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님 /캐리커쳐=미디어뱀부
김정혁 님 /캐리커쳐=미디어뱀부

387년전 한양에 상평창이 설치되고 상평통보라는 동전이 발행된다. 유통은 상업이 발달된 개성에서 시범사업을 했으나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개성은 고려시대부터 해외 무역이 활발해 각국 주화와 은화가 교환됐다. 하지만 우리 상인들은 여전히 쌀과 포목 같은 물품화폐를 선호했다. 숙종때 상평통보를 다시 주조해 서울과 경기 일부에서 통용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조선말기 경복궁 재건을 위해 발행된 당백전 이후 250년 이상 사용한 장수 화폐다. 개성, 한양에 이은 지금의 서울은 세계 각국의 금융회사가 자리 잡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결제, 환전, 송금이 이루어지는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허브다.

P2P금융 스타트업 홈페이지에 투자자 모집공고가 나가고 2분만에 목표한 투자금액 유치가 완료된다. 대출기간과 대출금리, 상환조건, 그리고 신용등급도 공개한다. 모집된 투자금으로 문을 연 베이커리 가게는 2년 만에 9%대의 수익과 원금을 상환한다. 직장인들이 골목가게 투자자가 되고 고객이 돼 SNS 홍보에도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매월 받는 월급을 스마트폰으로 고국의 가족에게 송금한다. 굳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24시간 모바일송금이 가능하다. 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고 저렴한 수수료는 과거 불안하고 불편했던 기존의 송금 관행을 허물었다. 이런 핀테크 비즈니스는 외국이 아닌 서울에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소액투자로 빵집가게의 주주가 되고 스마트폰이 금융회사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급히 나가다 보면 간혹 지갑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휴대폰은 다시 돌아가서 찾아오지만 지갑은 굳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폰에는 이미 다양한 월렛과 모바일 앱카드들이 담겨져 있다. 뱅킹과 트레이딩은 물론 교통카드 기능에 각종 멤버십과 포인트들이 알람을 띄워준다. 작년 하루 평균 신용카드 사용액은 2조5000억원, 개인카드는 1조5000억원이다. 하루 이용건수는 신용카드 4천20만건, 체크카드는 2천410만건이다. 전자상거래에서 결제한 금액이 오프라인 상점에서 결제한 금액을 처음으로 추월했다.

전체 금융거래 중 전자금융 비중이 93%에 육박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부터는 영업점 창구거래가 10%이하로 뚝 떨어졌다. 그동안 20~40대에서만 이용했던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50대에서도 50%를 넘어섰다. 모바일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일평균 이용금액도 50조를 훌쩍 초과했다. 개인 신용카드 실적도 전자상거래 금액이 오프라인 거래금액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모바일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섰다. 모바일 쇼핑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시장은 성장 중이다. 

신용카드 사용건수와 금액은 늘어나고 있지만 1인당 하루 신용카드 건당 이용금액은 4.1만원, 체크카드는 2.2만원으로 소액화 경향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 현금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장소는 재래시장과 편의점이다. 이제 편의점에서도 신용카드 뿐만 아니라 모바일결제 비중도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2017년 2%대에서 2018년 4% 2019년 7.5%로 매년 100%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편의점에서 간편결제 도입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핀테크 서비스 확대로 모바일결제 규모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현금에서 신용카드 이제는 모바일 기반 간편결제로 지급수단이 변화하고 있다.

서울은 IT인프라와 금융공동망이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통신과 유통에 이어 행정서비스도 디지털화된 스마트시티로서도 손색이 없다.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한 전자결제는 물론 스마트폰에서 뱅킹과 송금, 트레이딩, 보험업무가 24시간 가능하다. IT기업들의 금융시장 진입으로 소비자 선택의 폭은 더욱 커졌다. 오피스, 하우스, 교통, 창고는 물론 기사와 요리도 공유플랫폼에서 손쉽게 공유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영국의 지엔그룹은 매년 세계 주요도시의 금융경쟁력을 측정한다. 뉴욕은 전체 도시 가운데 글로벌 금융허브와 국제금융의 강점으로 1위를 굳혔다. 2위 런던과의 격차를 더 벌리고 있다. 이어서 홍콩과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가 뒤를 이었고 두바이와 시드니가 10위권에 새로 진입했다. 서울과 부산은 각각 36위, 43위를 차지하였다.

반면 핀테크 경쟁력 부문에서는 1위에서 5위까지 중국의 4개 도시가 점령하였다. 서울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유망도시 부문에 공동 11위를 차지했다. 수년전 국내 핀테크 산업  육성과 규제개혁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집약형 금융허브 전략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서울핀테크랩이 마포와 여의도에 터를 잡고 서울시는 인프라와 네트워크, 멘토링까지 지원에 나섰다. 아시아의 핀테크 중심지로 나서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혁파와 체감할 수 있는 지원정책이 요구되고 있다. 법령이 개정되고 시행되기까지 국회의 험난한 일정을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규제 샌드박스가 현장이 아닌 탁상 위에서 머무는 시간도 참을성 있게 대기해야 한다. 서울의 핀테크 경쟁력은 국가의 금융경쟁력과 직결된다.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정책은 시기를 놓치면 금융산업 경쟁력도 실기할 수밖에 없다.

 

글=김정혁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서울사이버대 빅데이터 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보안을 강의하고 블록체인 컨설팅업체인 온더블록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을 역임하고,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한국블록체인평가 기술고문, 한패스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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