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김정혁 님 /캐리커쳐=디미닛

1967년 푸른 하늘 아래 히피들이 주도한 팝 페스티벌이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다. 스콧 맥킨지의 감미로운 'San Francisco'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노래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관념과 질서 그리고 전쟁을 반대하는 멜로디는 잔잔하면서도 애틋하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분명 멋지고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것이라는 가사는 실리콘밸리, 골든게이트브릿지 그리고 유니콘 기업들이 증명해주고 있다.

트래비스 캘러닉은 1998년 캘리포니아대를 중퇴하고 P2P 스타트업을 설립한다. 소송과 파산으로 얼룩진 창업 스토리는 10년이 지난 후 거대 공유승차 플랫폼 '우버(Uber)'로 이어진다. 우버는 이제 테슬라, 구글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의 꽃길을 주행하고 있다.

디자인 공부를 하던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에 이사 온다. 때마침 디자인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인원들로 호텔 객실이 부족하자 간이침대를 빌려주고 월세를 충당한다. 이렇게 시작한 공간 임대 스타트업은 세계 최대의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라는 꽃망울을 터트린다. 

태평양 연안에서 가장 유서 깊고 하이테크한 골든시티, 평생을 살아도 부족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자 낯선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도시다. 여행을 떠나기전 현지 교통수단을 미리 생각해두지만 땅을 밟는 순간 늘 혼란스럽다. 바다와 베이를 사이에 두고 있는 샌프란시스코는 페리, 버스, 케이블카, 택시, 메트로와 바트까지 다양한 패스포트가 교통메뉴판에 가득하다.

비싼 요금에 팁까지 부담하는 택시, 좁고 대기시간이 긴 트램, 날씨 변덕이 심한 파도에 출렁이는 페리, 접근성이 낮은 버스, 보험과 주차료가 더 비싼 렌터카, 덜컹거리는 바트는 다소 불편하지만 히피의 추억을 소환하기에 충분하다. 튼튼한 다리와 용기만 있으면 소살리토 언덕까지의 하이킹은 젊음을 되살려주는 힐링 페달이다.

비용을 아끼고 간편한 결제를 위해 구입하는 '뮤니(MUNI)' 패스포트는 모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지만, 나홀로 여행자에게는 '이걸 언제 다써'라는 물음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쉽고 빠르게 픽업장소로 달려오는 우버는 결제도 간단하고 친절은 보너스다. 거리의 모든 상점에서는 모바일페이와 페이팔 계정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 맥스 레브친이 2013년 설립한 스타트업 '어펌(Affirm)'은 쇼핑몰에서 신용카드가 아닌 본인의 신용으로 할부 구매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소액대출은 덤이다. 자신의 경제력을 보여주고 발급받는 신용카드 대신 데이터 기반의 신뢰카드다.

2006년 시작한 자산관리 서비스 '민트(Mint)'는 은행계좌를 통합하고 딱딱한 가계부에 민트 컬러링을 덧칠해준다. 맞춤형 소비를 이끌고 있는 '주오라(Zuora)'는 창업 10주년인 2018년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다.

소유하지도 공유하지도 않는 가치 있는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는 소비자 트렌드를 훔친 눈치혁신이다. 한때 시가총액 10조5000억원의 렌딩클럽(Lending Club)은 돈이 많은 사람과 부족한 사람을 직접 연결해주는 대출플랫폼 스타트업이다. 채권, 자산운용, 기업대출까지 확장해 핀테크의 진수를 보여줬다. 스탠퍼드 캠퍼스와 창고에서 고안한 신선한 서비스 모델은 창업지원센터와 엔젤투자자, 금융회사를 거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금광채굴이 불러온 골드러시는 무기와 반도체로 실리콘밸리가 조성되면서 하이테크 산업과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지가 됐다.
 
전세계 핀테크 비즈니스의 롤모델이자 모험자본을 빨아 들이는 블랙홀은 샌프란시스코 베이와 연결되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에너지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금융시장의 따뜻한 시선이 바로 혁신 키워드다.

일상의 불편함을 스타트업으로 바꿔 놓는 도전은 모빌리티와 여행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세상에 없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젊은이들은 규제와 관행에 당당히 맞서는 투지와 폭발적인 심장을 지니고 있다. 스콧 맥킨지가 들려주는 'San Francisco'는 사소한 아이디어와 혁신적인 기술 그리고 다양한 금융자본이 자유롭게 만나는 매력적인 도시다.

글=김정혁
정리=허준 기자 joon@techm.kr

<Who is> 김정혁 님은?

서울사이버대 빅데이터 정보보호학과에서 핀테크보안을 강의하고 블록체인 컨설팅업체인 온더블록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을 역임하고,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겸 자율규제위원, 부산블록체인특구분과위원, 하이브랩 경영자문, 한패스 감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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