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일 힐링페이퍼 대표 인터뷰

# 언니없이 하지마! 강남언니에 물어봐

# 'MZ'가 키운 미용의료 정보플랫폼

# 성형 시장 정보 비대칭 해결할 것


'성형메카'라고 불리는 강남 노른자 땅위를 걸어다니다보면 눈에 많이 띄는 광고가 있다. 주황색 바탕에 하얀색 굵은 글씨로 적힌 '성형의 모든 것 강남언니' 광고다. 독특한 콘셉트와 마케팅으로 280만명의 이용자(유저)를 끌어들인 '강남언니'는 힐링페이퍼가 서비스하는 미용의료 정보플랫폼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강남언니는 국가공인 의사 자격이 있는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출신 동기 2명이 함께 만들었다. 그들은 졸업 후 '의사'라는 안전한 직업을 선택할 수 있었지만, 홍승일 대표는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도록 세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지금의 삶이 재미있고 후회한 적 없다"고 말했다. 

강남언니 로고.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강남언니 로고.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강남언니의 주요 고객층은 밀레니얼+Z세대(MZ세대)다. 현재 기준 전체 280만명의 이용자 중 1020세대 여성은 164만명으로, 전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전국 성형외과 3곳 중 1곳이 강남언니를 통한 병원 마케팅 컨설팅 및 광고를 집행하고 있다. 등록의사 수는 약 1000명에 달한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힐링페이퍼 본사에서 홍승일 대표를 만나 강남언니 서비스를 만든 배경과 향후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의료 시장 진출 실패의 연속...비보험 '성형' 시장 도전

홍승일 대표는 '의학'과 'IT'의 융합을 통해 '공급자' 중심의 의료 시장을 의료소비 주체가 '고객' 중심이 되는 시장으로 전환하자는 목표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홍 대표의 항해가 처음부터 성공적이였던 것은 아니다. 그는 암환자를 타깃으로 한 앱 서비스부터 당뇨, 고혈압, 갑상선 암환자, 불안·공황장애 등 다양한 의료 영역에 도전장을 던졌다. 

홍승일 강남언니 대표.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홍승일 강남언니 대표.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첫 서비스는 지난 2012년 암환자를 타깃으로 한 만성질환 건강관리 앱 '힐링페이퍼'였어요. 환자들이 병원에 오면 진료를 받는 시간이 약 3분 밖에 되지 않는데, 그 짧은 시간 내에 유의미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는게 목표였죠.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자신의 생활 기록, 치료 과정 등을 일일히 기록하는 방식이였어요."

홍 대표는 창업한지 2년이 되도록 수입이 하나도 없었다. 그는 첫 서비스가 실패한 이유로 '수익 모델' 개발의 어려움을 꼽았다. 의료 보험 영역에 있어서 수익 모델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앱 이용자와 병원 양쪽에서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 비급여 시장, 미용의료 '성형' 분야를 하기로 결심했다. 성형외과 같은 비급여 시장은 타 진료과와 성격이 다르고, 병원의 마케팅이나 가격 책정 등은 '시장'의 논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특징이다.  

"강남언니는 '사진 3장으로 받는 견적 비교 서비스'와 같이 이용자가 원하는 성형 부위를 입력하고, 얼굴 사진을 올리면서 견적을 요청 시 등록된 병원들이 견적을 내주는 기능으로 서비스 출시 초기 많은 주목을 받았어요. 이처럼 강남언니는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기능적인 부분에 초점을 두고, IT를 활용해서 의료 시장의 문제를 풀어내는 조직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대형병원 위주였던 성형 시장 '정보 불균형' 해소

힐링페이퍼 설립 3년 뒤인 지난 2015년, 홍 대표는 3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또 보험영역에서 비급여 미용의료 영역으로 사업방향을 완전히 전환(피봇팅)한 강남언니는 지난 2017년 매출 흑자 전환에 성공한다. 강남언니는 '가격비교-후기검색-병원선택-상담신청-시술 후 관리'까지 한번에 해결 가능한 플랫폼이다. 시술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불법 의료광고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AI)봇 검수와 광고전문팀 최종 검수 등을 시행하고 있다. 또 실제 이용자 후기를 통해 병원 평판을 제공하고, 브로커 차단 정책으로 거짓 후기를 걸러낸다.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거짓후기와 같은 어뷰징은 사람이 하나하나 바로 잡기가어렵기 때문에 기술로 많이 해결하려고 해요. 기본적으로는 어뷰징을 대응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회사 내부에도 커뮤니티 어뷰징 등을 모니터링하는 인력을 많이 투입하고 있습니다."

강남언니는 소비자들과 병원 간 '윈-윈'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미용의료 정보플랫폼이 없었던 시절, 기존 성형 시장은 유명하거나 대형병원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잦았다. 소비자들은 동일한 장비와 시술 방식이 같아도 대형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싼 값을 주고 시술받는 경우도 있었다. 강남언니를 통해 중소형 병원은 자신들의 병원을 알릴 수 있게 됐고, 소비자들은 적절한 가격에 시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저희가 삼고 있는 핵심 지표는 강남언니를 통해 자신에게 적절한 병원을 선택한 이용자 수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용자가 얼굴형이 고민이면, 양악을 선택할 수도 있고 윤곽주사를 선택할 수가 있잖아요. 만약 저희의 매출이 중요하다면 윤곽수술 쪽이 단가가 더 크니까 윤곽수술로 유도하고 광고비를 더 받을 수 있겠죠. 하지만 저희는 매출보다 이용자가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게 더 중요합니다."


기술-고객 중심 플랫폼으로 '일본 시장' 공략

강남언니는 최근 일본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힐링페이퍼 일본 법인을 설립 후, 일본 현지로 진출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일본 입점병원 350곳을 돌파하며 현지 1위 서비스와 동일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다. 현재 강남언니의 해외 이용자 수는 25만명에 달한다.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사진=힐링페이퍼 제공

"일본 성형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 큰 티가 나는 수술의 비중은 적고, 고난도·고위험도 수술을 할 줄 아는 의사도 적은 편이에요. 수술 비용도 한국에서 1000만원이 드는 수술이 일본에서는 3000만원이 들만큼 비싸죠. 일본은 단가가 비싸다보니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3배 가량 큰 수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진 뒤로는 일본 시장에서의 전략적 수정을 거치기도 했다. 기존에는 일본에 있는 이용자들이 국내 병원을 선택하는 서비스였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일본 이용자들이 일본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다르게 가져가기로 한 것이다. 

"강남언니는 성형외과로부터 수수료를 받지 않아요. 100% 광고 수익으로만 매출이 발생하죠. 강남언니를 처음 출시했을 때 의사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창업한 회사고, 죽을 때까지 한국의 의료 산업에 계속 있어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취지에 많은 동료 의사분들도 공감해주고, 존중해줬던 것 같아요. 더 좋은 의료서비스를 누구나 누릴 수 있게 전세계 의료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할 것입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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