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관심 있어 하는 특정 분야를 공유하고 싶지 않은데 다른 사람 블로그 피드에 제 취향을 유추할 수 있는 글이 인공지능(AI) 추천으로 뜨더라고요. 제 일상이 담긴 기록을 남기고 싶어서 나만의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건데 이건 발견과 탐색이라고 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대학원생 이 모씨(27)는 요즘 네이버 블로그 사용이 불편하다. 중학생 때부터 네이버 블로그를 사용하며 나만의 기록과 취향을 남기고 이웃들과 소통해왔지만, 최근 블로그 개편 이후로 알리고 싶지 않았던 본인 글까지 이웃과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의 기록을 남기고 싶었던 이 모씨에게 취향이 공유되는 불편한 상황이 생긴 것.
피드형이란 이용자가 이웃을 맺거나 팔로우를 한 계정의 게시글을 볼 수 있는 형식으로, 스크롤에 따라 새로운 글이나 이미지, 영상을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인스타그램, 릴스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이러한 피드형으로 구성돼 있다. 이용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콘텐츠가 맞춤형으로 끊임없이 제공되기 때문에 체류시간이 길어지며, 이는 플랫폼 업체들의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이런 효과를 노린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피드형 개편을 속속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과 다른 낯선 경험에 이용자들이 불만을 표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사용자 취향에 맞는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탐색 등 새로운 기능을 적용했지만, 무분별한 추천과 공유가 오히려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특히 국내 양대 플랫폼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국민 포털', '국민 메신저'라 불릴 만큼 폭넓은 이용자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클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네이버 블로그, 피드형 개편 초기 '잡음'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피드형 개편 작업을 한 네이버 블로그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용자들이 나오고 있다. 이웃이 관심 있게 보는 글과 내 이웃의 글을 구분하기 어렵고, 이모티콘 등도 복잡해졌다는 점이 주요 반응이다.
앞서 지난 8일 네이버는 출시 22주년을 맞아 관계와 커뮤니티 강화를 중심으로 개편 작업을 진행했다. AI 기반 개인화 추천을 한층 강화, 이웃관계와 관심사 및 활동 이력까지 분석해 취향에 맞는 게시글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네이버의 기조인 '탐색'과 '발견'을 충족하고 새로운 관심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블로그에서는 '내 이웃이 반응한 글', '내 이웃의 인기글', '최근 방문한 블로그의 다른 글' 등을 이웃의 글과 함께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점이 오랜 시간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해오던 이용자에게 불편을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블로그의 공식 블로그에는 개편 직후인 지난 8일 개편을 기대한다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불편함을 제기한 이용자들의 반응이 많아지고 있다.
한 이용자는 "'홈'판이 AI 추천식으로 바뀐 이후로 어쩌다가 모르고 검색한 키워드와 관련된 내용만 뜨고, 이웃 새글에서도 중간에 추천 이웃글이 있으니 불편하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헷갈려서 내가 읽고 싶은 이웃님들의 글을 못 찾겠다. 내가 이웃 맺은 사람들의 글만 나오도록 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인스타처럼 사진이 홈 화면을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블로그만의 방향성을 찾아 홈 화면에서 보여주는 사진의 크기를 줄이고 글에 집중된 UI였다면 변화를 응원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공감버튼이 색칠돼 있어 공감을 누른 걸로 착각을 한다. 눈에 바로 보이게끔 변경해주셨음 좋겠다"는 바뀐 공감 표시에 대한 개선을 요구하는 반응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최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 20일 공감 기능은 나의 공감과 다른 이용자의 공감이 분리되도록 개선작업을 거쳤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웃이 너무 적을 경우 사용성을 고려해 특정 이웃 수 미만의 이용자는 이웃이 공감한 글이 덜 보이는 방향으로 개선을 준비 중"이라며 "개편 이후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초기인 만큼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의 니즈와 사용성을 두루 고려해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톡 피드형 개편, 사생활 노출?
카카오 역시 카카오톡을 피드형 중심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카카오톡 개편은 '친구' 탭과 '숏폼·비디오' 탭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특히 친구 탭의 경우 기존 연락 중심에서 벗어나 이용자의 일상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피드형으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롭게 바뀌는 카카오톡은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연내 기술 컨퍼런스인 '이프 카카오 2025'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앞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톡은 이제 단순한 메신저를 넘어 콘텐츠 탐색과 관계 기반의 소셜 기능까지 포괄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다"며 "그동안 전화번호부 역할을 하면서 특정 목적성 트래픽이 대부분이었던 친구 탭이 이제는 뚜렷한 목적 없이도 빈번하게 방문하면서 일상 속에 다양한 콘텐츠를 탐색하고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지면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개편을 앞두고 이용자들은 '과도하게 사생활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과 '카카오톡을 통해 편하게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는 반응으로 엇갈리고 있다. 앞서 카카오는 대표적인 피드형 SNS인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펑'과 스토리 중심 서비스 '카카오스토리' 등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두 기능 모두 사생활이 보여진다는 부담 탓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증권가에서도 카카오톡의 피드형 개편에 대한 우려에도 긍정적인 반응이 공존한다. 개편 초기 이용자들이 적응하지 못하거나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도 있지만, 정착할 경우 기업들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피드형 지면에 대한 우려는 많지만 앞선 글로벌 사례들을 보면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릴스와 숏츠, 스포트라이트 사례에서 숏폼 콘텐츠의 추가는 앱 체류시간 증가는 광고 노출 증가로 이어졌고, 광고 매출 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분석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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