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가상자산 가격 급등과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시행에 따른 가상자산 시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6일 열린 주무부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업권법'이 없어서 금융위원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금융위원장의 '핑계'만 이어졌다. 

정무위 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실명계좌 발급 논란 ▲상장·상장폐지 기준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물었지만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업권법'만 외쳐댔다. 2018년부터 수년째 이어진 가상자산에 대한 '방치' 수준의 정책을 다시 한번 재확인한 수준의 국정감사였다는 업계 비판이 나온다. 


'여야 불문' 실명계좌, 소통 문제 지적했지만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여야 의원을 가리지 않고 고승범 금융위원장에게 가상자산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졌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상자산 시장이 4대 거래소 체제로 굳혀지면 경쟁이 사라지고 담합으로 인한 피해자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 있다"고 우려했다. 또 그는 "중견 거래소들도 자금세탕방지(AML)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았는데, 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모두 거절 당했다"고 말했다. 명확한 지침이 없다면 은행이 실명계좌 발급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처음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요건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가상자산을 투기로 보는 전 위원장 발언 때문에 은행들은 실명계좌 발급 심사를 대체로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사진=국회의사중계시스템

금융당국의 소통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기간이 만료된 9월 24일 이후 다양한 정책 이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규제 관련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며 "그런데 금융위에서 가상자산 업계 기업들과 잘 소통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희곤 의원은 "규제를 받아야 하는 가상자산 기업들은 규제 당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어 간단한 소통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가상자산 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들의 부담을 덜고, 정부 입장에서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장의 답변은 '업권법' 도돌이표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지적에 고승범 위원장은 기존에 발표된 금융위 입장과 별반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국회와 가상자산 업권법 관련 논의를 하겠다는 핑계로 일관했다. 고승범 위원장은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에 "국회와 함께 업권법 논의를 하면서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와 "국회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안 재정에서 논의됐으면 좋겠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했다.

실명계좌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은 마찬가지였다. 실명계좌 발급은 은행이 판단할 일이라는 기존 금융위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번에도 '업권법'이 없어서 금융위가 자체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변명만 내놨다. 가상자산 관련 법제도가 부재하다는 이유를 들어 금융위가 계속해서 국회에 공을 넘기려는 모습을 보인 것.

업계에서는 금융위의 이같은 책임회피성 발언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부터 계속해서 관련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쏟아졌는데, 이제 와서 업권법이 없어서 힘들다는 변명을 일관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을 사실상 방치했던 정부의 입장을 그대로 재학인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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