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새 수장으로 선임된 남궁훈 대표 내정자가 취임 전부터, 기업가치 상승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례적으로 자신의 연봉과 스톡옵션을 조건으로 내걸고, 주가 부양 의지를 다잡은데 이어 자사주 소각이라는 기술적 장치도 병행하는 모습이다. 외부적으로 주가 회복 필요성을 수차례 천명한 만큼 '비욘드코리아-비욘드모바일'이라는 콘셉트의 신규 모멘텀이 또한 빠르게 등장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 24일 보통주 323만9741주를 자사주 소각 방식를 통해 감자한다고 공시했다. 감자 비율은 보통 주식 0.73%로 규모, 무려 3000억원 규모다. 쉽게 말해 카카오가 보유한 자사주를 소각, 기업가치를 올리는 방식이다. 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사실상 주가 부양에 활용한 것. 동시에 카카오는 이날 남궁 내정자의 첫 온라인 외부간담회를 진행, 새 대표의 주가부양 의지를 공식적으로 피력했다. 남궁 내정자는 영화 '웰컴투 동막골'의 촌장 역할을 예시로 들며 "주주와 직원들을 배불리 먹이겠다"는 말까지 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최근 주력 자회사들의 IPO에 따른 지분가치 희석을 막고자,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카카오커머스를 본사로 불러들이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를 제외한 주요 사업부의 물적분할도 추진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시에 주요 임원진의 스톡옵션 행사를 제한하고, 이를 위한 콘트롤타워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출범시켰다. 주주가치 보존을 위해 내부경쟁을 완화할 일종의 지휘부를 만든 셈. 또한 최근 지난해 연간실적 발표를 통해 향후 3년 동안 잉여 현금 흐름의 5%를 현금 배당하고 10∼25%는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이같은 행보는 남궁 내정자의 주가 부양 의지와 결이 닿아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당장 경영권을 잡은 것은 아니지만, 남궁 내정자의 주가 부양 의지가 올해 카카오 사업 전반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 실제 남궁 내정자는 지난 24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대표 내정 직후, 브라이언 및 다른 계열사 CEO와의 소통을 거쳐 외부 목표주가로 15만원을 설정했고 내외부에 이를 알린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표 취임 전이지만 당면한 과제로 기업가치 정상화를 제1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사실 남궁 내정자는 역대 카카오 대표 중,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의 주가급락에도 여전히 카카오의 시가총액은 42조원 규모. 합병 내홍 종식에 주력하던 이석우-최세훈, 팽창을 꿈꾸던 임지훈, 적자 탈피를 노리던 여민수-조수용 대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 과거와 달라진 지금의 위치를 지키며, 동시에 새로운 모멘텀을 얹어야 지난해 고점 탈환이 가능해진 상황이다.
물론 내부적인 상황은 나쁘지 않다. 지난해 카카오의 연간 매출액은 6조원, 영업이익은 6000억원 규모로 주요 사업부 대부분이 두자릿 수의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해 증권가 추정 매출액은 8600억원, 영업이익은 1조원대로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모든 사업부가 깊이 있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엔터-게임을 제외하고, 국내 사업부 대부분이 내수에 머물러 카카오 신규 모멘텀 홍보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남궁 내정자는 올해 사업의 모토를 '비욘드 코리아-비욘드 모바일'로 잡고 해외-플랫폼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게임한류 대표주자 '검은사막'의 글로벌 흥행을 직접 일군 경험을 십분활용, 블록체인이라는 신무기를 앞세워 카카오의 퀀텀점프를 이루겠다는 포석이다. 이를 위해 당장 V2TF, OTF 태스크포스(TF)를 발족, 신사업의 발빠른 성과를 내보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머지 않은 시기에 지인 중심의 카카오톡 서비스가 관심 기반의 오픈채팅으로 탈바꿈, 글로벌 메타버스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남궁 내정자는 지난 24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세계 인구로 봤을 때 지인의 비율은 1% 미만으로 아주 적기 때문에 앞으로는 99% 이상의 비지인들과 디지털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카카오톡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메타버스를 3D 아바타로 많이 생각하지만, 3D 뿐 아니라 텍스트, 2D, 음향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가 모두 메타버스화 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이게 성공한다면 그 위에 웹툰, 게임 등 다양한 사업 확장에 용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
- 카카오표 블록체인, 글로벌 진출 잰걸음...발 맞추는 크러스트-그라운드X-메타보라
- 카카오 남궁훈의 꿈은...글로벌 타깃의 웹 3.0
- 텍스트 메타버스 꿈꾸는 카카오, 오픈채팅으로 디지털 세상 담는다
- 카카오 남궁훈의 촌장 리더십 "주주-직원들 모두 배불리 먹일 것"
- '성장' 넘어 '상생'...카카오 남궁훈, 책임 경영에 방점 찍는다
- 카카오 새 선장 남궁훈의 약속..."2년내, 기업가치 2배 만들 것"
- 남궁훈이 그리는 카카오표 메타버스...키워드는 B2C2C·콘텐츠
- 출사표 던진 남궁훈 "모바일·국경 한계 넘어 카카오 미래 그릴 것"(종합)
- 카카오모빌리티, 브랜드택시 기사 수상식 개최...110명 시상
- 카카오 T '통합검색' 기능 도입...카카오내비 홈 전면 개편
- [테크M 이슈] "2억이 2조로 껑충" 김범수가 발탁한 임지훈, 카카오에 뿔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