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거대 양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를 이번 대선이 테크 분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후보들의 주요 공약들을 분석해봤습니다.<편집자주>
'이대남'(20대 남성) 등 청년 세대 표심이 대선의 향배를 가를 주요한 승부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대선주자들이 이들의 '마지막 사다리'로 불리는 가상자산에 대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청년들에게 '코인'과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은 절박한 현실이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다)이나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 가상자산은 가뜩이나 리스크가 큰 투자 수단이지만, 승자 독식 시대의 마지막 재산 증식 수단이라는 절박함에 불나방처럼 몸을 던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들을 위한 가상자산 시장 활성화 공약을 나란히 내놨다. 내용 자체는 '대동소이' 하다. 가상자산공개(ICO) 허용과 비과세 한도 증액 등으로 시장을 풀어주면서 관련 제도를 정비해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공약이다.
가상자산 투자자 60%가 '2030'
두 후보가 가상자산 활성화 공약을 내놓는 이유는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로 떠오른 2030세대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 된다. 회원수 890만명인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업비트 회원의 연령대별 분포는 20대가 31%로 가장 많고, 30대가 29%, 40대가 24%로 나타났다. 2030세대가 전체 회원 수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가상자산 붐은 2030세대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울러 부동산 문제와 취업난 등으로 정치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대선후보들이 가상자산 관련 공약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먼저 공약 발표를 한 쪽은 윤석열 후보다. 지난달 19일 이재명 후보가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날 오전 윤석열 후보가 먼저 공약을 발표하며 선공에 나섰다. 순서는 다퉜으나 이날 발표된 두 후보의 공약은 가상자산공개(ICO) 허용과 가상자산 제도 구축, 비과세 한도 증액 등으로 대부분 비슷해 차별점을 찾긴 어려웠다.
尹, 가상자산 5000만원 비과세에 ICO 허용
윤석열 후보는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5000만원 비과세 ▲투자자보호 위한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과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ICO 허용 ▲대체불가능한토큰(NFT) 거래 활성화 통한 디지털 자산 시장 육성과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청년들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적극 조성하겠다며 5000만원까지 가상자산 양도소득세를 면제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는 2023년부터 과세가 시작되는 가상자산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한도는 250만원으로 비과세 5000만원인 주식 시장과의 형평성 문제가 지적돼 왔다. 비과세 한도 상향을 가상자산 공약 발표 첫번째에 내세우면서 2030세대가 주를 이루는 가상자산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또 윤 후보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하고 ▲불완전판매 ▲시세조종 ▲작전 등을 통한 부당 수익은 사법 절차 거쳐 전액 환수하도록 하겠는 공약을 밝혔다. 또 이같은 과제를 속도감있게 추진하기 위해 디지털산업진흥청의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그는 국내 ICO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상황에서 ICO를 전면 채택할 경우 다단계 사기등 투자자 피해 우려되는 만큼, 안전장치가 마련된 거래소 발행부터 시작하겠다는 설명이다.
李, ICO 허용·5000만원 비과세 따라간다
이재명 후보도 ICO와 증권형토큰발행(STO) 허용을 골자로한 가상자산 공약을 선보였다. 이 후보는 공약을 발표하며 가상자산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그는 "가상자산 거래액이 코스피 거래액을 넘어섰다"며 "눈을 감는다고 시장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피할 수 없으면 끌려가지 말고 앞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법제화 ▲ICO 허용 ▲증권형토큰(STO) 허용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법제화를 통해 입법 공백을 해소하고, 제도적으로 인정해 사업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객관적인 가상자산 상장 기준을 마련, 전문가들과 소통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에 ICO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상자산 비과세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당초 이 후보는 "주식 시장의 비과세 5000만원은 주식 투자가 기업들의 현실적인 자금 조달에 도움이 되고 실질적인 이익이 되기 때문에 투자를 권장하는 차원"이라면서도 "가상자산과 주식은 성격이 좀 달라서 같이 취급해야 하느냐는 논쟁이 있다"고 언급했다. 가상자산 비과세 250만원이 적긴 하지만 주식시장과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견해였다.
그러나 며칠후 이 후보 역시 윤 후보의 공약을 수용해 가상자산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5000만원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후보는 5000만원 비과세에 더해 투자손실분에 대해 5년 간 이월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손실 이월공제 도입도 약속했다. 현재 가상자산 양도소득은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있어 이월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즉 투자 손실이 나도 세금을 내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데칼코마니 공약 속 차별점, NFT와 STO
이 후보와 윤 후보의 데칼코마니 공약 속 눈 여겨볼 차별점은 NFT와 STO다. 윤 후보는 NFT 거래 활성화를 통해 디지털 자산 시대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NFT는 복제가 기본값인 디지털 세상에서도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자산의 범위를 확장시켰다.
윤 후보는 "다양한 형태의 신개념 디지털 자산 등장에 대비해 기술 개발 지원하고 제도적 기반도 선제적으로 정비하겠다"며 "적어도 디지털 자산 분야 만큼은 규제 걱정 없이 민간의 자율과 창의가 충분히 발휘되도록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는 STO를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STO란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처럼 실물자산과 연동된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상자산을 보유한 이들은 실제 주주처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STO는 ▲자금 조달 과정 간소화 및 비용 절감 ▲유동성 확보 ▲증권법 적용에 따른 투자 안정성을 장점으로한다. 이 후보는 "벤처 기업의 새로운 투자 유치 방법으로 STO를 허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 친화적인 두 후보의 공약에 업계와 투자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회색지대에 놓여있던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공약이 발표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번 공약 발표가 단순히 2030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선심선 공약인지, 아니면 가상자산 시장을 정말 미래 산업으로 보고 당선 후에도 지속적으로 공약 이행을 위해 노력할 의지가 있는지를 잘 따져보아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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