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요금제 나왔는데...도대체 어디가 중간인거죠?
#24GB는 '신의 한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도 못 미쳐
#KT와 LG유플러스의 중간 요금제는 다르길
이른바 '5G 중간요금제'가 등장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9일 SK텔레콤이 신고한 신규 5G 요금제 신고를 수리했고, SK텔레콤은 내달 5일 새로운 요금제를 공식 출시합니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선보이는 신규 5G 요금제는 ▲5G 일반 요금제 3종(4/5/9만원대) ▲온라인 전용 요금제 2종(3/4만원대) 등 총 5종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요금제는 역시 '5G 중간요금제'라 불리는 월 5만9000원의 5G 일반 요금제와 월 4만2000원의 5G 언택트(온라인 전용) 요금제입니다.
5G 중간 요금제, 드디어 출시됐지만...
그동안 SK텔레콤을 비롯한 통신3사의 5G 요금제를 살펴보면,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10~11GB인 요금제와 기본 데이터 제공량이 110GB인 요금제가 있었습니다. 10~11GB와 110GB의 중간의 데이터 제공량을 주는 요금제가 없었기 때문에 11GB 이상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은 추가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110GB를 제공하는 비싼 요금제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용자들이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가뜩이나 5G가 잘 안터진다는 얘기가 나오고, 5G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LTE우선모드를 사용한다는 사용자들까지 나오고 있는데 요금제까지 이용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도 이용자들의 불만에 호응하며 통신사에게 5G 중간 요금제를 내놓으라고 압박했습니다.
통신사들의 요금제가 외부 압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통신사들의 5G 요금제는 '해도 너무한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과기정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5G 요금제 사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량이 23~27GB 정도입니다. 그런데, 요금제는 11GB와 110GB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죠. 통신3사 가운데 누구도 그 중간 요금제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묵시적 담합이 아니냐는 해묵은 비판이 또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5G 이용자 월 평균 데이터 이용량에도 못미치는 중간 요금제라니...
그런데, 이번에 나온 요금제가 또 아이러니 합니다. 분명 '중간' 요금제인데, 중간이 아닌 것 같은 요금제가 나왔습니다. 분명 10~11GB와 110GB의 중간이라고 나온 요금제인데, 데이터 제공량이 24GB밖에 안됩니다. 그러다보니 가격도 중간이라기엔 애매하게 책정됐습니다. 5만5000원과 6만9000원 사이의 중간 요금제가 5만9000원이네요. 온라인 전용도 마찬가지입니다. 3만8000원과 5만2000원 사이의 중간 요금제가 4만20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절묘합니다. 5G 이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23~27GB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과기정통부 통계를 살펴보니 월 데이터 사용량이 23GB였던 달은 대부분 2월이더군요. 날이 적으니 당연히 데이터 사용량도 적겠죠. 그 외의 달을 보면 대부분 24GB 이상, 26~27GB가 대부분입니다.
그렇다면 평균 사용자들이 24GB의 중간 요금제를 이용하면 데이터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추가 데이터 요금은 비쌉니다. 그럼 이 이용자들은 어떤 요금제를 사용하게 될까요? 110GB 요금제를 쓰게 될겁니다. 이번 중간 요금제가 중간 요금제가 아닌 것 같은 이유입니다.
KT, LG유플러스의 중간 요금제는 다를까?
물론 이에 대한 면피성(?) 해명도 있습니다. 상위 5%, 5G 트래픽 대량 이용자를 제외한 이용자들의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14GB에서 21GB 정도라는 것이죠. 굳이 상위 5% 이용자를 빼가면서 중간 요금제의 당위성을 만들어주는 해명이죠. 이 해명은 SK텔레콤의 중간 요금제가 신고된 직후 열렸던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3사 CEO의 간담회 이후 브리핑에서 나온 발언입니다.
과기정통부가 외부에 공개하는 무선 트래픽 통계 자료에는 상위 5% 이용자 트래픽을 제외한 통계가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공개되는 통계도 아닌데 이렇게 얘기해야 할 정도로, 과기정통부가 보기에도 이번 요금제가 중간인듯 중간아닌 요금제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SK텔레콤에 이어서 KT와 LG유플러스도 5G 중간 요금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8월 중으로 요금제가 출시될 예정인데요. 이들도 SK텔레콤과 비슷한 중간인듯 중간아닌 5G 중간 요금제를 내놓을까요? 제대로 된 '진짜' 5G 중간 요금제를 내놓는 사업자가 나와서 요금제 경쟁을 펼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까요? 정말 우리나라 통신시장에서 요금경쟁을 볼 수는 있는 걸까요?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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