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터넷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가 2022년 새해부터 '세기의 빅딜'을 이뤄냈다. 무려 80조원이 넘는 거액을 들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품은 것. 이는 지구촌 IT 업계 역대상 최고 규모의 인수합병(M&A)이다. 무엇보다 게임을 앞세워 'MS 제국'의 부활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18일 MS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약 82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MS 측은 "앞으로 MS는 텐센트와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위 게임사로 올라선다"며 "블리자드는 전세계에 약 1만명이 넘는 직원 및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MS 회장 겸 CEO는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분야"라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플레이어와 제작자를 최우선으로 하고 게임을 안전하고 포용적이며 모두가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게임 시대를 열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 커뮤니티 및 클라우드에 깊이 투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 스펜서(Phil Spencer) MS 게이밍 CEO 또한 "모든 플레이어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게임을 사랑하고 크리에이티브 팀이 최고의 성과를 낸다고 믿는다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게임을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업계에선 MS가 꾸준히 '게이밍 퍼스트'를 천명한 만큼, 의외의 빅딜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MS는 2014년 마인크래프트 인수 후 틱톡 인수협상 등 꾸준히 MZ 콘텐츠 확보에 공을 들여왔고, 최근에는 대놓고 게임시장에 주력하겠다고 밝힐 만큼 어느정도 예고됐던 빅딜"이라고 분석했다.
사실 MS는 윈도와 오피스를 통해 전세계 PC 운영체제(OS)와 B2B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군림해왔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AWS 등에 밀려 성장률이 둔화된 상태다. 그나마 지난 2016년 인수한 링크드인이 여전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지만 사실상 B2B 시장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나델라 CEO가 직접 "게이밍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천명할 만큼, 게임콘텐츠 확보에 열의를 보여왔다. 지난해 6월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E3에는 역대 최대인 30여종의 신작을 띄우는 등 '게임굴기'의 꿈을 공식화했다.
결국 B2B에 갇힌 사업모델을 극복하고자, MS는 최근 B2C 플랫폼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MS가 품은 블리자드는 일렉트로닉 아츠(EA.US), 테이크투인터랙티브(TTWO.US)와 더불어 미국 3대 게임 개발사로 꼽힌다. 이때문에 기존 콘솔서비스 '엑스박스'와의 시너지도 상당할 전망이다.
당장 블리자드 인수를 계기로 MS의 게임사업 규모는 기하급수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MS 엑스박스의 콘솔 시장 점유율은 약 25% 규모로 전체의 7할을 차지하고 있는 소니-닌텐도에 많이 밀리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MS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바탕으로 블리자드의 IP와 게임운영 능력이 더해지면 단숨에 일본 콘솔기업을 뛰어넘는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다. 타 게임사들과 달리 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차별화 포인트다.
특히 클라우드 게이밍의 잠재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글로벌 게임시장 조사 업체 뉴주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게이밍 시장은 2023년까지 연평균 112% 급증할 전망이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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