내 디자인 산업 생태계 개선할 것"


국내 디자인 산업이 위기라고들 한다. 산업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디자이너 수는 줄어들고 있다.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경력이 짧거나 단절된 프리랜서 디자이너를 직접 활용하기보다, 경력이 많은 디자이너를 섭외하거나 디자인 인력을 내부화한다.

스터닝을 만든 김승환 대표는 이처럼 열악한 국내 디자인 산업 생태계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스터닝은 국내 창작자(디자이너)분들이 보다 더 대등한 환경에서 작업을 수행하고, 창작자와 기업이 모두 윈윈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본사에서 김승환 스터닝 대표를 만나 스터닝이 탄생한 배경과 청사진을 들어봤다. 

김승환 스터닝 대표. /사진=스터닝 제공
김승환 스터닝 대표. /사진=스터닝 제공

라우더스-노트폴리오 합병..."국내 절반 이상 디자이너가 이용 중"

김승환 대표는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미국에서 보낸 유학파다. 유학 시절 디자인과 크라우드소싱에 매료된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대학 졸업 후 국내에서 IT 플랫폼 '라우더스'를 창업했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품질과 기술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외 사례를 보면 사업의 성패는 디자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국내 디자이너들이 해외 어워드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면서 국내에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죠. 여러 디자이너와 업체들, 소상공인들을 연결해주는 '장'을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라우더스와 노트폴리오가 합병해 탄생한 스터닝. /사진=스터닝
라우더스와 노트폴리오가 합병해 탄생한 스터닝. /사진=스터닝

스터닝은 김 대표가 창업한 '라우더스'와 디자이너들이 작품을 뽐내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노트폴리오'가 합병해 탄생한 기업이다. 스터닝이라는 이름은 '매우 멋지고 아름다운', '믿을 수 없는'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또 20만명에 달하는 국내 창작자들의 정체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해외 디자인 업계와 달리, 국내는 아직까지 업계에 자리잡은 빅플레이어가 없어서 크리에이터나 디자이너를 대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특히 국내서 기업과 디자이너가 1:1로 계약을 맺고 일을 할 때는 '갑과 을' 구조가 대부분이죠. 크리에이터 커뮤니티 스터닝이 업계에 자리잡으면, 국내 디자이너들이 보다 대등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기업과 협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작자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온오프라인 생태계 구축

스터닝을 대표하는 서비스로는 콘테스트 크라우드소싱 플랫폼 '라우드소싱'과 '노트폴리오'가 있다. 쉽게 말해, 라우드소싱은 디자인이 필요한 기업 등 의뢰인이 라우드소싱 내에서 콘테스트를 개최하면 콘테스트에 참가한 디자이너의 작품 중 우승 작품을 선정한 뒤 해당 디자인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우승한 디자이너는 기업으로부터 상금을 받는 방식이다. 노트폴리오는 디자이너들의 SNS로, 자신의 작품으로 소통하고 팔로우하는 플랫폼이다. 

"디자이너 분들이 노트폴리오를 통해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홍보하고, 라우드소싱 디자인 콘테스트로 전문 디자이너로서 더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에요. 현재 약 20만명의 창작자들이 모여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등 국내 디자이너 절반 가량이 스터닝을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라우드소싱 콘테스트 모습. /사진=라우드소싱 홈페이지 캡쳐
라우드소싱 콘테스트 모습. /사진=라우드소싱 홈페이지 캡쳐

라우드소싱에서는 현재 1만5000곳이 넘는 기업들과 12만명 이상의 디자이너를 매칭, 1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디자이너 회원들에게 지급했다. 실제 라우드소싱 콘테스트를 통해 1억2640만원 가량의 상금을 수령한 디자이너도 있다.

"라우드소싱은 타 디자인 작업 플랫폼과 비교했을 때, 전문적이고 양질의 디자인 작업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의 호응을 얻고 있어요. 대기업부터 정부기관, 지자체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라우드소싱을 통해 디자인 관련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있죠. 대행사와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을 때 일반적으로 2~3개 시안을 받아볼 수 있는 것과 달리, 라우드소싱 콘테스트를 통해서는 평균 30~40개의 다양한 시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이밖에 스터닝은 창작자들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온오프라인에서 창작자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스터닝 센터', 디자인 교육을 받거나 작업 공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공간 '스터닝 라운지' 등을 통해 디자이너의 창작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스터닝은 디자이너들을 위한 '벨류 체인'을 가지고 있어요. 디자이너를 위한 교육기관 '노트폴리오'라는 공간부터 자신이 만든 디자인으로 실제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라우드소싱'까지,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좋아진 국내 디자인 생태계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트폴리오에 올라온 디자이너 게시물. /사진=노트폴리오 홈페이지 캡쳐
노트폴리오에 올라온 디자이너 게시물. /사진=노트폴리오 홈페이지 캡쳐

한국의 '어도비'처럼...디자이너 글로벌 시장 진출 도울 것

스터닝은 현재 디자이너들을 위한 지식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 준비 중이다. 이번에 출시할 서비스는 대학생 디자이너 혹은 현업 디자이너들이 파트너(의뢰자)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계약, 법률 등의 어려운 작업을 조금 더 쉽게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스터닝 프린트', '노폴 챕터스', '의뢰하기 서비스' 등을 도입해 애플리케이션(앱)과 웹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스터닝을 국내의 '어도비'와 같은 기업으로 키우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디자이너들과 신뢰를 쌓고,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내 우수 디자이너들을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주는 것이 김 대표의 청사진이다. 

"디자인 업계의 경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이 많아요. 클라이언트나 프로젝트를 구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봤죠. 전문가 집단을 모두 확보하면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스터닝과 같은 디자이너가 주축이 된 창작자 네트워크가 디자인 업계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편, 지난 2016년 프리시리즈A, 지난해 시리즈A로 총 30억원 가량 투자를 유치한 스터닝은 올해 시리즈B 투자 유치에 나설 예정이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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