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내 안에 뛰고 있는 5개의 심장" (한국투자증권 11월 SK텔레콤 연구리포트)
국내 통신 1위 사업자 SK텔레콤의 탈통신 행보가 매섭다. 망을 깔아서 돈을 버는 통신사가 아니라 이젠 어엿한 ICT 플랫폼의 면모가 엿보인다. 4년전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취임한 이후, 공격적인 자사주 스왑과 투자 유치로 이뤄낸 초협력의 성과가 무르익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막강한 빅데이터를 갖춘 대세 플랫폼 카카오·우버에 이어 아마존까지 SK텔레콤에 러브콜을 보내며 모두가 함께 하고 싶은 글로벌 ICT컴퍼니로의 입지를 다지는 모습이다.
"웰컴 아마존" 11번가 같이 키우고, 웨이브도 웃자?
16일 SK텔레콤은 아마존과 지분 참여 약정을 체결, 아마존이 SK텔레콤 자회사 11번가의 기업공개(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갖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분율이나 협력 조건 등이 밝혀진 바 없지만, 양사 간 협력은 내년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업계에서는 최대 3000억 규모 수준의 투자(CPS, 전환우선주)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또 11번가 상장 이후 아마존이 약 30% 정도 11번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물류센터에 대한 아마존의 직접 투자가 이뤄질 경우, 조단위의 협업 가능성도 거론된다.
11번가는 네이버쇼핑-쿠팡-이베이코리아의 뒤를 이어 국내 4위 이커머스 사업자로 시장점유율은 6% 남짓으로 추정된다. 추정 기업가치는 3조원 내외로 지난 2018년 사모펀드인 H&Q와 국민연금으로부터 2.5조원 벨류로 5000억원 규모(지분 18.2%)의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문제는 투자유치 이후, 코로나19라는 호기를 맞고도 네이버-쿠팡에 밀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선 11번가 이번 아마존 투자유치를 계기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11번가가 아마존의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국내 소비자가 선호하는 아마존의 제품을 미리 재고로 확보하고, 이를 11번가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방식이 거론된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해외 직구에 따른 관세, 언어에 불편함이 없는 직구, 배송기간 단축 및 배송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SK텔레콤 비통신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면서 "11번가 뿐만 아니라 웨이브, ADT캡스 등을 연계한 구독서비스 또한 재정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아마존의 OTT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4위 서비스로 SK텔레콤의 OTT서비스인 웨이브와도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11번가의 지분의 내주고, 아마존의 반도체 및 클라우드 사업을 외곽지원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11번가 IPO까지 내다본 빅딜로 추정되며, SK하이닉스-SK그룹과 아마존의 추가 협력도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SKT는 ICT컴퍼니!" 초협력의 시작은 CEO 박정호의 등장
그간 SK텔레콤은 SK그룹의 캐시카우로 통신업을 뜻하는 'MNO 사업'을 통해 안정적으로 배당을 지급하는 배당주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박정호 대표가 SK텔레콤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초협력을 통한 변신을 꾀했다. 통신 인프라를 갖추고도 플랫폼 확장을 시도하지 못했던 SK텔레콤의 체질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지난 2018년 ADT캡스 인수전이었다. 당시 박 대표는 호주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을 FI로 끌어들여 컨소시엄을 꾸린 끝에 보안회사 ADT캡스를 품었다. 이후 보안역량을 결집, NSOK와 SK인포섹을 더해 국내 1위 보안업체로 탈바꿈시켰다.
지난해 10월에는 카카오와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스왑을 결정, 지분혈맹을 맺었다. 이후 카카오톡에 11번가를 입점시키며 카카오의 인터넷 역량을 적극 수혈했다. 아울러 지난 2016년 네이버로부터 인수한 원스토어 또한 반구글전선의 핵심으로 성장하며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토종게임사를 대거 유치하며 구글의 인앱 결제 의무화(결제수수료 30%)의 수혜주로 떠오른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2대주주로 남은 네이버와의 시너지가 기대된다.
