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계속된다(Film Goes On)'
담대한 슬로건을 내걸고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내달 8일까지 진행되는 전주국제영화제는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진행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온·오프라인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웨이브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주국제영화제 온라인 극장을 열었다. 전주영화제 온라인 상영 작품들은 오직 웨이브에서 만날 수 있다. 볼 수 있는 작품은 총 142편으로, 전체 상영작품 중 76%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번 주말엔 웨이브에서 '랜선 영화제'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여기 눈 여겨 볼 주요 작품이 있다.
언제 들어도 따듯한 그 이름, '가족'
아버지의 길(개막작 / 스르단 고루보비치 감독)
가장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주인공 니콜라도 마찬가지다. 2년째 임금이 체불됐고, 두달전에는 전기마저 끊겼다. 너무 힘들었던 것일까. 니콜라의 아내는 두 아이를 데리고 니콜라 회사에서 분실자살을 시도한다. 그렇게 아내는 병원에, 아이들은 사회 복지 기관에 맡겨진다.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니콜라는 아이를 돌려달라 말하지만 복지센터는 니콜라의 요구를 거절한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니콜라는 300km나 떨어진 수도 베오그란드까지 여정을 시작한다. 걷고 또 걸었다. 경찰과 시민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도착한 그곳에서 니콜라는 본인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센터로부터 두 아이를 돌려받아 온 가족이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과연 니콜라는 가족과 다시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해변의 금붕어(오가와 사라 감독)
위탁 시설에서 사는 하나를 위로해주는 것은 '금붕어'뿐이다. 그런 하나에게 새로 들어온 소녀 하루미가 계속 눈에 밟힌다. 나이 차이는 크지만, 본인의 아픔을 이해해줄 것만 같다. 하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하루미에게 정을 주기 시작하고, 하루미도 이를 알아봤는지 닫혀있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연다.
그렇게 단짝이 된 두 소녀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가족의 의미를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미가 엄마에게 돌아간다는 소식이 갑자기 전해진다. 하루미가 다시 학대받을 것을 예감한 하나는 하루미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가족을 향한 사랑은 300km 걸친 고난의 여정도 견뎌내게 하는 힘이 있다. '아버지의 길'은 가장의 책임감과 가족이라는 단어가 주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여과없이 보여준다. 또 흔히 가족은 핏줄로 얽힌 서로에게 의지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지만, '해변의 금붕어'를 보면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주말, 가족이란 이름의 위대한 기적을 경험하고 싶다면 웨이브에서 두 작품을 감상해보자.
당당한 권리가 있는 '사회적 소수자'
복지식당(정재익, 서태수 감독)
누가 봐도 불편해 보이는 신체로 휠체어에 올라탄 한 장애인이 법정에서 어눌한 말투로 본인의 장애를 외친다. 장애인 콜택시 등 활동 보조 서비스와 생계를 유지할 취업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외치는 그는 지체 장애 5급을 가진 강재기다. 재기는 본인의 장애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재기는 왜 장애인임에도 법원에서 본인의 장애를 목이 터지라 호소해야 했을까.
병원에서 장애 5급 판정을 받고 퇴원한 재기는 휠체어 없이 2m 반경을 벗어날 수 없고, 왼쪽 손가락을 자유로이 쓰지 못한다. 전동휠체어 처방전이 있음에도 장애 5급이라는 이유로 할인받지 못하고,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지 못한다. 결국 그는 장애 취업센터에서 만난 병호를 통해 영구 판결된 장애 등급을 바꾸기 위해 행정 소송을 준비한 것. 과연 그의 소송은 성공할 수 있을까?
코리도라스(류형석 감독)
지체장애인이자 시인인 동수의 삶은 우리랑 다르다. 알람 소리를 끄는 것도, 컴퓨터 타자를 치는 것도 힘든 과정이다. 그럼에도 동수는 본인의 생각을 시로 표현한다.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가끔 악플을 다는 네티즌에게는 답글로 맞수를 둔다.
요즘에는 동수가 고민이 많다. 시가 잘 써지지 않아 '코리도라스'라는 물고기를 사오기도 했다. 본인이 머물던 과거 장애인 시설을 찾아간 동수는 그곳에서 자신이 써왔던 시의 흔적을 찾는다. 그곳에서 동수는 사람들을 다시 만나며 시상을 되찾기 시작하는데...
'복지식당'은 세상과 부딪히는 재기의 모습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권리를 누리고자 하는 주체로 그린다. 영화 '코리도라스'도 마찬가지다. 장애인 박동수가 아닌 인간 박동수의 관점에서 다른 시인처럼 시상을 찾기 위한 행동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낸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웨이브를 켜 '복지식당-코리도라스' 재생 버튼을 누르자.
세상의 중심으로 우뚝 선 '그들'
여왕에게 영광을 (타티아 스히르틀라제 감독)
매너의 상징 체스판에 여성 선수들이 발을 디딘 건 그리 길지 않다. 1920년 이후에야 체스 클럽 입장은 물론 경기 출전도 가능했던 것. 하지만 체스에서 가장 강력한 말은 퀸(Queen)이 아니던가. 체스판의 영광을 모두 끌어안은 여왕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 영화 '여왕에게 영광을'에서 그려진다.
냉전 시기, 조지아에서 여성 체스인 노나 가피리다쉬빌리, 나나 알렉산드리아, 나나 알렉산드리아, 마이아 취부라니제, 그리고 나나 이오셀리아니가 탄생한다. 그중에서도 노나 가프린다슈빌리가 여성에게 주어지지 않던 타이틀 '그랜드 마스터'에 이름을 올리며 여성 체스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그로 인해 딸을 낳은 가정에서는 이들의 이름에서 따와 자식들의 이름을 지었고, 조지아는 체스인 열풍이 불었다.
세상을 드는 소녀들(마이 자예드 감독)
리우 올림픽 역도 부문에서 일어난 대이변. 이집트 선수 사라 아흐메드가 역도에서 아랍 여성 최초 올림픽 동메달을 수상했다. 시상대에 오른 첫번째 이집트 여성이기도 하다. 그의 발자취를 쫒으며 이집트에는 제2의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꿈꾸는 여성 역도 꿈나무들이 양성되고 있다. 영화 '세상을 드는 소녀들'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자신과의 싸움을 펼치는 역도 새싹들의 모습을 그린다.
이곳은 실제로 아비르 압델라만 선수가 꿈을 키워온 곳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원석인 줄 모르는 14살 제비바는 지도 선생님 라마단의 꿈이자 희망이다. 경기에서 살짝만 삐끗해도 크게 나무라는 라마단의 교육 방식에 제비바의 의지도 타들어 간다. 그러나 라마단은 개의치 않고 독하게 그녀를 가르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세상을 들어올릴 그들의 이야기에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월드시네마'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다양성을 책임지며 영화제의 자랑으로 불리는 섹션이다. 올해 월드시네마는 '스포츠는 여성의 것'이라는 테마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스포츠계에서 찬란한 역사를 써내려갔던 이들의 이야기 역시 웨이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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