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 인수에 소매를 걷어 붙이며 콘텐츠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이버는 왓패드, 카카오는 타파스와 래디쉬를 앞세워 슈퍼 IP를 발굴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네이버-카카오 콘텐츠 전진기지 '북미'
11일 네이버는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 인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같은날 카카오는 미국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와 '타파스'를 인수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양사가 웹소설→웹툰→영상화로 이어지는 IP 밸류체인의 전진기지로 미국을 택한만큼, 향후 북미 시장 IP 비즈니스 전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미국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시장 규모가 8098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는 매달 9000만명 이상 사용자가 230억분을 사용하는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이다. 현재 네이버웹툰의 월 사용자 수는 7200만명으로, 이번 왓패드 인수로 네이버는 약 1억6600만명 가량 사용자를 가진 글로벌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 사업자가 됐다. 특히 창작자 약 570만명, 창작물 약 10억개 이상을 확보하게 되면서 IP 비즈니스 확대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9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와 왓패드의 인수를 시작으로 세계 최고의 글로벌 창작 생태계를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한 대표는 "이번 인수를 통해서 웹툰과 왓패드 간의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네이버는 웹툰, 왓패드처럼 Z세대가 열광하는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성장해갈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 역시 콘텐츠 전진기지로 미국을 택했다. 래디쉬는 2016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영문 소설 콘텐츠 플랫폼이다. 무료 연재 위주인 타 플랫폼과 달리 전체 매출 90%가 자체 오리지널 IP에서 나오는 구조로 높은 수익성이 강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타파스는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선보인 웹툰 플랫폼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배 늘어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이번 인수와 관련해 "카카오엔터의 IP 비즈니스 역량과 노하우가 북미시장을 경험한 타파스와 래디시의 인사이트와 결합돼 더 큰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더불어, 일찌감치 미국에 진출해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한 타파스 김창원 대표와 래디쉬 이승윤 대표가 미국은 물론 글로벌 엔터 비즈니스를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시장서도 치열한 경쟁
북미 사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동남아에서도 치열한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동남아는 한국 콘텐츠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 향후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초석을 마련하기 좋은 시장 조건을 갖췄다.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주요 6개국 인구는 약 6억명에 달하며 인구 50% 가까이가 30세 이하 젊은 세대로 구성돼 있어 소비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블루오션 중 하나로 꼽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내달 대만과 태국 시장에서 자체 플랫폼 출시 할 예정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태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서비스를 준비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권으로 글로벌 진출 폭을 넓힐 계획이다. 지난 6일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올해 카카오페이지는 글로벌 플랫폼 네트워크 확장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오는 6월 대만과 태국을 시작으로 더 넓은 글로벌 무대에서 스토리 엔터테인먼트의 혁신을 펼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 역시 앞서 동남아 시장에 진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우선 태국은 네이버 관계사인 라인의 텃밭 지역이다. 라인 메신저의 월간 이용자는 4700만명이 넘는다. 라인은 이를 기반으로 라인웹툰과 라인BK 등 다양한 사업군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네이버는 최근 인니 최대 종합 미디어 기업 엠텍에 총 1억5000만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엠텍은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Vidio'를 비롯해, 전국 1, 2위의 공중파 채널과 지역 공중파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IP 산업은 가입자 당 콘텐츠 수급 비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하는 노력은 이용자 확대"라며 북미나 동남아 시장 등은 시장 규모가 크고, 콘텐츠에 관해 잠재적 수요도 높아 성장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IP 비즈니스의 운영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에 좋은 곳"이라며 "또 현지 진출은 창착자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 IP 밸류체인을 효율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라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콘텐츠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IP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갖추고 향후 더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는 양사가 같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용자 및 창작자 생태계 저변을 확장하며 IP 밸류체인을 고도화하는 노력은 질적 성장으로 이어져 향후 문화적 진입 장벽이 높은 유럽 등 시장 공략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해 궁극적으론 플랫폼 파이를 키우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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