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디지털물류와 바이오로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올해로 취임 1년을 맞은 구현모 KT 대표는 디지털물류와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고,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바탕으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 본격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9일 KT는 서울시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날 정관 일부 변경에 따라 2개의 목적사업이 추가됐다. '디지코'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과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을 추가한 것. 이와 더불어 상법 개정 및 전자증권법 시행에 따라 관련 내용을 정관에 반영했다.
이날 KT는 주총장 내외부에 철저한 사전방역을 실시, 지정좌석제를 도입했다. 또 메인 주총장 외 2곳을 원격으로 연결하고, 주총장 입장 시에는 출입명부 기록 대신 전화 한 통으로 간편한 입장을 돕는 '콜체크인'도 도입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제39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5개 안건이 상정됐으며,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
구현모 KT 대표가 '디지코'를 외친 이유
주총에 앞서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부터 '탈통신'을 선언, 기업간거래(B2B), 클라우드, 로봇 등 통신을 벗어나 신사업 먹거리를 발굴해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로의 전환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구현모 KT 대표가 왜 '디지코'를 외치고 있는지는, 전년도 실적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지난해 KT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 성장했다. 전년 대비 평균 20% 영업이익이 급증한 경쟁사와는 꽤 큰 차이가 난다. 단말 수익과 그룹사 매출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 사업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이는 KT 전체 사업영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다.
향후 KT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강점을 경쟁력으로 미디어 콘텐츠와 로봇, 바이오 헬스케어 등 향후 미래를 결정할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새로 추가된 목적사업 2건도 '디지코' 전환 가속화를 위한 전략 중 하나다.
우선 '화물운송업 및 화물운송주선업'은 디지털 물류에,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은 바이오 사업에 해당된다. KT는 AI·DX융합사업부문 산하 'KT랩스'와 '미래가치추진실' 등에서 각각 디지털 물류와 바이오 사업을 구상 중이다.
앞서 KT가 선보인 대표적인 디지털 물류 사례로는 5G 자율주행 운반 카트 '나르고'와 '따르고'가 있다. 자체 물류센터에 자율주행 운반 카트 적용, 작업자 이동거리를 줄여주는 게 특징이다. 바이오 사업에서는 KT가 가진 빅데이터 역량 등을 활용, 의료기기 제작 및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취임 1년, 구현모가 걸어온 길
구 대표의 취임 첫 전략적 행보는 지난해 2월 'AI원팀' 결성이었다. AI원팀은 AI 분야 공동 연구 개발, 인재 양성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카이스트(KAIST), ETRI 등 국내 산‧학‧연이 참여하고 있는 협력 단체다.
특히 현대중공업그룹과는 로보틱스 분야에서 500억원 규모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전략적 제휴 관계를 다졌다. 대표적으로 지능형 로봇과 물류 플랫폼 혁신 솔루션 개발에 협업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컴 등 국내 클라우드 솔루션 전문기업들과 서울대, 포항공대 등이 참여하는 '클라우드원팀'도 결성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새로운 B2B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를 공개했다. 그동안 네트워크 인프라 우위를 기반으로 모바일, 인터넷, IPTV 등 B2C 시장 중심의 사업을 진행해왔다면, 앞으로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의 'ABC' 역량을 앞세워 B2B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이밖에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경영권 확보,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 등의 성과도 일궜다. 미디어, 커머스 등 신사업 분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그룹 자회사 구조개편도 본격화됐다. 지난해 10월 T커머스 사업자인 'KTH'와 모바일쿠폰 사업자인 'KT엠하우스'를 합병해 디지털 커머스 전문기업으로 육성한다고 밝힌데 이어, 올해 1월에는 KT파워텔을 디지털보안장비 제조사 아이디스로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스튜디오지니' 닻 올리며 '디지코' 본격 항해
최근에는 콘텐츠 전문기업 'KT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 4000억원을 쏟아붓는다고 선언했다. 그룹 내 미디어 콘텐츠 역량을 모아 투자와 기획, 제작, 유통까지 아우르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주총은 이전보다 회사와 주주 간 적극적인 소통이 눈길을 끌었다. 또 현장에 참석한 기관투자자가 디지코 전환에 따른 전략 방향과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한 미디어∙콘텐츠 전략에 대해 의장에게 직접 질문하는 등 직접적인 소통의 장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구 대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KT는 서비스 매출, 이익, 순이익 성장을 달성했으며,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확대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며 "올해는 본격적인 디지코 관련 사업 확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기업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제39기 재무제표 승인에 따라 배당금은 전년 대비 주당 250원 늘어난 1350원으로 확정됐다. 배당금은 다음달 27일부터 지급한다. 이밖에 이사 선임의 건에서는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1명이 선임됐다. 사내이사로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과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이 선임됐다. 사외이사로는 이강철 이사가 재선임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는 김대유 이사를 선임했다.
김경영 기자 management@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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