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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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단어가 있다면 바로 '비건'이 아닐까 싶다. 흔히 사람들은 비건이 곧 채식주의자를 뜻한다고 알고 있지만, 이는 오해다. 채식은 여러 단계가 있다. 상황에 따라 채식을 즐기는 '플렉시테리언', 육류는 먹지 않되 해산물은 먹는 '페스코', 동물의 알까지만 육식을 허용하는 '오보', 우유와 유제품까지만 먹는 '락토' 등 채식 실천의 엄격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뉜다. 동물성 식품을 일체 먹지 않는 비건은 가장 엄격한 채식주의에 해당한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등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동기는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작은 실천으로 변화를 끌어보고자 하는 선한 마음은 같은 듯 싶다. 강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작은 실천이 모일 때 큰 변화를 이룰 수 있는 법. 각자의 변화가 채식주의라는 이름으로 묶일 때 사회적 변화로 발돋움하는 이유다.

사람들이 내딛는 이 작은 걸음들의 이유가 궁금해진다면, 넷플릭스에서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며 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채식의 동기는 무엇일까

'더 게임 체인저스'는 부상을 당한 종합격투기 선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는 부상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방법을 고민하던 중 채식을 고려하게 된다. 근육엔 육류 단백질이 필수라는 관념을 지니고 살아온 그는 채식에 대한 의문을 품었고 심하게 갈등한다. 당신도 아마 같은 의문을 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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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완전 채식을 실천하는 보디빌더나 역도 선수들이 등장한다. 이는 생각의 전환을 맞게 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한다. 환경과 생명 보호 등 거창하고 이타적인 이유만이 채식의 동기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다큐에서는 이런 고정관념에 물음표를 찍는다. 그리고 스스로의 건강을 위해서라는 이기적인 이유도 훌륭한 채식 실천의 동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실 채식을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가 진입장벽이 높아서 일 것이다. 육류 위주 식단에 익숙해진 사회 분위기, 개인 식습관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높은 장벽은 '거창한 동기'가 아닐까 싶다. 환경을 구하거나 동물을 보호하는 마음 등 완벽히 선한 동기에서 출발한 채식만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마음가짐 말이다. 스스로를 위하고자 하는 다소 '이기적인 마음'도 훌륭한 채식 동기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육식은 과연 정답일까

오랫동안 인류 식습관의 중심으로 자리했던 육식을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다소 용감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왓 더 헬스'는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이란 주제로 인류가 육식에 지배당하고 있다 주장한다. 자본주의 산업과 현대의학의 견고한 카르텔이 육식의 부작용을 가리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시하는 것.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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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건강 문제는 육류와 유제품을 소비한 결과물이며, 이를 은폐하기 위한 육류, 유제품, 제약 산업과 다양한 건강 기관 사이 은밀한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2016년 3월에 인디고고(Indiegogo) 캠페인을 통해 23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 이상 모금에 성공하는 등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은 작품이지만, 한편에선 단편적이고 편의적인 정보를 전달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육식과 채식을 두고 이분법으로 옳다 그르다를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정답이라 말할 수 없지만, 오답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그동안 육류 소비가 많이 진행돼왔고, 육식 문화 중심으로 식습관이 발달해왔다는 사실 만큼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채식 문화를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이를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살기 위해 먹는 것이다

'살기 위해 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기에 그 누구도 반박도, 의문도 품지 않았을 터. '카우스피라시'와 '씨스피라시'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은 무엇인가 고찰하게 한다. 소의 방귀가 기후변화를 일으킨다는 우스갯소리를 피부로 와닿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축산업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자동차, 트럭, 기차, 배, 비행기를 다 합친 배기가스 보다 많다는 충격적 사실을 보여주며 말이다.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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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하루 물 사용량은 인당 5700리터, 그중 절반 이상이 육류와 유제품을 만드는 데 쓰인다는 말을 들을 땐 등골이 오싹해졌다. 8마리의 참치를 잡기 위해 45마리의 돌고래를 아무 이유 없이 희생시키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인류의 배를 채우기 위해 지구의 모든 자원을 끌어다 쓰고 있는 것. 

물론 지금 당장은 즐겁게 살아갈 수 있고 큰 문제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다만, 지구와 환경이 파괴된다면 인류는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란 사실은 변치 않는다. 과연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이 맞을까. '흐린눈'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제 멈춰야할 때다. 심오한 고민에 나름의 답을 찾아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넷플릭스에서 '카우스피라시', '씨스피라시'를 감상하자.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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