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로-페이코인 등 거래량 상위 코인까지 퇴출
특금법 앞두고 정부와 보폭 맞추기 '속도'

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이석우 두나무 대표/캐리커쳐=디미닛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코인)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11일 무더기 '코인 상장폐지' 가능성을 언급, 업계의 큰 충격파를 일으켰다. 핵심 고객이던 메이저 김치코인(토종 가상자산)까지 밀어내며 정부와 보폭을 맞추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거래량 감소와 더불어 투자자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생존'이 먼저라는 의미다. 

이날 업비트는 지난 2018년 오픈 이후, 처음으로 상장코인 25종을 무더기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 먼저 원화마켓에선 ▲코모도(KMD) ▲애드엑스(ADX) ▲엘비알와이크레딧(LBC) ▲이그니스(IGNIS) ▲디마켓(DMT) ▲아인스타이늄(EMC2) ▲트웰브쉽스(TSHP) ▲람다(LAMB) ▲엔도르(EDR) ▲픽셀(PXL) ▲피카(PICA)가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더불어 BTC마켓에선 ▲레드코인(RDD) ▲링엑스(RINGX) ▲바이트토큰(VITE) ▲아이텀(ITAM) ▲시스코인(SYS) ▲베이직(BASIC) ▲엔엑스티(NXT) ▲비에프토큰(BFT) ▲뉴클리어스비전(NCASH) ▲퓨전(FSN) ▲플리안(PI) ▲리피오크레딧네트워크(RCN) ▲프로피(PRO) ▲아라곤(ANT)도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업비트는 25종의 가상자산을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 ▲기술 역량 ▲글로벌 유동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내부 기준에 미달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되면 일주일 간 업비트는 해당 가상자산에 대한 자세한 검토를 통해 최종 거래 지원 종료 여부를 판단한다. 업계에선 사실상 상장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마로(MARO) ▲페이코인(PCI) ▲옵져버(OBSR) ▲솔브케어(SOLVE) ▲퀴즈톡(QTCON)도 오는 18일부터 원화마켓에서 제외된다. 비트코인으로 사고파는 BTC 마켓에선 살아남았지만 유동성이 모이지 않아 사실상 상장폐지와 유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이들 30종 코인 모두 많게는 50% 가까이 가격이 급락한 상태다. 특히 원화 거래에서 밀려난 마로와 페이코인의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적지 않아 투자자 커뮤니티 등의 반발이 적지 않은 상태다. 

이같은 업비트의 갑작스러운 가상자산 상폐 결정은 오는 9월 시행되는 특금법 발효를 앞둔 상황에서 업비트가 생존을 위해 '잡코인' 정리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중 절반 이상이 토종 가상자산, 이른바 '김치코인'이라는 점에서 토종코인 상장 난립을 막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업비트는 11일 오후 6시, 금융 당국 컨설팅 신청서 제출 기한에 맞춰 잡코인을 대거 정리했다. 가격 펌핑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코인을 정리, 시장 정상화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이때문에 당분간 가상자산 상장 또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처를 막론하고 가상자산 시장 체계화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업비트가 선제적으로 가상자산 옥석가리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빗썸, 코인원 또한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추정되며 당분간 과감한 상장이나 마켓메이킹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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