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은 도박' 언제까지 들어야 합니까

#게임사도 확률 정확히 모르는 아이템을

#굳이 청소년한테도 팔아야 합니까


정부가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중인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 개정안(게임법 전부 개정안)에 '확률형아이템'과 관련된 조항이 신설된다는 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자율규제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를 의무화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에서는 관련 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통해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 잠시 의견서를 옮겨 보겠습니다. 


개정안은 제2조제13호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을 정의하고, 제59조제1항에 따라 게임사업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 등에 관한 정보의 표시 의무를 부과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제68조 및 제76조, 제78조, 제89조에 따라 영업정지, 등록취소, 폐쇄 조치, 벌칙(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할 수 있게 함.

개정안 제2조 제13호에 따르면 "확률형 아이템이란 직·간접적으로 게임이용자가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유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과 무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을 결합하는 경우도 포함하며, 무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 간 결합은 제외한다) 중 구체적 종류, 효과 및 성능 등이 우연적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간접적으로' 유상으로 구매하는 게임아이템", "유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과 무상으로 구매한 게임아이템을 '결합'하는 경우"가 어떠한 경우인지 명확하지 않아, 사업자들의 예측가능성을 저해하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함.

또한 게임에는 수백 개 이상의 아이템이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들 아이템들은 게임 내에서 차지하는 비율, 개수 등의 밸런스(balance)가 맞아야 하는데, 고사양 아이템을 일정 비율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의 밸런스는 게임의 재미를 위한 가장 본질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이고, 상당한 비용을 투자하여 연구하여야 하며 사업자들이 비밀로 관리하고 있는 대표적 영업비밀인바, 개정안 제2조 제13호, 제59조 등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모두 공개하게 하여 영업비밀이라는 재산권을 제한하므로 입법에 신중을 기해야 함.

게다가 현재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각 게임마다 확률형 아이템을 운영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일 뿐만 아니라 '변동 확률'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그 확률이 이용자의 게임 진행 상황에 따라 항상 변동되므로 해당 게임의 개발자들도 그 확률의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으며, 게임사업자로서는 애당초 특정한 확률형 아이템의 정확한 공급확률의 산정조차 불가능한 경우가 많음.

즉 이용자 마다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가 모두 다르므로 같은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게임 내에서 어떤 경험치를 쌓는지 또는 어떤 진행을 보이는지에 따라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별 공급확률 등은 불가피하게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수십 또는 수백만 명 이상의 이용자들을 상대로 각 유저별 경험치·진행에 맞추어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별 공급 확률 등을 제공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으므로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함.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

여론도 등돌린 확률형 아이템

이게 업계 의견서입니다. 확률형 아이템 종류와 확률정보가 영업비밀이고, 게임사업자 조차 공급확률을 산정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확률형 아이템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게임사들이 과도하게 낮은 확률의 아이템을 자꾸 만든다는 지적이 쏟아집니다. 요즘에는 이중, 삼중의 확률형 아이템이 나오면서 게이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릅니다.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확률을 공개하는 자율규제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사실 이 자율규제로 이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특히 다른 규제와 달리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여론을 등에 업고 있습니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 이를테면 '셧다운제' 등의 규제는 이용자들이 나서서 반대하고 있는데요. 유독 확률형 아이템 규제에 대해서는 이용자들도 적극 찬성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게임사들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사실 이런 확률 요소는 게임의 본질적 재미 중 하나기도 합니다. 소위 '아이템 파밍'이라는 것도 결국 확률이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확률 없이 게임을 얘기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긴 합니다.


개입 최소화가 맞지만... 청소년은 보호해야 한다

하지만 게임사들의 수익모델이 오로지 확률형 아이템으로 점철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게임산업 전체에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게이머들은 이미 한국게임을 '도박'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게임이 아니라 도박이라는 말을 듣는 게임사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을겁니다.

리니지2M의 확률형 아이템 /사진=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리니지2M의 확률형 아이템 /사진=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사실 게임사 수익모델에 정부가 법으로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개입이 효과적이지도 않을 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개입을 하면, 반드시 우회로가 생깁니다. 해외 게임과의 역차별 등의 지적도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통신시장에서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천차만별인 불법 지원금을 막자고 소위 '단통법'을 도입했는데 결과는 어떤가요? 몇년째 별 변화도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키웠습니다. 정부의 개입이 시장을 정상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겠죠. 게다가 지금처럼 대다수 여론이 개입을 원하고 있을때는 개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 어떤 형태로 개입해야 할까요? 확률을 공개하는 것이 정답일까요? 업계에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하지만, 만약 공개된다고 해도 큰 영향이 있을까요? 어차피 살 사람들은 다 삽니다. 이미 자율규제로 확률이 공개되고 있지만, 그다지 실효성이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성인 게이머들이 자기 돈 들여서 확률형 아이템을 즐기겠다는데, 막을 명분도 없지요. 너무 과도한 확률형 수익모델이라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외면받을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은 다릅니다. 청소년에게 과도하게 사행심을 조장하는 형태의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보호해야 하는 대상을 상대로 확률이라는 유혹의 손짓을 보내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차라리 확률 등은 게임사 자율 공개로 맡겨 시장에서 평가받도록 하고, 청소년에게만은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검토해봐야 할 것입니다. 게임사들도 이제 청소년을 위한 새로운 수익모델도 고민해야 할 때이지 않을까요?

이번엔 확률형 아이템 관련 논란이 흐지부지 끝나지 않고 명확한 결과물이 나오길 바랍니다. 이 논란을 털어내고 다가오는 메타버스 시대, 디지털 콘텐츠 시대에도 '게임강국' '콘텐츠 강국' 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하니까요. 언제까지 '도박'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합니까.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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