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구현모 KT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물류인프라에 HMM이 있다면, IT업계에는 KT가 있었다. KT가 올해 내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며, 기관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연초부터 KT 매수추천 리포트를 띄운 기관들이 진정한 승리자였다. 


10년의 세월을 뒤집다...구현모 "3만원도 싸다" 자신감 입증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는 1년새 80% 가량 주가를 끌어올리며 기업가치 10조원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석달전만해도 주당 2만6000원에 불과하던 주가는 이제 3만원선을 넘기며 30% 가량 급등한 모습이다. 이 기간 기술주를 비롯 국내 증시 대부분 횡보를 거듭했다는 점에서 KT 나홀로 몸값을 끌어올렸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3월 'KT의 수장' 구현모 KT 대표는 공식석상에서 "3만원도 싸다"며 KT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KT 주가는 2만원대 후반. 무엇보다 기관들이 수십여개의 매수 추천리포트를 띄우며 구 대표에게 힘을 싣어줬다.

실제 지난 5개월간 KT의 거래량을 분석해보면 기관은 무려 1180만주 가량을 순매수하며 같은기간 1100만주를 팔아치운 개인들의 매물을 고스란히 받아냈다. 외인들도 매수세에 동참했지만 개인들은 이같은 거래량을 믿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기관 및 외인들만 노난 셈. 

이처럼 KT가 미운오리새끼에서 증권가의 백조로 거듭난 이유는 기존 공기업 KT의 한계에서 벗어나 이른바 '디지코'라 불리는 디지털 플랫폼 전환 덕이다. 실제 KT는 최근 3000억원이라는 뭉칫돈을 투입, 엔터업계의 큰 손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동시에 엔터분야 자회사들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겠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에 이어 이제는 디즈니플러스까지 품어, 국내 영상 생태계의 주도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KT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B2B 플랫폼으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산업 전반으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B2B 시장이 커지면서 KT의 IDC와 공공기관 및 중소기업에 제공하는 클라우드/스마트팩토리/빅데이터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지난해 11월 오픈한 국내 최대 용량의 용산 IDC는 예약률 70%를 달성, 클라우드 사업도 공공∙금융기관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또한 AI 콘택트 센터(AICC) 서비스는 대기업과 금융사, 교육기관 등 다양한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KT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로봇 사업 또한 올해 호텔서비스 사례를 늘리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안재민 KB증권 연구원은 "KT가 여느 때보다 빠르고 전략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지난해 취임한 구현모 CEO의 전략이 조금씩 반영되고 있는데 그동안 KT에 부족했던 성장 동력을 콘텐츠, 핀테크, B2B 영역에서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며 지난 10년간 부진했던 경쟁력과 기업가치를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사진=네이버증권
최근 석달새 KT의 주가흐름 차트/ 사진=네이버증권

 


배당이 주당 1500원? 케이뱅크 기대감도...혜자 주식은 KT!  

KT의 고공행진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증권가에선 5월 들어서도 여전히 매수추천 리포트를 20여종 가량 쏟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 예상 실적이 탄탄하다는 것에 주목해야한다. KT의 올해 추정 매출은 24.6조원 규모로 전년동기대비 3% 가량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추정 영업이익은 1.4조원 규모로 무려 19% 늘어날 전망이다.

무선, 유선의 통신사업의 매출 성장 뿐만 아니라, 디지코로 불리우는 플랫폼 사업의 성장이 동반해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선 사업 경쟁 완화로 인한 마케팅 비용 감소와 5G 안착에 따른 비용 절감도 매력포인트다. 여기에 올해 주당배당금이 1500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여 글로벌 증시조정기의 대안투자처로 각광을 받는 모습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SK텔레콤에 T맵모빌리티와 원스토어가 있다면, KT 또한 스튜디오지니와 케이뱅크가 있다. 증권가에선 KT의 자회사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하다. 무엇보다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곳은 바로 케이뱅크다. 현재 KT는 BC카드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BC카드는 케이뱅크 지분 34%를 보유 중이다. 케이뱅크의 경쟁사인 카카오뱅크가 올 하반기 IPO를 공식화한 가운데, 케이뱅크 역시 높은 기업가치를 형성한다면 BC카드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히 은산법 개정으로 KT와 BC카드의 합병을 통한 KT의 케이뱅크 직접 지배도 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 카카오뱅크가 수십조원의 기업가치를 불리고 있어, 케이뱅크가 5조원대의 시총만 확보해도 KT가 받는 수혜효과가 상당할 전망이다. 실제 케이뱅크는 카카오뱅크를 위협하는 핵심 사업자로 거듭나 국내 2위 인터넷뱅킹 사업자로 자리를 확고히한 모습이다. 

아울러 증권가에선 스카이라이프와 현대 HCN간 합병 후, 본사 미디어 조직을 합치는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 통합 작업을 거칠 경우, KT 미디어 사업 가치의 전체적인 제고가 있을 것"이라며 "장단기 투자를 모두 고려해도 현 주가 수준에서는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