지난 10월에는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 우버가 SK텔레콤 티맵에 17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진행했다. 이는 지난 2018년 유치한 5000억원 규모 11번가 투자 이후 최대규모다. 이 중 570억원은 분사하는 티맵에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 1130억원은 티맵과 공동으로 설립하는 합작법인(JV)에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딜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시작됐다. 당시 현장을 방문한 박정호 대표가 현지에서 우버 측과 접촉해 공동 사업에 대한 공감대를 처음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투자 실무를 맡은 SK텔레콤 내 '밸류그로스 그룹'이 9개월간의 협의 끝에 실제 딜을 성사시켰다는 후문이다.
이같은 박 대표의 공격적인 초협력 덕에 SK텔레콤의 비통신 자회사 벨류에이션 총합은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통신 인프라에 보안과 미디어, 커머스, 모빌리티를 모두 탑재하며 이젠 어엿한 ICT 플랫폼으로 확실한 위치를 점한 모습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스토어(1조원)와 ADT캡스(3조원), 11번가(4조원), SK브로드밴드(5조원), T맵모빌리티(5조원, 2025년 목표)의 IPO가 추진되고 있어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SK텔레콤의 지배구조개편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으며, 물적분할을 통해 중간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SK하이닉스와 SK브로드밴드를 동일하게 위치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관련기사
- 우버 손잡은 SKT, 실탄 채운 쏘카... 카카오모빌리티와 '천하삼분'
- 박정호 "AI는 지금부터 시작, 알고리즘 한계 뛰어넘을 더 나은 AI 필요해"
- 박정호 "더이상 텔레콤의 T 아니다... '테크'와 '투모로우'의 T"
- "텔레콤은 잊어라" 탈통신 속도내는 이통3사
- 박정호 "무선 끌고 뉴비즈 밀고" SK텔레콤 3분기 실적 순항 (종합)
- SKT, 뉴비즈가 '효자' 본업도 '밥값'은 했다… T맵 더한 '5대 신사업' 본격 가동
- '탈통신-B2B' 밀었지만... 코로나19에 희비갈린 이통3사 3분기 성적표
- 정부와 대립각... 이통3사, 주파수 가격 산정방식 공개하라 '정보공개 청구'
- 11번가서 아마존 상품 구매한다… SKT-아마존 '맞손'
- 아마존-SKT '혈맹'... 11번가 고객은 '직구'할 필요 없다
- 언택트 소비를 잡아라, 공룡들의 전쟁터 된 '이커머스'
- "100인 CEO 육성" 김범수의 꿈 이뤄졌다…'카카오 공동체' 100개 돌파
- 쿠팡, 삼성-현대 이어 '고용 빅3' 진입했다
- 11번가, 유료 멤버십서비스 '올프라임' 접는다… '아마존' 연계 멤버십 나올까
- SK브로드밴드, 미디어창작지원센터 전국 10개 지역 개소
- 두달새 해외자본만 1조 유치? 빛나는 카카오 공동체…성장 속도 'UP'
- SK브로드밴드, 마을상권 살리기 프로젝트 '맛있는 전쟁-동네투톱' 선보인다
- [글로벌] 우버, 자율주행 포기? 자율주행 자회사 ATG그룹 매각 추진
- "뽀롱뽀롱 뽀로로 시즌 7 B tv에서 본다"
-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 B tv로 감상하세요"
- SKT, 서울-경기 30분내 오가는 '플라잉카' 띄운다... 모빌리티 사업 분할
- 안드로이드 오토에 '티맵' 들어간다... 이달 시범서비스 개시
- 이통사 '신사업'으로 새판 짠다... 외면받던 '통신주' 오를 일만 남았나
- SKT-SK하이닉스 부회장 올라선 박정호…'M&A+신성장' 개척 전문가
- SK인포섹 "2021년 제조-의료 분야 사이버 공격 증가한다"
- 11번가-우체국 익일 배송 위해 맞손...신규 배송 시스템 도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