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끝없는 평원의 야생 대륙 아프리카를 밟기 위해 중동에서 환승하는 경우가 많다. 오일파워로 막대한 부를 일군 아랍에미레이트(UAE)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공항을 뽐낸다.

웅장한 항공기와 럭셔리 공항, 그리고 고급진 서비스로 24시간 풀가동되는 두바이 국제공항은 모든 하늘 길을 관통하고 있다. 환승과 경유로 붐비는 사막의 터미널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는 물론 편의시설과 즐거움도 적지 않다.  

메뚜기떼가 휩쓸고 간 황량한 사막이라는 뜻을 가진 두바이는 과거 아라비아 사막 위로 펼쳐진 페르시아만이 전부였다. 어촌에서 대도시로 급변한 두바이는 중동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로 변신했다.

미래도시 경쟁력도 '부르즈 칼리파'처럼 우뚝 솟아나고 있다. 국영 항공사 'Fly Emirates'는 초대형, 고품질, 장거리 노선 전략으로 세계 최고의 고급 항공사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기내 와이파이도 유용했지만 긴 시간 두바이 공항의 무선망 인프라도 실망시키지 않았다. 

오랫동안 두바이 살림을 지탱했던 진주 산업이 무너지면서 불어왔던 최악의 불경기는 1964년 발견된 석유가 무역과 인구라는 경제 기둥을 되살려 놨다.

이슬람 종교분쟁과 걸프 전쟁이 끌어 올린 유가는 압도적 부동산 개발로 초고층 빌딩과 인공 섬까지 일궈낸다. 사막폭풍같은 리더십의 끝은 금융과 기술로 새로운 미래형 유토피아 매트릭스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과거와 미래를 상징하는 '두바이 프레임' 액자는 동전의 양면처럼 어두운 과거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고기잡이 어촌과 팜주메이라(Palm Jumeirah), 재래시장과 세계 최대 쇼핑몰(The Dubai Mall), 낙타와 슈퍼카 트레비타, 아시아 노동자들과 만수르 패밀리는 공존하면서도 빈부격차는 극으로 치닫고 있다. 

영국의 통제에서 벗어난 1971년 UAE 연방에 가입하면서 두바이는 무역과 항만의 허브 중심지로 부상한다. 수천년전 유목민이 정착하면서 어업과 농사로 살아온 두바이는 동서양 무역상을 대상으로 숙식을 제공했던 눈부신 해변을 기반으로 페르시아 문화 중심지로 성장했다.

석유 매장량이 많지 않다는 걸 알게 된 두바이, 또다시 가난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에미레이트인들은 미래를 바라보는 희망오일을 분출하고 있다. 혁신적인 아키텍처로 사막위에 스마트시티와 현대문명의 새로운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손바닥 뒤집듯 변화한 현대적 시가지는 중동에서 가장 살기 좋은 황금빛 도시다.

두바이 수상은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스마트 두바이'를 직접 지휘하고 있다. 이처럼 미래형 첨단 도시 설계가 가능한 배경에는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에 막대한 금융자본과 혁신적인 금융회사가 뭉쳐있기 때문이다.

현대적 이슬람 은행은 1975년 세계 최초로 이슬람 금융을 취급한 두바이 이슬람 은행(Dubai Islamic Bank)이 시초다. UAE 내에서도 이슬람 금융의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두바이는 통화 안정성과 외국자본 투자 유치로 지중해와 아프리카, 아시아의 금융허브로 지리적 우수성도 한껏 살리고 있다.

이슬람 금융은 율법에 의해 이자(Riba) 수취를 금하고 샤리아(Sharia)법에 맞게 변형된 특수한 자본시장이다. 파생상품이나 헤지 등 위험 거래와 투기행위도 금지된다. 도덕적, 종교적 교리의 하람은 술, 카지노, 포르노, 돈육, 범죄단체 등에 대한 금융 거래와 서비스도 차단한다.

이처럼 이슬람 교리가 원금 상환과 이자 보증을 금지함에 따라 금융회사와 고객이 공동 투자방식을 대부분 이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이슬람금융을 고집하지만 가파른 성장세는 글로벌 투자금융가들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이제 사막에서 일으킨 기술혁명은 스마트시티 터널을 지나 스마트금융으로 뻗어가는 중이다. 두바이의 핀테크 스타트업 규모와 시장가치, 성장속도는 5G를 주파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핀테크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두바이 정부가 자리 잡고 있다. 150조원 자산의 에미레이트NBD 은행은 글로벌 핀테크 챌린지 해커톤를 통해 이슬람 금융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핀테크 성장을 리드하고 있는 '핀테크 하이브(FinTech Hive)'는 핀테크, 인슈어테크, 레그테크와 멘토링,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빌딩 자체가 혁신금융 생태계인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는 금융규제와 정보기술 실험을 통해 이슬람 핀테크의 미래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핀테크 하이브의 퓨처 엑셀레이터와 블록체인 챌린지는 스타트업 지원과 동시에 스마트한 행정과 무역을 보조하기 위해 블록체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모빌리티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최근 두바이 핀테크 기업은 블록체인 컨소시엄 'R3'와 손잡고 이슬람 채권 '수쿠크(Sukuk)'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코다(Corda) 플랫폼을 기반으로 채권 발행과 거래 인프라를 구축해 율법 이코노미의 현대화를 촉진하고 있다. 

최근 두바이 정부는 비과세 가상자산 사업특구 설립을 발표했다. 스위스 주크의 크립토밸리를 모델로 가상자산 사업자를 위한 규제자유특구를 개방한다. 프리존에서 소득세, 법인세, 원천징수세를 과세하지 않는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실증특례는 획기적이면서도 의욕 넘치는 기획이다.

크립토와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하고 개방해 글로벌 핀테크 기업이 유입되고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를 함께 만들어 가는데 걸림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형적 플랫폼은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오일밸리이지만 기술인력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블록체인 친화적인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두바이는 우수한 엔지니어에게 오일바우처를 쓸 준비를 마쳤다.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중앙은행은 공동으로 디지털화폐 도입과 양국간 금융결제 실험과 블록체인 기술 검증을 협력하고 있다. 사막위에 세운 기적보다 그들의 혁신성과 야망은 사막보다 더 뜨겁다.

두바이의 핀테크 혁신은 아리비아반도의 디지털 여정의 닻을 올리고 탑승자들에게 무한한 부가가치를 보상할 것이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핀테크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원유가 페르시아만을 장미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글=김정혁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서울사이버대학교 빅데이터·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보안과 블록체인을 강의하고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컨설팅업체인 온더블록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을 역임하고,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부산블록체인규제자유특구 분과위원, 하이브랩 어드바이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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