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Npay)가 두나무 자회사 '증권플러스 주식회사(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금융 슈퍼앱' 도약에 나섰다.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비상장 거래 활성화는 물론, 두나무와의 협업을 본격화하며 웹3 시장 선점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토스, 카카오 등 경쟁사들이 전통금융을 모바일화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면, 네이버는 미국 로빈후드, 코인베이스와 같이 혁신기술을 융합한 '신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 주식 거래 활성화 물꼬 튼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페이가 두나무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약 686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지분의 약 70%로, 네이버페이가 증권 서비스 내 비상장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두나무와의 협업을 본격화하며 웹3 시장에 대한 직접적인 진출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가 키노트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페이 제공
박상진 네이버페이 대표가 키노트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네이버페이 제공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두나무의 사업부 형태로 운영되다가 지난 8월 초 물적분할을 통해 별도 법인이 됐다. 서울거래와 38커뮤니테이션 등 굵직한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가운데에서도 국내 최대 규모로, 지난 8월 기준 누적 가입자 167만명, 누적 거래건수 약 83만건, 누적 거래액 1조9000원을 기록했다.

이는 간편결제를 중심으로 송금과 보험 비교, 투자 정보 서비스 등을 제공한 네이버페이에게 또다른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네이버페이는 독자적인 주식 직접투자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했다. 따라서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통해 영역을 넓히는 것은 물론 신규 이용자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페이는 "이번 인수는 국내 핀테크 성장과 정책 방향에 발맞춰, 새로운 혁신과 사용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할 확대를 검토한 결과"라며 "현재 제도화 흐름에 있는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의 안정화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육성과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존의 네이버페이 증권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서비스와의 시너지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두나무 동맹 강화로 '웹3' 공략 시동

이번 인수는 궁극적으로 네이버의 웹3 진출 의도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급진전되며 네이버페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규모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의 연합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 사진=네이버페이, 두나무 제공
/ 사진=네이버페이, 두나무 제공

두나무와의 동맹은 네이버가 토스, 카카오 등 금융 플랫폼 경쟁사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금융 플랫폼사들이 저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에 나선 가운데, 월간활성자수(MAU) 1700만명을 보유한 네이버페이증권의 방대한 이용자층과 국내 가상자산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 두나무와의 협업은 시장을 흔들 동맹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박혜진 서강대학교 인공지능(AI)⋅디지털자산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는 "두나무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 걸쳐 있는 것도 아니고 명확하게 코인 거래소인 만큼 이번 인수는 네이버페이가 웹3 시장에 진출한다고 알리는 메세지"라며 "글로벌에서는 기존에 라이센스를 획득한 곳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 두나무와 네이버도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쟁사들도 대응을 서두르는 모습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는 빗썸과 스테이블코인 관련 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한 협업을 진행 중이다. 토스는 간편결제 시스템과 다양한 이용자를, 빗썸은 디지털 자산 유통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낸다는 계획이다.

카카오 역시 그룹 차원의 스테이블코인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해당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았다. 카카오페이의 온·오프라인 결제 인프라와 카카오뱅크의 스테이블코인 발행 준비 자산 수탁 역량 등을 한 데 모아 웹3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두나무, 중개업 인가·글로벌 진출 돌파구

두나무 역시 이번 네이버페이와의 협업을 통해 장외거래중개업 인가와 글로벌 진출에 대한 돌파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FIU는 특정금융정보법 위반으로 두나무에 신규 고객 가상자산 이전 3개월 정지라는 처분을 내렸다. 두나무는 이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과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이 여파로 당초 금융위원회가 도입할 예정이었던 비상장 주식 유통 플랫폼 전용 투자중개업 인가 신청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네이버페이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인수와 함께 장외거래중개업 인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으로, 이번 사안의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됐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사진=이소라 기자
오경석 두나무 대표/사진=이소라 기자

네이버와의 협업은 두나무의 글로벌 시장 확장 전략에도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국내 거래소 간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글로벌 시장 진출이 또 다른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 두나무가 네이버페이와 손잡고 글로벌 공략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시장 문을 걸어 잠그면서 두나무나 빗썸 등이 글로벌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시에 굉장한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며 "다만 이러한 상태를 지속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국내 거래소들도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 일환으로 두나무가 네이버페이와의 협업이라는 합리적인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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