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넥슨
사진 = 넥슨

 

오는 10월 넥슨의 '카트라이더 개발조직(법인명 미정)'이 별도 법인으로 분사를 앞둔 가운데,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가 직접 카트라이더 지식재산권(IP) 확장의 키를 쥘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허 대표가 '던전앤파이터'를 잇는 넥슨의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어 낼 지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동시에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을 이겨내고 글로벌 IP를 확보할 경우,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원더홀딩스 기업가치 제고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카트라이더 IP' 글로벌에서 크게 키우자…한배 탄 넥슨코리아-허민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원더홀딩스와 각각 25억원의 자본금을 출자, 카트라이더 신설법인의 지분 50%씩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넥슨-원더홀딩스는 지난 6월, 새로운 게임 개발사 2개를 합작법인(조인트벤처) 형태로 설립하기로 하고 넥슨의 대표 IP인 '카트라이더'와 '마비노기'를 각각 외부에서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마비노기 IP를 키워낼 '데브캣스튜디오'의 경우, 김동건 총괄 프로듀서가 대표를 맡고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인 카트라이더 개발조직의 경우, 박훈 선임 디렉터와 류제일 원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공동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는 두 법인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는다.

이중에서도 주목을 받는 곳은 단연코 카트라이더 개발조직이다. 지난 5월 출시된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출시 석달간 연일 100만명의 이용자를 모으며 국민게임으로 거듭난데다 '카트라이더:드리프트' 등 콘솔 개발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전세계 3억8000만 명의 이용자가 몰릴 정도로 카트라이더 IP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 게임업계에선 제2의 던전앤파이터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신설법인인 만큼, 넥슨 내부의 대규모 지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사진 = 원더홀딩스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사진 = 원더홀딩스

 


허민 덕에 다이어트 성공한 넥슨…2Q 어닝서프라이즈 '눈앞'


넥슨의 국내법인인 넥슨코리아는 지난 2018년 엔씨소프트-넷마블에 밀려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을 기록, 끝 모를 부진에 빠졌다. 여기에 넥슨의 지주사인 엔엑스씨 김정주 대표가 경영권 매각을 시도하며 조직은 안에서 더욱 흔들렸다.

하지만 시장환경을 이유로 김 대표는 넥슨 매각을 철회한 후, 반등을 도모하고자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로, 허 대표가 2001년 설립한 네오플을 김 대표가 인수하면서 일생의 파트너가 된다. 이후 허 대표는 게임업계를 떠나 이커머스기업 '위메프'를 창업했지만 흔들리는 넥슨을 외부의 시각으로 바꿔놓기 위해 지난해 8월, 급히 만들어진 '넥슨 비대위'에 전격 합류한다.

고문으로 위촉된 허 대표는 넥슨에서 별도의 조직을 세팅하거나 경영진으로 분류되진 않았다. 다만 넥슨은 허 대표를 중심으로 기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10여종에 달하는 넥슨의 개발 프로젝트가 정리됐다. 대표적으로 약 60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페리아연대기'를 비롯해 '야생의 땅 듀랑고', '니드포 스피드 엣지' 등 10여종의 프로젝트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올 1분기까지 기존 프로젝트에 있던 개발자들이 다른 게임으로 전환배치되는, 말 그대로 고강도 조직개편을 겪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넥슨은 지난 2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게임업계에선 넥슨의 국내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두자릿 수 이상 급증한 것으로 추정한다. 메이플스토리-피파온라인을 비롯한 올드 히트작부터 카트라이더 러쉬플러스, V4 등 모바일 신작 효과가 고스란히 반영됐기 때문이다. 3분기에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바람의나라:연의 매출이 가세한다. 허 대표가 외부의 시각으로 직접 사업을 솎아낸 덕에 넥슨의 개발 및 사업조직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는 평가다. 

 

사진 = 위메프
사진 = 위메프

 


글로벌 IP로 IPO간다? 이젠 '원더홀딩스'의 차례  


게임업계에선 넥슨-원더홀딩스가 이같은 5:5 지분혈맹을 맺은 것에 대해 던전앤파이터를 성공시킨 허민의 힘을 빌리는 동시에, 원더홀딩스의 기업가치 제고도 고려한 행보로 추정한다. 넥슨 입장에선 지난해 개발자회사 체제로 독립성을 부여한 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체질 개선을 이뤄낸 '허민 카드'로 다시 한번 개발사 벨류에이션 증대를 꾀하고 있는 것.

아울러 반전이 절실한 원더홀딩스에도 게임 콘텐츠는 훌륭한 자양분이 될 전망이다. 허 대표는 지난 2008년 7월, 약 4000억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넥슨에 네오플을 넘기고 위메프의 지주사 원더홀딩스를 설립했다. 이후 게임부문 자회사 원더게임즈를 통해 다수의 게임을 개발했으나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이후에는 위메프 본업의 사세확장에 공을 들여왔지만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 경쟁 탓에 매분기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고, 지난해 영업손실은 750억원대로 전년동기대비 2배 가까이 불어났다. 

특히 올해 들어 이커머스 시장의 외연이 확장되며 기존 쿠팡-티몬에 이어 배달의민족, 페이코까지 경쟁자가 늘어나면서 반전카드가 절실한 상황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OPGG가 메신저를 개발하고, 쿠팡이 영상콘텐츠 시장을 노리듯 이종 플랫폼간의 결합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티몬이 IPO를 준비 중인 상황에서 원더홀딩스가 글로벌 흥행 IP를 손에 넣을 경우, IP 사업 다각화 뿐만 아니라 벨류에이션 증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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