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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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열풍이 몰고 온 데이터센터 붐이 미국 전력 시장을 흔들고 있습니다. AI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기요금이 지역별로 급등하고, 일부 주에서는 주민 반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CNBC 보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밀집 지역으로 꼽히는 버지니아·일리노이·오하이오주의 전기요금이 전국 평균의 두세 배 속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666곳이 모여 있는 버지니아주는 8월 기준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13% 인상됐습니다. 244개 센터가 밀집한 일리노이주는 15.8%, 193개 센터를 보유한 오하이오주는 12% 올랐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전기요금 인상률인 5.1%의 2~3배 수준입니다.

특히 버지니아와 오하이오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주요 데이터 허브입니다. 이 지역에는 이미 수십만개 GPU가 설치된 데이터센터가 가동 중이며, 메타는 1기가와트(GW)급 데이터센터 '프로메테우스', 오픈AI는 오라클·소프트뱅크와 함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초대형 센터를 추가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앤트로픽(Claude) 역시 확장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이 같은 확장이 지역 전력망과 요금 체계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AI 모델은 수십억 개의 매개변수를 학습하기 위해 방대한 행렬 연산을 수행해야 하고, 그 결과 데이터센터 한 곳이 소비하는 전력은 원전 1기(약 1GW) 수준, 즉 100만 가구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에 육박합니다.

이로 인해 AI 클러스터가 몰린 지역에서는 전기요금이 오르고,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 애비게일 스팬버거는 "대형 기술기업들이 그들의 전력 사용에 합당한 몫을 지불하게 하겠다"며 전기요금 인상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을 '테크래시(Techlash·기술기업 반발 현상)' 신호로 보고 있습니다. 에이브러햄 실버먼 존스홉킨스대 연구원은 "데이터센터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이제 더는 데이터센터를 원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테크래시는 현실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I 인프라 확장이 국가 경제의 신성장 축으로 평가받는 한편, 그늘에서는 전력 소비와 지역 갈등이라는 새 과제가 커지고 있습니다. AI 발전과 에너지 지속가능성의 균형, 그 해법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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