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오늘 소개해 드릴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SE' 3세대 모델 입니다. 아이폰 SE는 출고가 59만원(64GB 모델 기준)부터 시작하는 가장 저렴한 아이폰입니다. 그럼에도 가장 비싼 '아이폰13'과 동일한 'A15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탑재해 보급형 답지 않는 막강한 성능을 발휘하죠. 그럼 가성비가 엄청나게 뛰어나냐, 그렇진 않습니다. 싼 데는 다 싼 이유가 있으니까요.


또?…사골이 된 '아이폰8' 디자인

애플코리아에서 아이폰SE 제품을 대여해 일주일간 실사용을 해봤습니다. 일단 외견은 친숙한 모습입니다. 바로 2017년 나온 '아이폰8'과 완벽히 똑같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2020년에 나온 아이폰SE 2세대 모델과도 똑같습니다. 같은 디자인을 3대에 걸쳐 우려먹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개인적으로 노치가 없고 홈버튼이 있는 아이폰8을 좋아했기 때문에 디자인적으로 불만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지문으로 잠금을 해제하는 '터치ID'를 쓸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오래된 디자인인만큼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건 맞습니다. 아이폰SE의 디스플레이 크기는 대각선 길이 11.9cm(4.7인치)인데, 13.7cm(5.4인치)인 '아이폰13 미니'보다 살짝 더 크고 무겁습니다.

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화면을 켜니 순간 숨이 턱 막힙니다. 다닥다닥 붙은 아이콘들이 답답할 만큼 화면은 좁고, 화질은 어둡고 흐릿하게 느껴집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가 아닌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에 해상도는 절반 수준이고, 명암비와 최대 밝기도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최대 120Hz 주사율을 지원하는 '프로모션' 기능에 길들여지다 보니 화면 스크롤도 매끄럽지 못하게 느껴집니다.


성능 하나는 확실하다…다만 오래가지 못할 뿐

아이폰SE는 가격을 낮추기 위해 많은 걸 포기한 스마트폰입니다. 비슷한 가격의 안드로이드 계열 보급형 제품에 비하면 떨어지는 사양이 한 둘이 아닙니다. 하지만 단 하나 포기하지 않은 게 있습니다. 바로 '성능'입니다. 벤치마크 앱을 돌려보니 입이 떡벌어집니다.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 S22 울트라'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가 나옵니다.

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GOS(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 따윈 필요없습니다. 고사양 모바일 게임의 대명사인 '원신'도 그래픽 옵션 '매우 높음'에서 끊김없이 돌아갑니다. '리니지W', '오딘: 발할라 라이징',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같은 인기 모바일 게임들도 쾌적하게 구동됩니다. 아마 이 제품을 쓰면서 향후 몇 년 간 성능이 부족함을 느끼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다시 문제점 하나가 떠오르는 데, 바로 배터리 때문에 맘 놓고 게임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폰SE 3세대는 2세대 제품보다 배터리 크기가 소폭 커지고 A15 바이오닉의 전력 효율 개선으로 배터리 사용 시간이 좀 늘어나긴 했으나, 역시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진 못했습니다. 충전기에서 떼는 순간부터 배터리 게이지가 줄어드는 게 눈에 보여서 불안불안 합니다.

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애플 '아이폰SE' /사진=테크M 

공식적으로 아이폰SE는 최대 15시간 동영상 재생을 지원해 13시간이던 2세대보단 수명이 늘었으나, 15시간인 아이폰13 미니보다 못한 수준입니다. 실제 배터리 시간은 사용하는 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10시간 정도로 보면 되는데,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면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퇴근 때까지 충전없이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사진은 아이폰'이라지만…큰 기대는 하지 말자

아이폰SE의 뛰어난 '두뇌'는 카메라 성능도 향상시켰습니다. 아이폰13 시리즈와 같이 첨단 머신러닝(ML) 기술을 이용해 사진 질감과 디테일을 살려주는 '딥퓨전'과 까다로운 조명 환경에서 적정 노출을 맞춰주는 '스마트 HDR4'를 지원하고 배경 흐림 효과를 내주는 '인물사진' 모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단, 야간모드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어두운 곳에서 고품질 촬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폰SE 인물모드로 촬영한 사진 /사진=테크M
아이폰SE 인물모드로 촬영한 사진 /사진=테크M

아이폰SE에 장착된 1200만 화소 광각 렌즈 자체는 나쁘지 않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역시나 렌즈가 달랑 하나라는 한계에 부딪힙니다. 아이폰13 일반형의 경우 2개, 아이폰13 프로의 경우 3개의 카메라를 사용해 보다 많은 데이터를 갖고 사진을 보정합니다. 렌즈가 단 하나뿐인 아이폰SE의 경우 아무래도 화질이 조금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 싱글 렌즈라 화각도 제한적이고, 광학 줌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정해진 화각 외에는 좋은 사진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정말 기본적인 성능만 갖췄다고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한뼘폰' 찾는다면 '미니'를...'가장 저렴한 아이폰' 매력은 확실
 
사람 눈이 참 간사합니다. 처음 보는 순간에는 그렇게 답답해 보이더니, 일주일을 썼더니 어느새 눈에 익어 크게 불편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폰13 프로 맥스가 너무 무식하게 커보이기까지 합니다.

아이폰SE는 가격도, 무게도 가벼운 스마트폰입니다. 한 손에 쏙 들어가니 다른 한 손이 자유로워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자켓 안주머니든 바지 주머니든 어디 넣어도 불룩 튀어나오지 않고 무게도 부담이 없습니다. 대화면이 대세인 시대에도 '한뼘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왼쪽부터) 아이폰13 프로 맥스, 아이폰SE, 아이폰Xs /사진=테크M
(왼쪽부터) 아이폰13 프로 맥스, 아이폰SE, 아이폰Xs /사진=테크M

하지만 작다는 이유로 아이폰SE를 택하기엔 아이폰8의 낡은 폼팩터가 발목을 잡습니다. 최소 '아이폰X'급의 폼팩터는 썼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이 큽니다. 저라면 차라리 카메라와 배터리 성능이 월등히 나은 아이폰13 미니를 택할 것 같습니다. 같은 128GB 용량 기준으로 아이폰13 미니는 95만원, 아이폰SE는 66만원입니다.

물론 카메라 같은 성능들도 필요가 없고 통화나 웹서핑 등 간단한 기능만 사용하거나 업무용 세컨폰이 필요한 경우라면 아이폰SE도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시중에 겉으로 플래그십인척 하는 보급형은 많지만, 기초체력이 가장 뛰어난 제품은 아이폰SE이기 때문입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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