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창 밖은 완연한 봄이 찾아왔지만 가상자산 시장에는 여전히 칼바람이 불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 약세를 의미하는 '크립토윈터'가 지난해에 이어 쭉 이어지고 있는 것. 가상자산 시장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은 5월 한달간 7% 이상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과 미국 부채한도 조정 이슈가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더리움은 별다른 변화 없이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유통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할거란 우려를 이겨내고 250만원대에서 버티는 모습이다. 아울러 리플은 10% 가까이 상승했다. 리플랩스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간의 소송에서 '힌먼 연설' 공개가 결정됨에 따라 리플이 강세를 띄고 있다.


4000만원 넘보던 비트코인, 3600만원대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1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월 동시간 대비 7.14% 하락한 개당 3637만3000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초 4000만원 돌파를 넘보던 비트코인이 3600만원대로 내려 앉은 모습이다. 이같은 비트코인 약세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더불어 부채한도 조정 이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차트 / 사진=업비트
비트코인 차트 / 사진=업비트

지난달 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통해 기준 금리를 25bp(0.2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번에 이은 베이비스텝으로, 시장 전망치와도 부합한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 구간까지 올랐다. 앞서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5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할 확률을 85.2%로 점친 바 있다.

다만 기준금리 발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반등, 3900만원대를 회복했다. 또 이번 금리인상 이후 연준이 9월엔 기준금리를 인하할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오는 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을 48.2%로 점치고 있다. 6월과 7월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각각 79.3%, 53.4%다. 

하지만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채무불이행(디폹트) 가능성이 고조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하락세는 계속됐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의 부채한도 상향 협상이 난항을 겪은 것. 

이처럼 글로벌 거시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의 고조에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른 불안한 자본시장 환경에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이 더욱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이먼 CEO는 지난 22일(현지시간) JP모건 뉴욕 본사에서 열린 투자자 프레젠테이션에서 높은 금리에 따른 자산시장의 붕괴가 현재 진행 중이며 이것이 단기간 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5월까지 이어진 금리 인상에도 연준은 6월 금리 인상 여부를 여전히 논의 중이다"며 "이런 상황은 투자자들에게 자산시장 투자에 매우 보수적인 스탠스를 취하게 만들며 이로 인해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의 피해는 막심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경제환경이 가상자산의 약세와 함께 달러 강세를 지속시킬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3500만원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악관과 공화당이 부채 한도 상향 조정을 극적으로 합의에 하면서 분위기가 반전, 비트코인 가격은 3600만원대를 회복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공화당)이 합의한 미국 연방정부 부채한도 합의안이 미국 하원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비트코인과 상관관계 낮아진다...버티는 이더리움

이더리움은 전월 동시간 대비 0.15% 하락한 개당 250만5000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간 비트코인을 따라 등락을 반복했지만, 유의미한 가격변화를 보이진 않은 것. 스테이킹(예치) 했던 이더리움을 언스테이킹(출금)할 수 있는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대량의 이더리움 인출이 발생해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기우였던 것이다.

이더리움 차트 / 사진=업비트
이더리움 차트 / 사진=업비트

실제로 기관 대상 스테이킹 플랫폼 스테이크드 보고서에 따르면 이더리움 스테이킹 비율이 향후 18개월동안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 5월 초 기준, 이더리움 예치금 규모는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전 대비 4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스테이킹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 추세에 따라 스테이킹 비율이 현재 15% 수준에서 향후 12~18개월 동안 20~35% 범위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글래스노드 데이터에 따르면 이더리움 샤펠라 업그레이드 이후 네트워크에 스테이킹된 물량이 440만이더리움을 기록했다. 현재 이더리움 비콘체인에는 총 2258만이더리움이 스테이킹된 것으로 나타났다. 업그레이드 이후 언스테이킹이 가능해짐에 따라 스테이킹 물량이 줄어들고 이더리움 가격이 하락할거라는 전망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업계선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 증가 추세가 계속될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비트코인과의 상관관계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카이코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지난 30일간 누적 상관관계가 78%를 기록, 지난 2021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80%를 하회했다"고 전했다. 상관관계가 하락했다는 것은 서로 의존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나타내며, 가격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홀로 10% 뛰어오른 리플...지지부진한 소송 진짜 끝나나

리플은 전월 동시간 대비 9.35% 상승한 개당 690원에 거래됐다. 주요 가상자산 중 유일하게 상승했다. 지난 5월 초 리플은 지난 4월 나올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기대감이 꺾여 600원대 붕괴를 위협받기도 했다. 하지만 힌먼 연설 공개 결정 소식이 전해지면서 리플은 급등했다.

리플 차트 / 사진=업비트
리플 차트 / 사진=업비트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 소송을 지속적으로 추적해온 미국 연방 검사 출신 변호사 제임스 K. 필란에 따르면, 리플랩스와 SEC 소송 담당 판사 아날리사 토레스가 SEC의 '힌먼 연설' 자료 비공개 신청(Motion to Seal)을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힌먼 연설 문서는 2018년 6월 당시 SEC 임원에 재직 중이던 윌리엄 힌먼이 야후 파이낸스 올마켓 서밋에 참석해 이더리움 블록체인의 네이티브 토큰 이더리움(ETH)은 증권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힌먼 연설 내용은 리플과 SEC 간 '미등록 증권 판매' 소송의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증거 자료이기도 하다

또 지난달 18일(현지시간) 제임스 K. 필란이 트위터를 통해 "SEC의 '힌먼 연설' 자료가 오는 6일(현지시간)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그는 힌먼 연설 자료 공개 예정 일자가 13일로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EC와 리플이 자료 공개 일자를 1주일 연장하는 요청서를 법원에 제출함에 따라 오는 13일 SEC 전 임원인 윌리엄 힌먼의 발언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5일에는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랩스 최고경영자(CEO)가 리디파인 투모로우 2023 컨퍼런스에서 "SEC와의 소송전이 이르면 몇 주 내 매듭 지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 소송 등 법적인 사안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올해 법원 판결이 나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몇달, 아니 몇주 내에 최종 결론이 나올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카카오 관계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클레이'는 전월 동시간 대비 16.94% 하락한 개당 248원에 거래됐다. 또 네이버 관계사 라인이 발행한 가상자산 링크(핀시아) 역시 전월 동시간 대비 9.36% 하락한 개당 4만8760원에 그쳤다.

 

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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