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네이버 창업주인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총괄(GIO, 왼쪽)과 최수연 네이버 대표/캐리커쳐=디미닛

"네이버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사용자생성콘텐츠(UGC)의 힘을 누구보다 먼저 깨닫고 지식인, 블로그, 카페를 통해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한 말이다. 네이버는 데이터가 지닌 힘을 믿고 그동안 다양한 UGC 확보에 집중했다. 이 일환으로 네이버는 클립과 블로그 등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 및 파트너사 제휴를 맺으며 UGC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러한 UGC는 네이버 생태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새로운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전략인 '에이전트N'이 더욱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이용자의 요청을 분석·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숏폼' 만들고 '돈'도 벌고

17일 네이버는 창작 프로그램 지원책의 일환으로 숏폼 서비스인 클립에 프로필 및 보상 프로그램 강화 등을 추진했다. 네이버 클립은 이용자가 본인의 창작 역량을 발휘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하반기 클립 크리에이터에는 숏폼에 이미지·텍스트 부문이 신설되면서 10만명의 창작자들이 몰렸으며 지원 규모는 70억원으로 예상됐다. 

네이버는 이러한 창작자들의 창작 활동을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네이버 임팩트' 프로그램을 조성, AI 도입에 따른 기술력 증진과 창작물 제작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본격적인 지원 확대에 앞서 네이버는 지난 8월 정식 선보인 클립의 광고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피드형 보상 모델을 새로 추가했다. 기존 클립 서비스의 경우 콘텐츠 유효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 중 일부가 창작자에게 돌아갔다면 피드형 보상 모델은 홈피드에 노출되는 클립 영상도 수익화가 가능하다. 

/ 사진=네이버 제공
/ 사진=네이버 제공

크리에이터는 홈피드와 주제 피드, 통합검색, 플레이스 등에 본인의 창작물을 노출시켜왔다. 플레이스에 특정 장소를 검색하면 클립 크리에이터들이 방문해 남긴 리뷰를 볼 수 있고, 홈피드의 경우 일평균 1000만명이 방문하는 만큼 이번 피드형 보상 모델이 추가되면서 창작자의 창작 활동 독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들의 경우 홈피드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피드형 보상 모델은 11월부터 시범 운영을 거쳐 내년 중 정식 도입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네이버는 다른 버티컬 서비스와 클립 연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정보 태그'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클립 크리에이터들은 장소나 쇼핑, 티켓 태그를 운영 중이다. 창작자가 본인의 영상에서 소개한 장소나 제품 등에 태그를 하면 플레이스나 스마트스토어와 연동돼 제품 구매 및 방문 예약 등을 할 수 있다. 그 결과 장소 태그의 경우 장소 방문 경험을 쉽게 기록할 수 있어 지난해 대비 약 2배 증가하고, 사업자나 크리에이터가 제품을 홍보하거나 소개하는 쇼핑 태그는 지난해 대비 약 350% 증가하기도 했다.


쇼핑 커넥트, 日 플랫폼 투자 등 UGC 확보 '열일'

네이버는 쇼핑 커넥트와 브랜드 스폰서 프로그램, 오늘 여기 클립, 시즈널 챌린지 등 다양한 창작자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쇼핑 커넥트의 경우 스마트스토어 판매 제품을 클립이나 블로그, 치지직 등 다양한 콘텐츠로 소개, 판매로 이어질 경우 실적에 따라 수익을 받는 제도다. 

이를 통해 누적 52만개 상품이 쇼핑 커넥트에 연동됐으며 셀러가 지출한 플랫폼 사용료 대비 높은 매출액을 달성하기도 했다. 판매자에게는 본인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기회를, 창작자들은 창작물을 통해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알리고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쇼핑 커넥트는 클립 뿐만 아니라 블로그와 치지직 등 네이버에서 활동 중인 다양한 유형의 창작자 모두에게 적용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버티컬 서비스와 밀접하게 연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 사진=노트 제공
/ 사진=노트 제공

블로그를 통해 UGC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이 일환으로 블로그의 피드형 개편을 진행하고 이어 일본 콘텐츠 기업인 노트에도 투자하며 글로벌 콘텐츠 확대에도 손을 뻗었다. 네이버는 노트에 20억엔(한화 약 187억원)을 투자, 지분 약 7.9%를 확보했다. 노트는 자신의 글이나 이미지,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남길 수 있는 일본의 플랫폼으로 해외판 네이버 블로그다.

일상글이나 만화, 기고 등 다양햔 콘텐츠 6400만건이 지난 2014년부터 누적돼 있으며 이용자 수는 1052만명에 달한다. 양사는 노트의 풍부한 콘텐츠와 네이버 UGC, 웹툰 등을 결합해 플랫폼 기술력 밎 AI 고도화를 위해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UGC는 곧 '에이전트N'으로 이어진다

네이버의 UGC는 또 다른 목표로 세운 '에이전트N'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전트N은 이용자의 요청이 있기 앞서 AI가 먼저 이를 분석, 실행까지 이어주는 적극적인 AI에이전트다. 내년 쇼핑 에이전트와 'AI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에이전트N은 네이버 UGC와 연계돼 한층 더 정밀하게 이용자의 상황을 분석하고 빠르게 실행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최수연 대표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홈 지면의 AI 개인화 적용 비중을 80%까지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인기 상품과 UGC를 연동해 발견과 탐색을 강화하고 사용자 록인 효과를 극대화해 체류 시간과 구매 전환율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네이버는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단25' 키노트 세션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6일 네이버는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단25' 키노트 세션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네이버 제공

가령,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쇼핑 에이전트의 경우 이용자의 리뷰나 블로그 후기, 쇼핑 커넥트를 통해 남겨진 클립 콘텐츠 등으로 해당 제품의 사용성이나 기능을 분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용자의 사용 이력이나 취향 등이 반영되면서 AI가 이용자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창작자에 대한 지원책이 확대될수록 지난 20년간 축적해온 네이버 생태계의 UGC를 더욱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이 영향으로 AI에이전트가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양질의 결과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김아영 네이버 콘텐츠 서비스 리더는 "이번 앱 개편을 통해 이용자는 내 관심사에 잘 맞는,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를 탐색하는 동시에 관심 있는 상품이나 장소와 바로 연결될 수 있고, 동시에 창작자는 AI로 더욱 간편하게 콘텐츠와 관련된 정보를 연결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네이버 클립은 네이버만이 보유한 양질의 UGC 가치를 충분히 존중하고, 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제공해 더 많은 좋은 콘텐츠가 쌓이도록 다양한 각도에서 창작자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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