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펼쳐진 2021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플레이오프 1라운드 2경기에서 T1이 리브 샌드박스(리브)를 상대로 3대0 완승을 거두며 플레이오프 2차전에 진출했습니다. 


경기 전, 홀로 경기장서 연습하던 페이커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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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리는 LCK 아레나. 관중도 없는 경기장에 들어서니 뭔가 쓸쓸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아마 손을 푸는 선수들도 없고, 에어컨이 강하게 돌고 있어서인지 더욱 썰렁한 느낌이 든 듯 보입니다.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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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경기장에서, 저기 하나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휑한 경기석에 유일하게 온기를 뿜어내며 앉아 있는 선수가 보였습니다. 어떤 선수이길래 경기석에 벌써 앉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더군요.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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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경기장에 조그마안 온기를 뿜어내고 있는 선수가 누구인지 보니 숱한 경기를 치른, 백전 노장의 프로게이머 T1 '페이커' 이상혁이 홀로 앉아 손을 풀고 있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서도, 최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도, 현재 최고는 아니더라도 최고를 향해  다시한번 달려가기 위해서도 항상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페이커'의 성실함이 그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 놓은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47일만의 복귀전...'테디' 박진성 내세운 T1

이번 시즌 후반부터, 정확하게는 7월부터 T1은 원거리딜러로 '구마유시' 이민형을 내세웠습니다. 한달 넘는 기간, 정확하게는 47일 동안 '테디' 박진성의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이민형은 경기력에 기복이 있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계속 기용됐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민형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 47일 동안 공식전에 나오지 못한 박진성을 내세우기에는 불안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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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T1은 플레이오프라는 중요한 경기에서 실전 경험을 쌓지 못한 박진성을 내세웠습니다. 박진성이 '솔로랭크'에서 마치 플레이오프에 나갈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기에 예상됐던 일이긴 하지만, 진짜 나올지는 몰랐기에 팬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테디-페이커-칸나...고른 활약 펼친 T1

1세트에서 박진성은 자신을 선택한 것이 전혀 틀리지 않았음을 곧바로 증명했습니다. 박진성과 '캐리아' 류민석의 활약 덕에 T1은 바텀 라인에서 우위를 점했고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습니다. 

/사진=이소라 기자

2세트는 '페이커' 이상혁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마치 플레이오프 1라운드 1경기인 농심 레드포스와 아프리카 프릭스의 2세트 경기를 보는 것 같이, 리브가 역전할 상황을 만드는 듯 했지만 '페이커' 이상혁이 이를 사전에 차단시키며 승리를 가져갔죠.

/사진=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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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브가 가장 할만했던 3세트, 초반에 리브는 드래곤을 가져가는 등 좋은 분위기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칸나' 김창동이 나섰고 T1은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 하며 3대0 완승을 거뒀습니다.


손석희 감독 대행 "'테디' 투입...우승하면 이유 말씀드리겠다"

47일 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를, 정말 중요한 경기인 플레이오프에 출전시키는 것은 감독 입장에서는 모험일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모든 비판은 감독이 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게다가 정식 감독이 아닌, 감독 대행 입장에서라면 모험보다는 안전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죠. 그렇기에 손석희 감독 대행이 '테디' 카드를 꺼내 들었을 때 모두가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궁금했을 것입니다. 왜 '테디'를 내보냈는지, 그동안은 왜 '테디'를 내보내지 않았는지 말입니다. 이에 대해 손석희 감독 대행은 T1의 우승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답변을 남겼습니다.

손석희 T1 감독 대행/사진=이소라 기자
손석희 T1 감독 대행/사진=이소라 기자

"우리가 앞으로도 경기가 남아 있어서 자세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테디'는 베테랑이고 경험도 많은 선수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출전한다고 해도 경기력이 지장이 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도 그렇게 나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궁금해 하실 것 같은 다양한 질문에 대해서는 우승하게 되면 꼭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라도 궁금할 것 같습니다(웃음)."

T1은 서머 시즌 전패였던 리브를 3대0으로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스프링 시즌, 자신들에게 같은 자리에서 0대3 패배를 안겼던 젠지e스포츠와 붙습니다. 이번에도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이소라 기자 sor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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